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공포 정치로 점철된 김정은 후계체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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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이 북한 정권의 후계자가 된 지 1년이 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은 지난해 9월28일에 열린 당 대표자회를 통해서 후계자가 됐지요. 3대 세습을 공식화한 지 1년이 되어 간다는 말인데요. 그간 북한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고영환: 지난해 9월28일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후계자로 대내외에 공식화됐지요. 김정일이 2008년 8월 뇌출혈로 쓰러진 후 후계자로 내정됐던 걸로 보이고요.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대북 소식통들에 의하면, 2009년 11월30일에 단행한 화폐개혁이라고 하거든요. 아마도 김정은은 화폐개혁을 통해서 자신이 북한 경제 문제에 밝다는 걸 인민들에게 알리려고 했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화폐개혁은 결국은 실패했고요. 이 실패로 인해서 북한의 중산층이 허물어졌어요. 그리고 경제는 완전히 파탄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까 주민들의 불만이 최고조로 올라가는 걸 막기 위해서 화폐개혁의 실무를 책임졌던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을 총살해버렸고요.
김정은은 주민 생활이 더 나아지는 게 없으니까 '전국에 총소리를 울려라'고 지시했다고 해요. 그래서 공개처형이 많이 진행됐고요. 이에 따라서, 지난해 알려진 것만 60여 건의 공개처형이 북한 각지에서 진행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탈북자에 대한 단속,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행위에 대한 단속이 굉장히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니까, 각 지역에 폭동 진압용 특별 기동대를 창설해서 곳곳에 숨겨놓고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면서 가장 먼저 장악한 기구들이 보위부와 인민보안부라고 합니다. 이게 바로 극도의 공포 정치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인민들의 생활수준은 나아지지 않고, 공포정치는 심해지고 있는 거지요. 사실 후계자다운 후계자가 되려면 경제 부문부터 먼저 손에 쥐어야 하는데, 이걸 하지 않고 공포 정치를 하는 보안 기관부터 손에 쥐었다는 건, 전혀 지도자다운 모습이라고 볼 수 없지요. 아마 내년에 강성대국을 선포할 텐데, 경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개혁 개방도 하려 하지 않고, 그러면 인민 생활이 나아지지 않을 테고, 이렇게 되면 후계자의 지위는 흔들릴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북한 이야기는 좀 있다가 다시 여쭤보기로 하고요. 리비아로 잠시 가보겠습니다. 리비아에서는 반군이 독재자 카다피를 몰아내고 수도 트리폴리를 차지한 지 한 달이 됐습니다. 그간 리비아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고영환: 지난 6개월 동안 리비아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나서 시민군에 의해 민주화 혁명이 쭉 진행돼 왔고요. 최근 수도 트리폴리에서 승리를 선언했고, 카다피의 요새, 궁전, 그리고 고향 마을인 시르테, 이런 지역이 다 함락돼서, 혁명의 첫 단계는 막을 내리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고요. 카다피는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 해외로 망명했는지, 감감무소식이고, 그의 처와 자식들은 다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지금 텔레비전으로 비춰지는 리비아 곳곳을 보면, 여기저기 세워졌던 카다피의 동상은 머리가 잘려서 없어졌고, 곳곳에 걸려있던 대형 초상화들은 이미 찢겨졌습니다. 그리고 리비아 시민들은 자유를 누리고 있는데요. 리비아 시민군의 투쟁을 지휘했던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NTC)가 있습니다. 이 위원회가 지금 임시정부를 수립하려 하고 있고요. 앞으로 8개월 이내에 국민의 정부를 새로 선출하고, 리비아 인민들에게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취지의 새로운 헌법을 만들 거라고 말했습니다. 카다피가 해외로 빼돌린 돈이 거의 1천억 달러라고 해요. 그 돈만 찾아온다면 아주 새롭고 민주적이고 발전된 새로운 리비아를 건설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요. 새로운 리비아의 등장은 특히 북한에 많은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리비아에서 지난 한 달 동안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장님, 그런데 북한에도서 변화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지요. 