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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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기조 연설을 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서 요즘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요. 우선,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현지 시간으로 24일 수요일에 유엔 총회에서 연설했습니다. 위원님 보시기에 어떤 내용이 제일 눈에 띄었습니까?

고영환: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했습니다. 제 눈에 가장 띈 것은 역시 북핵 문제, 통일 문제, 그리고 북한 인권문제였습니다. 이 문제들은 현재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인 북한 핵문제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박 대통령은 “21세기에 들어 핵실험을 한 유일한 국가가 바로 북한이고 북핵은 국제 평화에 심각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핵무기 비확산 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핵 포기를 종용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은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여러 나라들처럼 경제 발전과 인민의 삶을 개선하는 길로 나와야 한다”며 “그럴 경우 한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 발전을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내용은 바로 북한 인권문제입니다. 박 대통령은 “오늘날 국제사회가 큰 관심과 우려를 가지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북한 인권문제이며, 북한과 국제사회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권고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박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 문제를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올해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돌이 되는 해이지만 아직 한반도는 분단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는데 세계가 함께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문제가 바로 북핵, 북한 인권, 통일 문제였던 것이죠. 사실 이런 문제가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안들입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변화의 길로 나서야 하며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통일을 위해 남한과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뉴욕 현지 시간으로 27일 토요일에는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이 총회장에서 연설을 할 예정입니다. 어떤 내용이 담길 거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이 지난 21일 유엔 총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연설할 때 유엔 총회장 제일 앞줄에 앉아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도 했는데요.

리수용 외무상이 이번 유엔 총회에 직접 참가한 것은 유엔 등 다자외교에서 쌓은 경험을 이용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북한 인권 개선 촉구 움직임을 저지하고,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장본인’은 바로 미국이라고 주장하며, 통일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에 대해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어 내기 위한 움직임의 일부라고 판단합니다.

특히 북한 인권 개선 요구를 묵살하고, 북한은 인권을 가장 중시하는 나라이며, 반대로 세계에서 ‘인권이 가장 나쁜 나라는 바로 미국’이라고 주장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북한 당국의 반격이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하나 더 여쭤보죠. 리수용의 동선이 관심을 모았는데요. 이란을 거쳐서 뉴욕에 도착했고. 또 뉴욕을 떠난 후엔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리수용 외무상은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이란을 방문하였고, 그 후에 유엔으로 출발해 현재 미국에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리수용 외무상은 유엔 방문 후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이란을 방문한 것은 두 나라가 무기 수출 등 군사 부문에서의 교류와 협조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가장 가까운 나라이고 북한에 주는 영향력이 가장 큰 나라인 중국을 외무상이 된 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리수용이 이번 외국 방문 기회에도 중국을 가지 않고 러시아를 찾는다는 걸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 동안 세계에서는 중국이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김정은의 방중도 실현되지 않아 ‘북한이 중국에 화를 내고 있다’는 뉴스가 많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리수용 외무상이 중국에 안 가고 러시아를 간다고 하니, 더욱 북중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강석주 로동당 국제담당 비서도 아직 중국을 가지 않았고, 리수용 외무상도 중국을 빼놓고 러시아를 간다고 하니, 북중관계가 찬바람을 맞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는 북한이 중국에 많은 화를 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박성우: 이번 유엔 총회에서는 특기할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가 많이 거론됐다는 거죠.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지난 23일 미국의 뉴욕에서 한국, 미국, 일본, 호주의 외무장관들, 그리고 제이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 등이 모인 가운데 북한의 인권 상황을 주제로 하는 고위급 회의가 개최됐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 국제적인 행사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주재하였고,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탈출한 탈북자 신동혁 씨가 초청돼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폭로했다는 것입니다.

유엔 총회가 미국의 뉴욕에서 진행되고 있어 누구보다도 바쁜 사람인 케리 국무장관이 시간을 내어 이 회의를 주재하였고, 여기에 한국, 일본, 호주 외무장관과 유엔 인권최고대표 등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하였고, 정치범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탈출하여 한국에 정착한 신동혁 씨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발표하였다는 것은 북한 인권문제가 현재 세계에서 얼마나 큰 관심을 끌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케리 장관은 이 회의 연설에서 “북한에서 인권 침해가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북한은 사악한 정치범 수용소들을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이번 유엔 총회에서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강도 높은 대북 인권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유엔과 세계가 북한의 인권 문제에 이토록 신경쓰는 것은 2만7천여명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이 세계에 알려지고 있고, 이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잔인한 고문과 처형,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와 정치적인 이유로 인한 대대적인 감금 등이 세계의 분노를 키우고 있습니다.

세계가 이렇게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북한 당국에 인권 상황을 개선하라고 줄기차게 요구를 하는 경우, 북한 지도부가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작은 변화는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어 있습니다. 저도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도 북한의 인권 상태를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주민들의 거주, 직업 선택의 자유, 여행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며, 특히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존 케리 국무장관이 주재한 북한 인권 관련 장관급 회의에 북한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밝혔죠. 하지만 거부당했습니다. 북한은 왜 참여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미국과 한국 등은 왜 거부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앞에서 말씀 드린 북한 인권 관련 국제회의에 북한이 참석하겠다고 했는데, 부결당했습니다. 이번에 유엔 총회에 리수용 외무상이 직접 참가한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고 이번 총회에서도 해당 결의안의 채택이 유력시 되니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국제회의에 북한이 참가하는 경우, 북한에는 인권문제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회의 진행 자체를 방해하고 나설 것이 분명하니 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인공위성으로 매일 같이 정치범 수용소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데 정치범 수용소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왜 세계가 그토록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리수용 외무상이 27일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북한의 인권 현실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다면, 이는 위원님께서 지적하신대로 정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