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류우익 장관은 북한이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

0:00 / 0:00

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회가 진행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추석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14일 인사 청문회에서 류우익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여러 가지 발언을 했는데요. 실장님께서 보시기에 핵심은 무엇이었습니까?

고영환: 제가 보건데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서 방법론적 유연성을 찾아보겠다’고 말한 것이 가장 본질적인 내용이 아니었나 생각하고요. 류 장관 후보자는 또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발언했고,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 제2 개성공단 검토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현재 남북관계는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굉장히 냉각돼 있는데요. 류 후보자의 발언을 보면, 북한이 조금이라도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보인다면,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 인민들의 삶을 향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박성우: 실장님도 짧게 언급하셨습니다만, 정상회담과 관련한 이야기도 나왔지요. ‘남북 정상회담, 추진 못할 이유가 없다’는 건데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류 장관 후보자는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하냐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추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는데요. 남북 정상회담의 추진이나 남북 관계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발언을 보면, ‘지난해 있었던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자면 김정일의 결단이 필요한데, 그의 결단을 얻을 수 있는 자리는 정상회담뿐 아니겠느냐는 인식을 하고 있기에 나온 게 아닌가’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동족인 남북이 화합하고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난국을 돌파해야 하고, 또 북한이 현재 움직이지 않고 고집을 피우고 있으니까, 한국이 넓은 마음을 가지고 풀어나가자는 뜻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박성우: 한국 언론은 류우익 장관 내정자를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최측근’이라고 부릅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오래전부터 조언을 해 왔기 때문인데요.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앞으로 통일부의 위상이 높아질 거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실장님도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물론 동의합니다. 류 장관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거든요. 또 중국 대사로도 일했습니다. 초대 비서실장을 할 정도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또 중국 주재 대사를 하면서 북한 외교관들과 접촉도 했습니다. 류 장관 후보자는 아무래도 대통령의 신임이 높기 때문에 통일부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고, 남북관계에도 일정한 변화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도 같은 도당 책임비서라고 해도 ‘어느 도당 책임비서가 김정일의 신임을 더 받는가’에 따라서 그 지역에 대한 대우가 달라지는 것이고요. 조직부에 부부장들이 여럿 있어도 ‘어느 부부장에 대한 신임이 높은가’에 따라서 그 부서에 대한 위상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건 비슷하거든요. 문제는 북한입니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대통령과 말이 잘 통하는 인물이 통일부 장관이 되면, 북한이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서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고, 한국의 협조를 받아서 굶주린 사람들에게 식량을 나눠줘야 한다는 거지요. 한국은 경제 10대 강국이거든요. 한국은 기술력이나 노하우가 많습니다. 이런 걸 받아서 인민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면 참 좋을 것 같고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포를 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는 게 없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다른 뉴스도 좀 살펴보겠습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13일, 일본 순시선이 북한에서 떠내려 온 어선 한 척을 발견합니다. 탈북자 9명이 타고 있었고요. 이들은 모두 한국행을 희망했습니다. 탈북자가 탑승한 어선이 일본에서 발견된 건 4년만이지요?

고영환: 그렇지요. 2007년 이후 처음인데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일가친척 9명이 탄 북한 목선이 13일 새벽 6시경 일본 노도(能登) 앞바다에서 표류 중인 걸 일본 어선이 발견해서 해상보안성이 구조했습니다. 책임자격인 북한 남성이 일본 해상보안성 관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우리는 한국에 가기 위해 지난 8일 오전 북한의 어대진 항구에서 떠났고, 우리는 한국으로 가고 싶고, 나는 조선인민군 소속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나의 가족과 친척이다’라는 겁니다. 배 안에는 여자 3명, 남자 3명, 아이 3명이 타고 있었고, 쌀과 김치, 그리고 디젤유를 담은 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나무로 만든 배가 직선거리로 75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항해해서 일본 근해까지 온 것에 대해 세상 사람들이 굉장히 놀라고 있는데요. 목숨을 걸고 온 거지요. 예전에 나라가 지독한 가뭄을 겪어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가는 사례가 있었고요. 또 남부 베트남이 북부 베트남에 의해 통일됐을 때 ‘보트 피플’이라는 게 있었지요. 배를 타고 베트남을 대량 탈출한 그런 사건을 빼고 나면, 전쟁 시기가 아닌 평화 시기에 이렇게 고향과 가족, 재산을 다 버리고 나라를 탈출하는 건 북한에서만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굶주림을 피해서, 너무 살기가 힘드니까, 온 가족과 친척을 데리고 ‘보트 피플’이 돼서 남한으로 오고 있는 건데요. 예부터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라님이 나라를 잘못 다스릴 때 난민이 많이 생긴다는 거죠. 인민의 생활을 돌보지 않는, 부패한 생활을 누리던 위정자들은 반드시 망한 게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지금 북한은 핵을 만들고, 열병식을 하고, 선군정치를 하고, 탱크를 만든다고 그러는데요. 이런 것보다는 폐쇄정책을 그만두고, 핵개발을 그만두고, 나라를 개혁 개방해서 경제를 살리고, 인민의 가장 초보적인 의식주 문제 같은 걸 해결해야 할 것 아닙니까. 적어도 개혁 개방을 해서, 배고픔을 못 이겨서 나라를 떠나는 사람이 없게끔 만드는 게 위정자의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리비아 소식 하나 전해드립니다. 카다피가 물러난 이후 처음으로 반군 대표가 수도 트리폴리의 중심지에서 대중 연설을 했지요?

고영환: 리비아의 시민군 대표인 리비아의 국가과도위원장이 지난 10일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승리를 선포했어요. ‘순교자 광장’에서 선포를 했는데, 원래는 카다피가 ‘녹색 광장’이라고 부르라고 한 곳입니다. 그런데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면서 이 광장에서 시민들이 좀 희생되고, 다른 지역에서도 카다피 친위군과의 전투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 ‘순교자 광장’이라고 이름을 바꿨거든요. 바로 이 ‘순교자 광장’에서 수만 명이 연설을 들었어요. 앞에서는 ‘인민의 영명한 지도자’라고 불리던 카다피가 뒤로는 수백억 달러의 나라 재산을 빼돌리면서 호화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다가 결국은 인민들에 의해서 쫓겨났고요. 지금 이 독재자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 같습니다. 이런 걸 보면 참 여러 가지가 생각납니다.

박성우: 그 광장은 원래는 카다피가 대중 연설을 하던 곳이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박성우: 그런데 이젠 바로 그 자리에서 반군 지도자가 연설을 했다는 건데요. 리비아의 변화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