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리영길 인민군 상장이 최근 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 군부의 리영길 상장이 최근에 대장으로 승진하면서 김격식이 차지하고 있던 총참모장 자리에 오른 것 같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해석할 게 많은 사안인데요. 위원님,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천안함 폭침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되어 온 김격식이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의 관계자는 지난 8월 25일 당중앙 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김격식의 해임이 결정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5월 총참모장으로 되었다가 불과 3개월 만에 해임된 것이죠.
김격식의 후임은 5군단 사령관을 하고 작전국장을 지낸 리영길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리영길은 이번에 상장에서 대장으로 승진하면서 총참모장 자리를 차지한 걸로 보이는데요. 이런 해석은 리영길이 인민무력부장 앞에 호명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김격식이 지날달 쿠바에서 북한산 무기를 싣고 항해하다 파나마 운하에서 단속된 청천강호 사건의 여파로 해임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북한군 내부에서는 최고 수뇌부부터 군단장, 사단장 등 거의 모든 상위그룹에서 교체가 일어나고 있고, 김정은은 아버지 때의 간부들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군단장 등 고위 군간부들을 교체하면서 북한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총참모장은 이번까지 합하면 6회, 인민무력부장은 5회나 교체되었는데, 김정일 시대에 비하면 군 수뇌부 교체가 너무 잦은 것입니다.
이는 그만큼 북한군 지도부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하고, 김정은이 북한군 수뇌부를 신임하지 못하고 있거나 군 수뇌부가 김정은에게 마음속 깊이 충성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군 수뇌부를 이렇게 흔들면 군 간부들은 단 하루도 잠을 편하게 잘 수 없을 것이고, 이는 체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해야 할 사안입니다.
박성우: 북한 내부 소식을 좀 더 살펴보지요. 북한의 언론매체들이 최근 들어서 ‘전경선’이라는 인물에 대한 보도를 자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북한은 지난 5월에는 평양시 교통안전원 리경심이 ‘불의의 정황 속에서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 옹호하였다’는 이유로 그에게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하며 ’리경심 띄우기‘를 한동안 진행했죠. ’불의의 정황’이나 ‘최고 수뇌부‘라는 북측 언론의 표현을 보면, 그리고 리경심의 직책이 교통안전원이었다는 점을 보면, 아마도 리경심이 김정은의 신변을 보위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남흥화학연합기업소 책임비서인 전경선을 띄우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지난 6월 남흥 연합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전경선의 일본새(작업태도)와 군중관점이 마음에 든다며 칭찬한 후 연속 그에 대한 칭찬이 보도로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북측 선전물들을 보면 전경선은 인민생활을 높이는 일과 기업소 노동자들에 대한 후방공급 사업을 잘하였으니 그를 따라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맥을 보면 전경선이 비료생산에서 큰 공을 세웠고 노동자들의 생활수준도 올렸다는 것이죠.
북한이 지금 전경선을 띄우고 있는 것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밥만 축내고 있는 지방 간부들이 전경선처럼 일해서 인민생활을 높이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늦게나마 북한이 인민생활 향상을 들고 나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고, 김정은도 북한 간부들도 부디 핵무기 발전이라는 구호를 외칠게 아니라 지금처럼 인민생활 향상에 매진하였으면 합니다.
박성우: ‘전경선’이라는 인물을 띄우는 게 궁극적으로는 ‘인민생활의 향상’이라는 목적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런데 최근들어서는 북한의 인민생활이 너무 양극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평양 주재 중국 신화통신 특파원인 두바이위는 최근 ‘환추’라는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 평양의 해당화관을 묘사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해당화관 안마요금은 30달러, 수영장 15달러, 사우나 5달러이며, 특히 2층에 있는 식당에서 불고기 1인분이 70달러로 외국인들에게도 터무니없이 비싸게 여겨지는 가격이라고 했습니다. 한번 입장해서 수영을 하고 식사를 하면 입장료 15달러까지 합하여 최소 100달러가 지갑에서 나가야 하니, 외교관이나 외국 특파원들까지도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해당화관에 가면 언제든지 사람들로 북적인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까, 이게 의문스러운 것이죠.
이와 비교하여 한 가지 소식을 더 전해 드리겠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북한 어린이들의 발육장애와 빈혈이 심하다는 통계자료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 자료에 의하면 북한 어린이 3명 중 1명은 발육장애를 겪고 있으며, 발육장애 비율은 중국과 몽골에 비해서도 4배나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을 부익부 빈익빈의 전형적인 사회라고 비판하여 온 북한의 평양에서는 사람들이 이렇게 사치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해당화관의 모습을 보면 평양이 한국에서보다 부익부 빈익빈 정도가 훨씬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 2천5백만 중에서 1천600만명이 식량난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데, 평양에서는 서방 외교관들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1인분에 70달러짜리 불고기가 팔리고 있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한번에 100달러를 서슴없이 쓰는 사람들로 넘치는 평양,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와 빈혈,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 암시장 가격으로 1달러가 채 안되는 월급으로 한 달을 버티는 지방 사람, 한 끼에 100달러를 서슴없이 쓰는 평양의 특권층, 이것이 오늘 북한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한 밖으로 한 번 가 보지요. 김정일의 손자, 김한솔 군이 프랑스에서 대학을 다니게 됐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김한솔 군의 존재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어떤 인물인지에 소개를 좀 해 주시죠. 그리고 한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의 언론들이 김한솔 군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의 맏아들이 김한솔 군이죠. 그러니까 김정일의 장손자인데요. 김한솔 군이 프랑스 북부 도시 르아브르 소재 파리정치대학 르아브르 캠퍼스에서 공부하기 시작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8월 하순에 프랑스에 입국한 김한솔 군은 르아브르 기숙사에서 세계 32개국에서 온 유학생 200여명과 생활하고 있고, 강의 신청 등으로 분주한 모습이 언론에 소개됐는데요.
한국 언론을 비롯해 세계 언론이 김한솔 군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의 부친 김정남이 한때 김정일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였으나 현재 이복동생 김정은에게 밀려 외국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고, 김한솔이 언젠가 북한에 들어가 북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고, 그리고 북한에서 어떠한 사태가 벌어질 때 김정남과 김한솔이 평양에서 무슨 역할을 할 것인지, 이런 게 궁금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의 전직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다시 북한을 찾았지요. 김정은이 로드먼과 친분을 유지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미국의 전직 프로농구 선수인 로드먼은 이미 평양을 한 번 다녀간 적이 있는데, 지난 4일 다시 방문했어요. 평양으로 가기 전 북경 수도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로드먼은 “내친구 김정은을 만나고 싶고, 농구경기도 할 것이며, 김정은과 저녁식사를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로드먼은 농구 선수로 한때는 이름을 날렸지만, 선수 생활을 그만둔 후 재산을 탕진하고 파산직전까지 갔었으며, 여자로 분장을 하고 다니기도 했지요. 그런 로드먼을 김정은이 친구로 삼고자 하는 것은 자신이 스위스 유학시절 농구를 좋아했고, 바로 그때 로드먼이 이름을 날리던 선수였기 때문인 듯 합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것이죠.
박성우: 로드먼에 대해 세상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김정은이 좀 알아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