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리설주 공개, 현재까지는 성공적”

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리설주에 대한 한국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먼저, 리설주는 어떤 인물입니까?

고영환: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1989년생으로 올해 23세이고, 금성 제2고등중학교를 나온 여성이라고 밝혔습니다. 리설주는 중국에 유학 가서 성악을 공부했고, 은하수 관현악단 소속 가수로 노래를 불렀죠. 또 2005년 한국의 인천에서 열렸던 아시아육상경기대회에 북한 측 응원단으로 온 적도 있는 여성입니다. 결혼을 언제 했는가는 명확하지 않지만 2009년에 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북한이 구라파에서 고급 아기용품과 젖을 짜는데 쓰는 스위스산 최고급 유축기까지 수입하는 것으로 보아 아이도 한 명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리설주는 스무 살 때 결혼을 하고 결혼 후 얼마 안 돼 아이를 출산하였다는 것이죠.

김정은이 스물다섯 살에, 리설주가 스무 살에 결혼을 한 것은 북한에서도 극히 이례적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어 일을 하다가 결혼하는 게 보통인데, 이 부부는 너무 나이가 어릴 때 결혼한 거지요. 이것은 저의 추측인데요. 2008년 김정일이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지고 난 후 북측은 급하게 후계자를 결정하였고, 김정일이 죽기 전에 손주를 보고 싶어 일찍 결혼을 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리설주는 현재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20대 초반에 대통령 혹은 국가 지도자의 부인이 된 사람이 현대 사회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참 여러 부문에서 세계적 기록을 깨고 있는 셈입니다.

박성우: 리설주가 전례없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는데요. 실장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일 시대 북한은 김정일의 부인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김정일에게는 영화배우 성혜림, 타자수 김영숙, 무용배우 고영희, 음악가 김옥 등 부인이 네명씩이나 되고, 여러 부인에게서 많은 자녀들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후계자가 된 후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젊은 부인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전격 공개한 데 그치지 않고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를 군부대 시찰, 예술공연 참관, 국가 행사 참석, 가정집 방문 등에 다 데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은 리설주를 모란봉 시범악단 공연에 데리고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이 시범공연에는 배경화면에 미국 영화의 장면들을 흐르게 하고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영화 주인공들인 백설공주, 미키 마우스, 곰돌이 푸도 등장시켰습니다. 심지어 리설주가 보통 가정을 방문하여 설거지까지 하는 모습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리설주가 보여주는 모습에 다른 측면도 눈에 띕니다. 리설주는 시아버지의 동상을 방문했을 때 약 5천 달러짜리 티파니 목걸이를 했고, 들고 다니는 손가방도 2천 달러짜리 크리스티안 디올 제품이었습니다. 사치스럽게 산다는 뜻이죠. 설거지를 하는 모습과 고급 보석을 하고 다니는 모습이 너무나도 상반되어서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였고, 한국에 와서도 북한의 정치를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땐 김정은이 리설주를 공개하고 현장 시찰에 데리고 다니는 것은 우선 여러 명의 부인을 두었던, 그래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게 하였던 아버지 김정일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는 한 명의 공식 부인만 둘 것이고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겠느냐는 거지요.

박성우: 북측은 리설주를 공개함으로써 얻고자 했던 효과가 있었을 텐데요.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를 공개한 것은 부친 김정일이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를 끝까지 감추고 은둔 생활을 하게 한 데 대한 불만이 가장 클 수 있다고 봅니다. 소식들에 의하면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을 그토록 보고싶어 했지만, 여러 명의 부인과 그 부인들에게서 여러 명의 자식을 본 김정일이 김일성 앞에 이들을 소개하고 공개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고 합니다. 그런 부친에 대한 반감이 “나는 당당하게 내 부인을 공개한다” 이런 모습으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측면도 있어요. 친모 고영희가 일본 오사카 출신이잖아요. 재일교포라는 거죠. 우상화하기가 좀 힘들 것 같으니까 대신 부인 리설주를 우상화하려는 목적이 있지않나 생각합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북측이 고영희 우상화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있거든요. 사람들이 궁금해 하니까 리설주를 공개해서 그걸 상쇄하려는 노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현재까지는 김정은의 의도대로 부인을 공개한 것이 북한에 득이 된 것 같아요. 효과가 있었다는 말이죠. 사람들이 많이 흥미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지금은 북한 주민들이 지도자의 부인을 보고 ‘예쁘다, 곱다, 괜찮은 여자인 것 같다’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북한 경제와 살림살이가 좋아지지 않으면 주민들의 원성이 김정은과 리설주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살기도 힘들고, 수해가 나서 먹고살기 힘든데, 저 젊은 사람들은 나이 많은 간부들 앞에서 팔짱을 끼고 웃으며 놀이기구를 타느냐, 그리고 저 여자는 뭘 저렇게 비싼 옷과 보석들을 줄줄이 달고 다니느냐, 정말 보기싫다, 이런 불만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리설주가 자기 세력을 만들 가능성은 없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리설주는 자신의 시아버지 김정일이 여러 명의 부인을 두었고, 그 중 두 명이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김정일은 첫 번째 부인 성혜림과 사실상 결혼 생활을 했는데 김일성이 반대하였고, 그러니까 김영숙과 정식으로 결혼을 했고, 그랬다가 세 번째 부인이며 김정은의 친모인 고영희를 만나서 드디어 안정을 찾았지요. 그래서 고영희와 김정일 사이에는 김정철, 김정은, 김여정 등 세 명의 자녀를 두게 됩니다. 이 와중에 첫 번째 부인 성혜림은 충격을 받아 우울증에 걸리며, 결국에는 모스크바로 보내져 치료를 받다가 쓸쓸하게 혼자 사망합니다. 이런 사실은 김정은도 리설주도 아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리설주는 성혜림이 아니라 고영희가 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실 김일성의 둘째 처 김성애는 한 때 북한에서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권세를 누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서 태어난 김평일을 후계자로 만들려 하였죠. 물론 권력투쟁에서 김성애가 김정일에게 밀려 권력 2선으로 물러났고, 김정일이 후계자가 된 이후에는 꼼짝도 하지 못했던 것이 역사적 사실입니다. 리설주도 남편 김정은이 힘만 실어 준다면 제2의 김성애처럼 권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설주는 나이가 들수록, 철이 들수록 김성애나 성혜림처럼 될 것이 두려워 남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겠죠. 그리고 간부사업에도 관여하려 들 것입니다. 그러나 옛날부터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은 북한 주민들은 이런 리설주를 어떻게 볼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반리설주, 친리설주파가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리설주는 북한의 잠재적 불안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실장님께서 리설주에게 기대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고영환: 최근 발간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는 에릭 호 전 홍콩 특파원이 쓴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그는 기고문에서 리설주가 크리스챤 손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이 가방 한 개 값이 북한 근로자 1년 월급보다 더 비싸다고 하면서, 프랑스 혁명 때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될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다가 혁명군과 시민들에 의해 교수형에 처해진 프랑스 국왕의 부인 마리 앙뜨와네트 신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저는 리설주가 사치를 일삼은 마리 앙뜨와네트가 될 것이 아니라 끼니 걱정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을 어루만지는, 그런 따뜻하고 소박한 생활을 하는 여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사치를 일삼는 지도자와 그 가족은 말로가 좋지 않다는 점, 최근에 중동의 여러 국가에서 볼 수 있었지요. 리설주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