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지난 5개월여 동안 닫혔던 개성공단의 문이 다시 열리게 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개성공단이 16일부터 시험운전 방식으로 재가동됩니다. 의미가 크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올해 4월에 닫혔던 개성공단을 오는 16일부터 시험운전 방식으로 재가동하기로 남과 북이 합의했습니다. 이번 합의는 의미가 매우 큽니다. 북한은 남한이 ‘지도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하면서 지난 4월 3일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을 닫아 버렸죠. 한국에서는 발언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북한의 ‘지도자’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통령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개인이건, 신문이건 비판적인 발언을 하고 기사를 씁니다. 어느 한국의 언론매체가 김정은의 주머니로 개성공단을 통해 매달 8-9백만 달러의 외화가 들어간다고 하니 북한이 화를 내며 공단 문을 닫아 버린 것이었죠.
지금 21세기 대명천지에 지도자의 일을 입에 한 번 올린다고 공업지구를 폐쇄하고 그 안에 투자하였던 기업들을 쫓아내는 행동을 그 어느 나라에서 할 수 있겠습니까. 당시 개성공단에서 한국의 기업가, 기술자들이 승용차 지붕에 상품을 가득 싣고 나오는 것을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전세계가 경악하였습니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긴장을 높이고, 이후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개성공단을 여는 회담을 하지고 할때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한국의 정부와, 특히 투자를 하였던 기업가들은 이전처럼 북한이 공단을 또 닫아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회담을 재개하면서 4월에 북한이 일방적으로 취했던 그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고 앞으로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며, 특히 한국인들의 신변 안전과 재산을 보호할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하여 왔고, 드디어 그 요구가 받아 들여져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게 된 것입니다.
북한은 공단 폐쇄로 입은 손실을 보전하는 의미에서 한국 기업들이 북한에 내야하는 올해분 세금을 받지 않기로 하였고, 개성공단의 국제화, 그러니깐 개성공단에 한국의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들을 받아 들여 세계적인 공단으로 만들자는 한국 정부의 요구도 받아 들였습니다. 언론들은 이번 개성공단 회담이 한국 기업들의 기업환경이 좋아지는 방향에서 진행되고 성사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뚝심과 원칙의 정치가 드디어 북한에도 통했기 때문이라고 평가를 하였습니다.
박성우: 이전의 개성공단와 앞으로의 개성공단, 어떤 점이 달라집니까?
고영환: 우선 개성 공단에 들어가는 한국측 인원들의 출입이 훨씬 자유롭게 변합니다. 이전에는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면 3일 전에 출입을 신청하고, 나올 때도 미리 명단을 내고 승인을 받는 체계여서 시급히 만들어진 상품을 반출하고 원료를 들여가야 하는 기업가, 기술자들이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전자 시스템을 도입하고 1일 단위로의 상시 통행을 보장하기로 하였습니다. 즉 날짜만 정해지면 시간대에 상관없이 전자카드를 대고 입출입을 하면 된다는 것이죠.
올해 말 전으로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한국 인원들이 인터넷과 휴대폰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좀 두고봐야겠지만, 어쨌든 북측이 해 주겠다고 한 것인데요. 그동안 개성공단에서는 국제전화를 써야했고, 인터넷도 보지 못하여 불편함이 많았는데, 이제는 휴대폰, 그러니깐 한국의 손전화를 가져가서 쓸 수 있고 인터넷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외국의 대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들어가 일하면, 북한은 외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더 얻고, 한국은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어서 좋아지게 됩니다. 그러니깐 양측에 이로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되었다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이전에 개성공단에서보다 일하는 환경, 투자하는 환경 등이 훨씬 좋아진 것입니다. 개성공단에서 질 좋은 상품들이 어서 빨리 콸콸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한 내부 소식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에선 9.9절, 그러니까 정권 창립 65주년 행사가 열렸는데요. 특이한 점이 있다면서요?
고영환: 북한이 올해 초부터 요란하게 선전하여 오던 이른바 ‘9.9절’ 행사에서 세 가지 이례적인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첫째는 북한군의 열병식이 없었고, 대신 노농적위군 열병식만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북한이 외국에 우리는 이제 대규모 군 열병식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평화로운 분위기를 원한다,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고요. 또 한 편으로는 1년에 대규모 열병식을 두 번이나 하게되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는 이른바 현대식 무기를 내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정전 60주년 행사에서는 ‘핵배낭 부대’를 내보일 정도로 크게 행사를 치렀고, 미사일도 대거 선보였는데, 이번엔 자제한 것이죠. 이것도 역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이 그렇게 군사적으로 도발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고, 더 나아가 북한은 평화로운 대외적 분위기 조성을 원한다,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는 ‘핵 강국’이라는 식으로 과시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전 같으면 북한은 핵강국, 핵보유국이라고 크게 자랑하고, 핵으로 미국과 한국을 녹여버린다고 자랑했을 텐데, 이번에는 연설에서도, 행진에서도 핵이라는 소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외부세계, 특히 중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2월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핵으로 세계를 위협했을 때, 중국 지도부가 화를 많이 냈습니다. 여기에 북한 지도부가 움찔 놀란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이 혼자 살 수 없듯이 한 국가도 혼자 외롭게 존재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이런 진리를 확실히 깨닫길 바랍니다.
박성우: 그런데 핵개발을 주도한 박도춘 같은 인물이 요즘 공개 석상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됩니까?
고영환: 지난 5월 노동절 행사에 참가한 뒤 자취를 감추었던 박도춘 군수공업 비서가 북한 정권 창립 65주년 행사에 나타났습니다. 또한 미사일 개발과 핵 개발을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도 은하거리 시찰에 나타났죠. 또 군수공업부 홍승무 부부장도 은하수 음악회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몸이 아프다든가, 급한 일이 있었었든가 하는 이유로 인해 잠시 자취를 감췄을 가능성은 있지만, 핵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참여하였던 간부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우연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간부들을 공개 석상에 내보여 미국과 한국 그리고 중국 등이 북한과의 회담에 나서지 않는 경우 핵 개발을 더 심하게 하겠다는 간접적인 신호를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외부세계를 압박하자는 것인데, 이런 것이 통할지는 의문스럽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살펴보지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 안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 하반기 안에 한국을 방문한다고 하지요. 이는 지난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서 열렸던 G20, 다시 말하면 가장 잘 살고 영향력 있는 세계 20개 나라 모임에 참가하였던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이 끝난 후 한국의 외무장관이 밝힌 내용입니다.
이 회의에서 두 정상은 한국이 러시아 극동지구 개발에 참여하고,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남북철도 연결사업, 북한의 나진항 현대화 사업 등에서 한국과 러시아가 협조한다는 내용 등에 합의하였습니다. 또한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FTA, 즉 자유무역협정을 향후에 맺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한국의 부산을 출발하여 북한을 통과한 후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었다“고 말해 이목을 끌기도 했는데요. 저는 북한 외교관 시절에 북한 평양을 출발하여 하바롭스크, 바이칼 호수, 이르쿠츠크, 옴스크 등을 거쳐 모스크바까지 가는 기차를 여러 번 타보았습니다. 한국에 와서도 서울이나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파리로 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런 생각을 여러 번 해 봤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남북관계가 잘 풀리고, 북핵 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프랑스 파리까지 달릴 날도 오지 말란 법이 없겠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