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없는 대화? ‘국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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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접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관료들이 최근 들어서 미국 측 인사들과의 접촉 빈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북한은 지난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의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 담당관과 만났고, 지난 9월 18일에는 중국 외교부가 베이징에서 마련한 6자회담 관련 반관반민 회의에 참석하여 ‘전제조건 없는 핵협상 재개’를 주장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영국에서 북한의 리용호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보스워스 전 국무부 특별대표 등이 만난다고 합니다. 미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영국 접촉이 “북한 측의 솔직한 입장을 들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의 외무성 간부들이 미국의 현직 관리, 즉 현직 간부들을 만나지 않고 전직 관리들을 만나는 것은 현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비핵화를 위한 실제적이며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회담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1990년대부터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를 끊임없이 기만하면서 핵은 핵대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신뢰와 믿음에 기초하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듯이 국가 간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약속만 하고 실천하지 않은 사람을, 그리고 그런 국가를 그 누가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오바마 행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해 놓고는 원유 등 원조물자만 타 가고 비핵화의 실제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은 북한에 여러번 속았고, 그래서 다시는 이런 북측의 기도에 빠지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니 급해진 북한이 미국의 전직 간부들, 그러니까 현직에서 물러난 인사들과 접촉하여 북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인해 취해진 유엔 제재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현재 권력의 이동이 벌어지고 있는 북한에서 ‘외무성이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소리를 김정은에게서 들을까봐서 외무성이 초조해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4일 유엔 총회에서 기조 연설을 했지요. 여기서 북핵과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는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면서 시리아 사태와 이란의 핵 문제만 언급하고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문제, 특히 화학무기 문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현재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서 정부군이 주민들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하였고, 이에 국제사회가 분노하면서 시리아에 반대하는 세계의 군사작전이 임박한듯한 분위기가 조성됐지요. 시리아 편을 들고 있는 러시아가 긴급 중재에 나서서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폐기하도록 하겠으니 군사작전은 보류하자’는 내용의 협상을 미국과 하였고, 시리아 정부도 화학무기 전량을 국제사회에 신고하고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입니다.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했지요. 이란에서는 최근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었고, 미국과 맞서던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떨어지고 미국 및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조하는 개혁성향의 하산 로하니가 대통령이 됐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은 핵문제를 미국 등 국제사회와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했고, 심지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식의 말도 흘렸습니다. 미국과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문제해결을 위해 긍정적이고 실제적인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시리아나 이란과의 관계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하면서 북한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이는 ‘핵찜질’이니 뭐니 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를 위협하다가 최근 들어 갑자기 유화적인 대화 공세를 취하는 북한에 대해 두 가지 의미의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첫째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함이 없이 대화공세를 펴 또다시 국제사회와 특히 미국을 속이려 드는 북한을 철저히 무시해 버리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둘째로는 이란이나 시리아처럼 확실하게 진정성을 보여라, 화학무기를 폐기하겠다고 공식 약속한 시리아나, 핵을 포기할 수 있다면서 미국까지 날아 오는 이란 대통령의 경우처럼 확실하게 무엇인가 보여라, 그렇지 않으면 한국 속담처럼 “국물도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박성우: 지난 주에는 북한이 ‘핵 보유국’인지 여부를 놓고 한때 논란이 있었지요. 이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요. 왜 자꾸 반복되는 건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지난 23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벤 로즈 부보좌관이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어 이란과는 핵개발 단계가 다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은 이미 2006년에 핵실험도 하였지만, 이란은 아직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해 개발 단계도 다르고, 따라서 대처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는 요지로 발언했습니다.

그의 발언의 핵심은 아직 핵실험을 하기 전인 이란의 경우 외교적 노력을 통한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었지만,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말처럼 들려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논란이 일자 미 국무부의 패트릭 부대변인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런 오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였다’고 아무리 말하여도 북한이 실제 사용가능한 핵을 가지고 있는지가 우선 의문스럽고, 현재 국제법적으로 핵을 가지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나라, 즉 핵보유국도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국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핵실험을 했으니 인도나 파키스탄 정도처럼 북한도 핵무기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반론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세계 기구나 정부들이 인정하는 공식 핵보유국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소수의 일부 사람들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는데서 오해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우리 청취자들이 헛갈릴 것 같습니다. 그럼 국제사회가 말하는 ‘핵 보유국’이라는 건 무슨 뜻입니까?

고영환: 앞에서도 잠시 언급하였는데, 핵보유국 지위라는 것은 법적인 용어로서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세계에는 핵확산방지조약, 즉 NPT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NPT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만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나라, 즉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도 공식적으로 볼때 핵보유국이 아닙니다. 그래서 북한도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졌다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박성우: 이 소식도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들이 관심을 가지실 것 같은데요. 쿠바가 이제는 북한보다는 남한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쿠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요?

고영환: 쿠바의 언론 매체들이 연이어 쿠바가 북한보다는 한국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쿠바 언론인 ‘쿠바넷’이 “한국이 북한보다 쿠바와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는데요. 칼럼은 사설이나 논설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쿠바넷은 이전 북한과 쿠바는 맑스-레닌주의에 입각한 통치, 중앙집권적인 경제 제도 등을 공유해 관계가 좋았고 한국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으나, 현재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사라지고, 현재 쿠바의 지도자 라울 카스트로는 예측이 어려운 김일성의 손자인 김정은의 꽁무니를 쫓아다니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표현이 특이하지요.

또한 쿠바넷은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상품이 쿠바를 휩쓸고 있으며 “한류” 즉 한국바람이 쿠바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쿠바의 텔레비전도 한국의 높은 경제수준과 서울의 발전상을 상세히 전하였고, ‘아바나 타임스’라는 신문도 쿠바와 한국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제가 보기에는 국가 간 관계는 주고받을 것이 많아야 발전하는데 북한과 쿠바는 이제는 주고받을 것이 없고 한국과 쿠바는 주고받을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쿠바에 한국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외교이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달리 말하면, 북한은 그만큼 더 고립되고 있다는 뜻이 되는데요.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핵이겠지요. 북한이 핵을 가진 상태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는 점, 이 대목에서도 알 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