북한에서도 노동자를 고용해서 월급을 주는 사업가가 등장했다는 보도가 있던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최근에 북한에서 나온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변화는 실로 놀랍다고 할 정도입니다. 북한이 그렇게 세계에 대고 자랑하던 배급 체계는 거의 다 무너졌고요. 군대, 보안부, 보위부 같은 기관들만 배급제로 살아가고 있고, 2천만 일반 주민들은 배급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말 그대로 자력갱생을 해서 자기 힘으로 살아나가고 있는 거지요. 그래서 장마당이 활성화 되고 있고요. 장마당은 시장의 원리에 의해서 작동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이 그토록 자본주의를 비판해 왔는데, 지금 북한의 경제를 움직이는 건 자본주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버스 운송이나 고기잡이, 그리고 탄광 사업까지 개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개인 소유가 불법이다 보니 개인이 자동차와 버스를 가지고 있으되, 국가기관에 등록만 해 놓고, 실제로는 개인이 일한 만큼 돈을 주는 자본주의가 운영되고 있다는 거지요. 소토지와 주요 탄광까지 개인화되고 있다는 건 시장경제가 북한에서 정말 작동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다른 소식도 좀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19일은 북핵 6자회담의 결과물인 9.19 성명이 채택된 지 6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때맞춰서 북경에서는 제2차 남북 비핵화 회담이 21일에 열리기도 했는데요. 실장님, 그간 있었던 북핵 문제와 관련한 평가도 좀 해 주시지요.

고영환: 북한이 핵을 폐기하기로 약속한 게 6자회담이었지요. 2005년 9월19일에 성명이 채택됐고, 그로부터 6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21일엔 북경에서 남북한 외교부 당사자들이 모여서 남북 비핵화 회담의 형식을 갖췄는데요. 지금 세계가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중단,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복귀, 그리고 원자탄과 미사일 실험의 중단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조건 없는 6자회담의 재개'만 되풀이하고 있어요. 북한의 의도는 6자회담 본회의에서 활용할 협상 카드를 아무런 보상 없이 줄 수 없다, 그리고 형식적인 남북 회담을 한 다음, 이를 미북 회담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로 삼겠다는 것 같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의견은 이렇습니다. 2008년 12월에 마지막 6자회담이 열렸거든요. 그때 북한이 약속했고, 실행했던 조치들이 있어요.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맞는 것이지, 2005년이나 2003년 시점으로 가서 다시 시작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시계추를 너무 많이 돌리지 말라는 말로 이해가 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난 3년 동안의 임기를 마치고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가 다음 주에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데요. 실장님도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셨잖습니까. 스티븐스 대사의 지난 3년간의 활동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스티븐스 대사가 귀국합니다. 특이한 건 스티븐스 대사가 남자가 아니고 여자라는 겁니다. 그 여자 대사가 기자회견에서 '인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게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은 한국에 인연을 참 깊게 맺고 있다, 70년대부터 한국에 와서 영어를 가르치고, 한국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쭉 근무했다는 건데요. 한국말도 참 잘하고요.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도 가지고 있어요. 한국의 일반 사람들 집에 가서 밥도 먹고, 절에 가서 머물기도 했지요. 이런 모습을 본 한국 사람들은 이 사람이 돌아가는 걸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어요. 이 사람이 했던 일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한 것인 듯하고요. 그리고 한국인이 미국에 갈 때 비자, 그러니까 사증이 없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여성이 대사를 할 때 실현됐습니다. 저도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지만, 북한에는 여자 대사가 없어요. 남녀평등을 외친지는 그렇게 오래됐지만, 여자 대사는 없습니다. 북한에도 여자 대사가 있는 날이 꼭 오리라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박성우: 스티븐스 대사의 후임자가 성김 대사인데, 이분은 한국계 미국인이지요. 성김 대사의 활약상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