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라도 풍성한 추석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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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추석 맞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실무적 차원의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이제 추석인데요. 아마 이산가족 상봉을 기다리시는 분들은 매우 기대가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석 맞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준비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잠시 설명을 해 주시죠.

고영환: 올해 10월 20일~26일로 예정되어 있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준비를 위한 시설 개보수 인력이 지난 24일 금강산을 방문했습니다. 남한의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방북단은 통일부와 현대아산 기술자 등 30~40명으로 구성되며, 추석 연휴 전 개보수에 착수하고 연휴 이후부터 본격적인 개보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대변인은 "시설보수는 이산가족 상봉 5일 전인 10월 14일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추석 연휴 이후부터는 하루 평균 50~60명의 인력이 현지에서 체류 또는 출퇴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준비는 차곡차곡 잘 진행되고 있는데 한 가지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가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여기에 더하여 핵실험을 하는 경우 유엔의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를 피하지 못할 것이고, 이 같은 시나리오가 반복될 경우 남북관계는 단기간에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합니다.

물론 한국 정부는 북한의 끊임없는 이른바 인공위성 발사 및 핵실험 가능성 시사와 무관하게 내달 20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준비는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인도주의적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국제사회의 계속되는 우려와 충고를 귀담아 들어 파국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이산가족분들 항상 하시는 이야기가 ‘생사확인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데요. 이유가 있지요?

고영환: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오는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남측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9일 컴퓨터 추첨을 통해 1차 상봉 후보자 500명을 선정했습니다. 6만여명 가운데 뽑혔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지만, 이후 건강 상태와 상봉 의사 등을 따져 다시 300명이 떨어지고 그 중 200명만이 남게 되거든요. 여기에 한국전쟁 당시 국군포로와 납북자 50명을 별도로 더해 250명의 생사확인 명단을 작성해 지난 9월 15일 북측에 명단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북측에서 생사확인 작업이 끝나고 다시 회신이 오는 경우 이를 토대로 마지막 100명만이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이산가족 상봉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신청자 600명에 한 명이 당첨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한다면 앞으로 600회를 더 해야 모든 이산가족이 한 번 정도만 북측에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식의 상봉보다는 모든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부터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측 가족과 교류협력으로 생사 확인을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4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현재 생사를 아는 이산가족은 전체 남북 이산가족의 5% 정도에 불과합니다. 한국정부는 인도주의 사안인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산가족들의 전면적 생사, 주소 확인을 위한 명단 교환, 상봉 정례화, 서신교환 등의 방도들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인도주의적인 사안인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이 문제에 대단히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과 친척들이 살아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그리고 남에 있는 북의 가족 친척들이 살아 있는지 하는 문제부터 서로 알려주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또 한가지 시급한 과제가 있습니다. 고령의 이산가족분들, 돌아가시기 전에 상봉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건데요. 어떤 대책이 있을까요?

고영환: 현재 남측에 살아 있는 이산가족은 7만1천400여 명입니다. 이들 중 매년 평균 약 3,800명이 사망합니다. 7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평균 기대수명을 고려할 때 이들 대부분은 10년 내에 사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이산가족이 생애 한 번이라도 상봉하기 위해서는 최소 상봉인원을 매년 6,60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하며,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에는 향후 10년간 매년 6,000명 이상 상봉해야 한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의 이용화 박사는 말했습니다.

이런 특별한 방법 외에도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산가족 사이에 서신교환 및 화상상봉의 재개와 활성화, 그리고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의 상시적 운영,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등과 같은 다양한 이산가족 문제 해결책들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해결 방법은 다 나와 있는데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이 이 문제를 북한 체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죽기 전에 가족과 친척들의 얼굴을 단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다고,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다고 하는데, 5천년 문화를 자랑하는 남북한이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통한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성우: 워낙 상봉 대기자는 많은데 실제 상봉할 수 있는 인원은 턱없이 적기 때문에 심지어는 사후 대책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걸 보시고 어떤 생각 드시던가요?

고영환: 이산가족의 고령화에 따른 사망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한국의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들의 사후 교류까지 준비하는 특단의 조치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이산가족 1만여명의 영상 편지를 제작하고 1만여명의 유전자를 검사할 계획이라고 대한적십자사가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 대한적십자사는 1천2백여건의 유전자를 이미 검사한 바 있습니다. 이산가족의 유전자 검사는 가족관계 확인 등 그분들이 돌아가신 후에라도 남북 교류뿐 아니라 재산권과 상속 문제 등 법적 분쟁에 대비하는 효과도 있다고 적십자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참고로 이산가족 상봉의 첫 만남은 1985년에 성사돼 2000년부터 본격적인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으며, 현재까지 총 19차례의 대면 상봉과 7차례의 화상 상봉을 통해 2만6천여명이 재회했습니다. 1945년 남북 분단으로 헤어진 분들, 6.25 한국전쟁으로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의 대다수는 이미 나이 70을 넘긴 분들입니다.

저는 이런 보도를 보면서 고향 땅을 밟아 보지 못하고 피붙이들을 만나보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의 천추에 맺힌 원한을 풀어드리기 위하여 그분들의 유전자까지 조사하고 기록하고 보관하는 나라, 그런 나라가 세계 그 어디에 있을까, 언제까지 이런 비극을 안고 가야 할까, 정말로 이제는 남과 북의 정부 그리고 적십자 같은 민간단체들까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이 숭고한 과업을 수행하지 못하면 우리는 후세에 떳떳하지 못할 것이고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박성우: 어찌 보면 탈북자도 이산가족이죠. 이제 추석인데요. 북에 계신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 주시죠.

고영환: 저도 이산가족의 한 사람입니다. 정치적 상황에 의하여 본의 아니게 북녘 땅을 떠나 한국에 정착을 한지도 어언 24년, 그 동안 부모님 다 돌아가시고 형제자매, 친척들은 생사도 모르면서 지나온 지도 만 24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북한 외교관으로 있을 때 이산가족 문제는 먼 달나라 이야기처럼 생각했는데, 막상 이제는 제가 이산가족이 된 것입니다.

제가 북에 계시는 저의 가족, 친척, 친구, 그리고 북녘 동포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우선은 그분들이 무척이나 보고 싶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한민족이고 한가족이라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 점이라는 것입니다. 두 체제에서 다 살아본 저에게는 지나보니 사상이니, 이념이니, 혁명이니 하는 말들은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비록 풍요롭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속으로라도 풍성한 추석을 보내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일단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사히 끝나야 하겠죠. 그리고 이게 계기가 돼서, 탈북자를 포함해 모든 이산가족이 자유롭게 서로를 만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 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