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이 되면서 3대 세습을 공식화한 지 2년이 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2010년 9월 28일,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에 임명됐습니다. 3대 세습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는데요. 이후 2년이 지났습니다. 오늘은 지난 2년을 평가해보고자 하는데요. 먼저, 김정은 체제가 연착륙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2010년 9월 28일 김정일은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주면서 김정은이 명실상부한 자신의 후계자임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북한이 3대 세습을 공식화한 날이 9월 28일이라고 보면 되고요. 이제 2년이 지났습니다. 김정은은 1984년 1월 8일생이니 2010년 당시 26세에 2,300만 북한 주민을 통치하는 권력, 그러니까 한 개 국가의 권력을 통째로 넘겨 받은 것이죠. 세계 역사에 26세의 나이에 군 대장 칭호를 받은 사람은 김정은이 처음일 것이고, 이 나이에 한 개 국가를 넘겨받은 사람도 일부 왕조국가를 제외하고는 김정은이 처음일 듯 합니다.
그런 김정은이 지난 2년동안 북한을 큰 무리 없이 이끌어 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연착륙을 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 이유가 김정은의 리더십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우선은 김일성, 김정일이 지난 60여년 동안 북한을 강철같은 통제로, 반대파가 일절 허용되지 않은 유일 독재체제로 북한을 이끌어 왔기 때문에 누가 지도자가 되더라도 북한을 크게 변화시킬 수 없는 토양을 만들어 놓았고, 둘째로는 김정일 사후 김일성의 혈족인 김경희가 버티고 있고 그의 남편 장성택을 비롯한 북한 당 정 군의 고위 간부들이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면 자신들의 미래도 없다’는, 이른바 ‘같은 배를 탔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서 북한을 단합하게 만들고 체제를 연착륙하게 만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은 외부적으로 파악되는 것이고, 실제로는 김정일 시신 운반시 군부 4인방이었던 이영호 총참모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의 숙청,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의 강등 등 3인방이 숙청 또는 강등된 것을 보면 북한 내부적으로 권력 투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북한의 얼굴이 되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김정은 체제가 내부적으로는 불안하다는 결론을 낼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실권자는 장성택과 김경희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요. 이건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김정일은 생전에 이영호를 총참모장으로 임명해 김정은을 군사적으로 보좌하게 하고, 우동측을 보위부 1부부장에 임명해 김정은 체제의 보안을 책임지게 하고, 당적으로는 리제강 조직부 제1부부장이 장성택을 견제하게 만드는 교묘한 후견체제를 만들었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이 뇌졸중에 걸려 집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던 시기인 2010년 5월 리제강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7월 15일에는 김정일이 직접 임명하였던 이영호 총참모장이 정치 무대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2011년 초에는 김정일의 최측근이었던 류경 보위부 반탐 부부장이 처형되었고, 올해 4월 경 우동측 보위부 제1부부장도 숙청되었습니다. 김정일이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임명하였던 모든 사람들이 사라진 것입니다.
대신 장성택의 측근인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으로, 문경덕, 박도춘, 김양건 등은 당 중앙위원회 비서로 승진하였습니다. 장성택의 부상은 이미 김정일의 첫 시신 공개 때 장성택이 대장 군복을 입고 나오면서 이미 예상되었었죠. 최근 장성택의 부상은 눈이 현란할 정도입니다. 장성택이 지난 8월 수십 명의 간부들을 데리고 중국을 국가수반급 대우를 받으며 방문했죠. 그리고 지난 7일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사망한 후 평양 세계평화센터를 방문해 조의를 표시한 것 등을 보면 장성택이 내정, 외교, 대남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을 움직이는 실세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현재 김일성의 ‘기본가지’로 유일하게 살아 남아 있는 김경희 비서는 김정은의 정신적 지주로, 확실한 후견인으로 자리매김을 한 것으로 보이고요. 김경희도 2년 전 김정은과 함께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았고 올해 당대표자회에서는 당중앙위원회 비서로 임명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아마 여자가 대장 칭호를 받은 것은 김경희가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경희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유일한 계승자로서 후계자 김정은을 보호하고 있고, 김정은도 그런 고모에게 정신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에서는 북한이 김정은의 나라가 아니라 김경희, 장성택의 나라라고 보고 있는 것이죠. 저도 이들이 수렴청정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중요한 건 앞으로 이 두 사람의 역할과 운명에 따라 북한의 운명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가 김일성 주석을 흉내내고 있다는 건 북한 주민들도 이젠 다 아실 것 같은데요. 김 비서의 이런 행동을 놓고 일반 주민들이 내리는 평가와 간부들이 내리는 평가가 좀 다를 것 같습니다. 만약 실장님이 여전히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일하고 계신다면 어떤 평가를 내리셨을까요?
