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정일 계속 아프면 후계체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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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다시 악화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 위원장이 중국도 가고, 러시아도 가고 해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나 보다'라고 사람들이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다시 건강 악화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계기가 있었지요?

고영환: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지지통신이 지난 25일 보도했는데요. 그 내용을 보면, 인도네시아 메가와티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 만나기로 했고, 그래서 북한 외무성과 다 협의를 했고, 김정일에게 줄 선물까지 준비해서 평양에 갔는데, 면담 직전에 북한 외무성의 간부가 나와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으니 만날 수 없다'고 해서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겁니다. 이 내용을 밝힌 사람은 메가와티 전 대통령을 수행한 '인도네시아 투쟁 민주당'의 일꾼 안드레아스입니다. 보통 대표단도 아니고, 대통령급 인물이고, 이런 사람이 미리 약속을 하고 갔는데도 만나지 못한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저도 북한 외무성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는데, 이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인도네시아 측에 굉장히 큰 외교적인 실례를 범한 거지요.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의와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제가 더 주목해서 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을 초청해 놓은 상태에서, 북한 체제 속성상 극비 중 극비에 속하는 최고 지도자의 건강 상태를 외국 대표단에게 밝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외무성이나 국제사업부 사람들이 최고 지도자의 건강 상태를 이야기한다는 건 최고형을 받을 수 있는 처벌 대상이거든요. 이건 점을 볼 때, 아무래도 김정일 위원장이 정말로 앓고 있는 것 같고요. 또 김정일 위원장이 계속 이렇게 아프면, 김정은 후계체제도 약간 지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견제 세력도 나타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실장님도 잠시 언급하셨습니다만, 김정일의 건강 상태는 김정은의 후계구도 정착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지요? 좀 더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화한 지 이제 딱 1년이 지나고 있고, 지금 북한에서는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서 굉장히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이제 27세인 김정은이 다녀간 곳을 '대장 동지가 친히 방문하신 곳'이라고 구호판을 써서 붙이고, 김정일과 동일한 수준에서 이걸 같이 걸어 놓는다는 건 후계체제 구축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이건 결국은 김정일의 건강이 안 좋다는 걸 증명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현재 김정일의 건강 상태를 가지고는 나라를 통치할 수 없으니 김정은 체제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빨리 후계체제를 구축하자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박성우: 관련 소식 하나 더 전해드립니다. 평양 주재 영국 대사직을 마치고 귀임하는 피터 휴스 씨가 '김정은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온 평가이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데요.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휴스 씨가 평양에서 3년간 대사로 일하고 영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울에 들렸습니다. 지난 28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평양에서의 근무 경험을 이야기하던 중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김정은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 같지는 않다. 김정은이 누구인지 물어봐도 그저 김정은 대장 동지라는 이야기만 하는 정도이고, 다만 김정은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하는 건 들어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걸 들으면서 생각한 게 있습니다. 김정은은 후계자가 된 후 첫 작업으로 화폐개혁을 했는데 실패했지요. 그래서 중산층이 허물어집니다. 이후 김정은은 인민보안부나 국가안전보위부 등을 장악했고, 결국은 총소리가 높아지고 탄압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니, 주민들이 처음에 갖고 있던 희망이 이젠 실망으로 바뀌는 모습이 아닌가, 이게 영국 대사의 눈에 비춰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요즘 들어서 남북관계가 호전될 것 같은 분위기가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가스관 건설 사업에 대한 이야기도 그 중 하나인데요. 북측도 이 사업에 대해서 상당히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요?

고영환: 러시아의 시베리아에서 북한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한반도 통과 가스관 사업을 말하는 건데요. 사업 내용만 보면 이건 굉장히 괜찮은 사업이거든요. 북한은 그냥 가스관이 지나가는 땅만 빌려주고 1년 동안 버는 외화 수입이 1억에서 1억5천만 달러입니다. 경제 규모가 작은 북한에서는 큰 돈이지요. 한국은 해상으로 수송하는 것보다 싼 값에 가스를 받아서 좋고,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한국에 팔아서 좋고, 북한은 임대료를 받아서 좋은 겁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 문제를 좀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요. 북측은 현대아산에 장기간 임대 독점권을 줘서, 각종 호텔도 짓고 모든 편의시설을 지어서 관광 사업을 하게끔 했는데, 남한의 여성 관광객 박왕자 씨가 잠깐 관광지에서 몇 미터를 벗어났다고 북한 군인이 쐈어요. 그래서 이 분이 돌아가셨는데요. 북한 말로, 이에 대한 '검열'을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자는 남측의 요구를 북측이 묵살했습니다. 그리고는 관광사업이 안 된다며 현대아산이 갖고 있는 건물과 편의시설을 압류했습니다. 이게 전세계를 경악시켰죠. '역시 북한은 믿을만한 나라가 아니구나' 이런 거지요. 국제 관계와 국제 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계약을 중시하는 건데요.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리면 누가 북한에 들어가서 사업을 하겠습니까? 이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가스관 사업은 남한에도 좋고 북한에도 좋은 것이니 꼭 하자'고 말했다는데요. 북한이 이걸 정말 하려면 국제사회의 신의나 규범, 도덕을 잘 지켜야 하는 거지요.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남한이 북한에 수해 지원물자를 보내겠다고 제안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북측의 답변이 없습니다. 왜 이렇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가 수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에게 어린이 영양식 가루우유 140만개, 과자 30만개, 초코파이 190만개, 라면 160만개, 이렇게 지원물자를 보내겠다고 통보한 게 지난 9월6일인데, 3주가 지나도록 답변이 없거든요. 그런데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우리가 필요한 건 쌀이지 초코파이가 아니다'라고 말한다는 겁니다. 지금 북한에서 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초코파이나 분유가 장마당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정말 북한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고, 금방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것인데요. 이걸 받지 않는 건, 물건이 좋아보이니까 체제에 불리하다고 북측이 판단한 것 같아요. 지금 북한 사람들은 어느 것이 남한 것이고 어느 것이 중국 것인지 잘 알거든요. 체면을 중시하기 보다는, 지금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굉장히 힘들어한다는데, 이런 걸 받으면 금방 들어가서 소비되고, 이러다 보면 남북한 화해에도 이바지할 테고, 참 좋을 것 같은데요. 저는 좀 빨리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진정으로 수해 지역 주민의 생활을 걱정한다면, 쌀이 아니더라도 일단은 받아야겠지요. 왜냐면 이게 또 다른 인도적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