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위성으로 기상관측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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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미사일과 핵으로 연이틀 국제사회를 위협했습니다. 위원님,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시사한 뒤 하루 만에 제4차 핵실험 가능성을 암시했습니다. 북한 중앙통신은 지난 15일 원자력연구원장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과 적대 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 정책에 계속 매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핵뢰성'은 핵실험을 의미하는 용어로 북한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직후 '자주의 핵뢰성을 울렸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북한은 원자력연구원장의 발언 전날인 지난 14일에는 국가우주개발국장을 통해 "앞으로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계속 날아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며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위협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은 미사일 발사 암시 후인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관련해 모든 상황에 대비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고 현재까지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중대한 도발 행위이자 군사적 위협이며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행위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 언급들에 대해 한국 정부 내에서는 해당 발언들이 국방위원회나 외무성 등의 정부기관이 아니라 연구기관 책임자와 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이라는 점에서 일단은 경고성이라고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당 창건일과 다음달 이산가족 상봉을 앞둔 상황에서 여러 카드를 써 보는 듯하다”며 “상황을 예단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한 지 하루 만에 핵 카드를 꺼내든 것은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해석이 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시사하고 나선 것은 10월 10일 미사일 발사 후 예견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막으려는 의도와 함께 한국과 중국, 중국과 미국, 한국과 미국 정상들 사이에 집중적인 정상회담들이 시작되면서 ‘나 북한도 여기에 있으니 나를 무시하지 말라’라는 신호를 주변국들에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관련된 질문입니다. 위협의 양상이 과거와는 좀 다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고영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인 내달 10일을 앞두고 지난 14일과 15일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을 잇달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의 구체적 일정을 밝히지 않는 등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국장과 원자력연구원장의 발언들이 북한 일반 주민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나와서 북한의 입장이 아직 공개적인 입장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북한 공식매체들도 관련 기사들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하여 북한이 내놓은 '로켓·핵' 메시지는 대외용이란 분석이 가능합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에 이어 핵실험 카드를 꺼내 들기는 하였지만 실제로 로켓 발사와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것인지 아직은 의문이라는 소리입니다. 정준희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어떤 북한의 발표나 보도만 가지고 북한의 입장이 확고하게 드러났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저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10월 10일을 전후하여 할 것으로 보고, 핵실험은 미사일 발사 후 국제사회,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동향을 보아가면서 강행하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이 대목에서 다시 한 번 짚어 봐야 할 문제가 있지요. ‘북한은 위성을 쏜다고 하는데 국제사회는 왜 이걸 금기시하는 걸까’라는 문제입니다. 위원님, 어떻게 설명하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과학적 목적으로 관측용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른바 인공위성 발사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간주합니다. 인공위성 발사체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다단계 로켓을 이용한다는 면에서 기본 구조가 같습니다. 위성을 탑재하면 발사체이고 탄두를 달면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됩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1718호, 1874호, 2087호, 2094호들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2013년 1월 김정은 제1위원장도 성명에서 “우리가 계속 발사하게 될 여러 위성과 장거리 로켓도, 우리가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실험도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지난 행동들이나 지도자의 발언, 공식매체들의 성명 등으로 보아 국제사회는 북한이 위성을 쏜다고 해 놓고는 실제적으로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쏘면 남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것이냐, 이게 관심사 중 하나죠. 위원님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지난 14, 15일 잇달아 장거리 로켓과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남북한의 ‘8·25합의’의 앞길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실제 도발을 강행하면 한국도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어 남북 간 긴장 국면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8·25합의’에서 남북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고 합의했습니다. 이는 남북 간에 비정상 사태가 발생하면 확성기 방송이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예고한 장거리 로켓 발사와 추가 핵실험이 ‘비정상적인 사태’에 해당하느냐라는 점입니다.

김민석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기자 회견에서 “북한이 도발 행위를 하면 국방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남북관계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얘기로 해석됩니다. 한국이 북한을 반대하는 도발을 하지 않아 왔고 따라서 ‘비정상적인 사태’라는 정의는 한국정부가 내릴 수 있습니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도발로 정의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확성기 방송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의 우주개발국장이 조선중앙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왜 위성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했는데요. 예를 들자면, 통신, 기상관측, 위치 측정, 자원탐사, 이런 걸 하려면 북한도 위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이런 설명을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이런 의문이 생겼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이 지난 14일 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계속 날아오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계속하여 "우주 개발은 세계적 추세이며 많은 나라가 통신 및 위치측정, 농작물 수확고 판정, 기상관측, 자원탐사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위성들을 제작, 발사하고 있다"며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많은 사람들은 북한 지도부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연히 군사적 목적의 장거리 미사일로 생각할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기상, 위치측정, 통신, 농작물 수확고 판정을 위하여 인공위성을 쏜다고 선전하는 경우 북한 인민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수확고 판정을 하고 위치측정을 하느냐’며 속으로 불만을 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위치측정이나 기상예고나 수확고 판정을 위해 그 비싼 인공위성을 쏘지 말고 배불리 먹고 살게 해달라, 이것이 북한 인민들의 생각일 것입니다.

박성우: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 이런 얘기들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이 있지요. 바로 이산가족 상봉을 기다리는 분들입니다. 현재의 한반도 정세가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고요. 아무쪼록 무탈하게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