고영환: 26세의 젊은 나이에 후계자가 된 김정은은 예전에는 북한 주민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김정일의 자녀가 몇이고 누구인지 알지도 못했던 거죠. 그러한 김정은을 후계자로 등극시키기 위해 김정일이 머리를 썼습니다. 그것은 자신보다 더 많은 인기가 있는 김일성 주석의 이미지, 즉 영상을 아들에게 씌우는 것이었습니다. 머리 자른 모양도, 살이 좀 오른 모습도, 옷을 입은 모습도 김주석과 똑 같이 하여 대중에게 선을 보인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우선 김 주석이 환생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하고요. 그래서 김정은의 정치적 데뷔, 즉 시작은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던 북한 주민들은 그에 대한 정보를 북한 텔레비전과 신문을 통해 접하면서 일단은 김일성을 닮은 지도자인 김정은이 ‘잘 할 것 같다’라고 믿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을 어릴적부터 잘 알고있고 그의 현재 사생활과 능력을 아는 북한 간부들의 평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어린 사람이 할아버지 김일성과 나이가 비슷한 노간부들, 부친 김정일 나이의 중견 간부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까치다리를 하고 앉아 공연을 보고, 삐딱하게 앉아 좋아하며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이 먹은 간부들은 “젊은 사람이 건방지다”,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것을 내놓고 무엇이 있냐?” 그런 생각들을 한다고 합니다. 나도 지금 북한에 있었더라면 같은 생각을 하였을 것입니다. 저는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김일성, 김정일을 가까이에서, 바로 옆에서 여러 번 봤습니다. 김일성은 제가 외교관을 하던 당시에도 존경하였지만 김정일은 노간부들 앞에서 너무 건방지게 행동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랬던 내가 아직 평양에 있다면 김정은을 보면서 ‘젊은 사람이 참으로 건방지다, 이상하다’ 그런 생각을 하였을 것입니다.
박성우: 요즘 북한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 ‘김정일 애국주의’라고 하는데요. 할아버지만 치켜세우는 게 미안했던 걸까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일 사후 북한은 이른바 ‘김정일 애국주의’라는 새로운 정치적 구호를 만들어 냈습니다. 조국에 충실하려면 현재의 지도자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하라는 내용입니다. 별로 새로운 내용은 아닌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라고 하면서도 김정일의 선군사상을 많이 내세우지 않고 애국주의를 내세운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부친 김정일의 사상과 통치 방법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좀 벗어나려는, 좀 다른 것을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앞으로 주의깊게 살펴봐야할 것 같습니다.
박성우: 실장님, 3대째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영환: 사실 중국에서는 등소평이 모택동을 재평가하면서 개혁, 개방을 시작하였습니다. 등소평은 ‘모 주석에게 성과가 70퍼센트, 과오가 30퍼센트였다’라는 식으로 평가한후 대담하게 개방 정책을 실시해 오늘의 발전 이룩했습니다. 저는 바람이 있다면 김정은이 힘들긴 하겠지만 등소평처럼 김 주석과 김정일을 제대로 평가하고 대담하게 개방으로 나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과를 제대로 평가한다면, 그것 자체가 북한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