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열려도 전망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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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핵 6자회담의 성과물인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8주년이 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10년 전 8월에 6자회담이 시작됐고, 8년 전 19일(2005년 9월 19일)에는 회담의 첫 번째 성과물인 ‘9.19 공동성명’이 나왔습니다. 먼저, 위원님께서는 10년 전과 8년 전 당시에 각각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부터 들어보고 싶습니다.

고영환: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북한은 원래부터 다자 회담에는 생각도, 의욕도 없었습니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미북 양자회담이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미북 회담에 북측 외교관으로 약 2년간 참가해봐서 잘 압니다. 그러나 미국 등 한반도 주변국들이 6자회담을 요구하니 북한이 할 수 없이 참여하게 된 것이었죠.

저는 6자 회담이 시작되는 걸 보면서, 북한이 참가국들 모두의 속계산이 조금씩 다른 조건에서 6자회담이 잘 될 일이 없다고, 북한은 시간만 벌면서 핵 능력을 계속 확대하여 나가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10년이 지난 오늘날 북핵 문제, 6자회담 문제를 보면 저의 생각이 옳았던 것 같습니다.

2005년 9월에 9.19 합의문이 나왔을 때에도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을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의 핵보유 의지가 워낙 강했고, 북한 체제에서 살아 본 저로서는, 북한 중앙부처에서 10여년을 일해본 저로서는, 북한이 저렇게 하는 것은 시간 끌기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저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으면서, 지원까지 받으면서, 지하에서는 핵무기를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제 생각이 불행하게도 맞은 거죠. 북한은 9.19 합의가 있었던 바로 그다음 해인 2006년에 핵실험을 하지 않았습니까.

박성우: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한 각국의 현재 입장은 뭐라고 이해하면 되나요?

고영환: 올해 초부터 중반 정도까지 한반도에서 긴장 수위를 한껏 높이던 북한이 최근에는 남북관계 개선을 표방하며 대외적으로 대화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여러 번 속은 국제사회, 특히 6자회담 당사국들 중 북한을 내놓은 5자는 북한의 대화공세에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한국과 미국의 입장은 한마디로 북한의 선행되는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10일 한국을 방문한 미 국무부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의 핵심을 받아들일 때, 북한이 비핵화에 역행하는 행동을 뒤집을 때에만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6자회담의 중심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이며 “근본적으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평화의 길로 간다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으며, 북한이 비핵화 즉 핵포기에 명백하게 동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일본도 대체적으로 한미와 공통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요.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지난 2일 모스크바에서 “북한의 일방적인 핵보유국 선언에 반대한다”면서 러시아는 북한의 호전적인 말과 6자회담으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위협,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들에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큰 맥락에서는 러시아도 북한의 핵무기를 반대한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죠.

중국 역시 여러번 밝혔지만 북한의 핵무기를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을 제외한 5개국 모두가 북핵을 용인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추가로 하나 여쭤보죠. 중국이 6자회담의 1.5 트랙, 그러니까 반관반민 회의라도 먼저 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되나요?

고영환: 먼저 1.5 트랙이 무슨 의미인가를 설명해 드리면, 정부 간 협상과 민간 전문가 협상 혹은 회의를 병합해서 하는 것을 국제정치 용어로 1.5 트랙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반관반민’이라고 하는데, 절반 정부 절반 민간이라는 뜻이죠.

중국의 이 제안은 북핵 포기를 위한 6자회담이 정체되어 있으니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핵 포기를 위한 회의를 열자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난 5일 중국 외교부의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북한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가진 회견에서 ‘중국국제문제 연구소 주최로 이달 18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과 학자들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열자’고 제의했었죠.

그러나 중국의 이 제안에 한미일 3국은 북한이 지금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이때 사실상 6자회담 당사국 협의의 성격을 가지는 이 회의에 고위 당국자를 보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이런 식의 회담이 대화 정국을 조성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정말로 핵무기를 포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핵·경제 병진노선을 취하고 있는 북한이, 그러니까 핵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이 6자회담의 재개를 통해서 노리고 있는 건 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표기했지요. 그리고 올해 3월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김정은 시대의 기본 통치노선으로 내놓았습니다.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하고 핵·경제 병진 노선을 내놓은 것은 북한 국내 주민들에게는 북한이 미국과 맞먹는 핵보유국, 핵강국이라고 선전하여 일종의 자부심을 가지게 하고, 미국에게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니 북한을 공격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또 한국에게는 우리가 핵을 가지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는 등의 다양한 목적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지요. 그런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온다고 하는 것은 중국과 미국 등이 6자회담에 자꾸 나오라고 하니 마지못해 나오는 측면이 있고, 더 나아가 6자회담을 ‘핵 군축의 장’으로 만들어 핵보유국이 아닌 한국과 일본을 몰아내고 미국과 중국으로부터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6자회담의 전망이 밝아보이진 않습니다.

박성우: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 담판을 짓고 싶어한다, 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북한은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다자 회담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북한의 의도는 평화협정이든, 미군철수든 모든 문제를 미국과 담판을 짓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2003년 6자회담이 시작된 후에도 미국과 단독으로 회담을 가지고 싶어했고, 6자회담장을 북미회담의 장으로 이용하려고도 했습니다. 북한의 본심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금도 미국과 단독회담을 통해 핵보유국의 지위도 보장받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싶어합니다. 변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핵은 보유한 상태로 평화협정을 맺고, 미국이나 일본과 수교도 하고, 이런 일이 실현될 가능성은 얼마나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미국 그리고 일본과 외교관계를 맺을 가능성은 제로, 그러니깐 영 퍼센트라는 결론부터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 중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할 나라는 단 한나라도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도 절대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북한이 핵을 계속 보유하고 핵무기를 확대해 나가면 한국과 일본 등도 핵무기를 만들려고 시도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들이고 기술대국들이죠. 그래서 핵무기를 만들자고 하면 1년 안에 첨단 핵무기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미국이나 중국 등이 절대로 용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은 북핵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북한이 미국이나 일본과 수교하고 원조를 받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고, 북한은 점점더 고립된, 외로운 처지에 빠져들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이미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로 이해가 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