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거래하는 중 기업들 몸 사릴 것”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에 전략물자를 수출한 중국 기업이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중국의 훙샹 그룹이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됐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미국 정부가 지난 9월 26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전략 물자를 수출한 중국 훙샹그룹의 자회사 단둥훙샹실업발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미국이 북한 핵개발 등과 관련된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과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즉 2차 제재를 적용해 대북 거래를 하고 있는 다른 중국 기업에 경고를 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훙샹실업발전과 최대 주주인 마샤오훙 대표, 훙샹그룹의 총지배인 저우젠수, 부지배인 훙진화, 재무책임자 뤄촨쉬 등 4명을 제재 명단에 등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이 미국 내에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재산은 동결됐고, 관련 회사 5곳이 중국 시중 은행에 갖고 있는 계좌, 즉 구좌 25개에 예치된 자금도 압류됩니다.

미국 국회가 핵실험을 반복하며 핵무기를 발전시키고 있는 북한에 실제적으로 타격을 가하기 위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의 기업과 은행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내용이 들어간 법안을 채택한 후 미국 정부가 이 법안을 실제적으로 적용한 첫사례가 바로 북한과 거래를 하며 성장해 온 중국 훙샹그룹에 대한 제재입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기업이 미국으로부터 실제적으로 제재를 받게 되면서 앞으로 북한과 거래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경향이 늘 것이 거의 확실시 됩니다.

박성우: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것처럼 세컨더리 보이콧, 즉 2차 제재라는 것은 유엔 혹은 미국 정부가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는 국가와 경제 활동 및 은행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까지 제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올해 초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미국 하원은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들어있는 대북제재 강화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 적용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전에 쓰이는 물자들을 거래한 중국기업 단둥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와 그 수뇌부 4명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법무부가 이들을 국가비상경제권법 위반과 사기, 돈세탁 모의 혐의 등으로 기소했습니다.

2010년 이란에 처음 적용된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미국은 이란으로부터 2015년 핵 프로그램 중지 항복을 받아낸 바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 뒤 미 정부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대북제재 강화법을 올해 2월에 채택하고 6월에는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했습니다. 미 행정부의 이번 훙샹 그룹에 대한 제재는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의 제재에 나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미국은 이란식 제재를 적용하여 북한의 불법 행위에 가담한 중국기업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여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란 핵문제로 미국이 이란을 제재할 때 미국이 이란 핵개발과 연관이 된 중국 쿤룬은행을 제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란과 거래하면 망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다른 중국은행들이 유엔의 제재 조치를 따르기 시작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기업 몇 곳을 문 닫게 만들면 다른 중국기업들도 북한과 무역 및 외환거래를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박성우: 중국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이 훙샹만 있는 건 아닐 텐데요. 그래서 이번 제재의 효과도 의문시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부원장님은 어찌 보시는지요?

고영환: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미국 ‘세컨더리 보이콧’의 첫 대상이 된 중국 단둥 훙샹그룹은 북한의 돈세탁을 돕고, 핵 개발에 필수적인 산화알루미늄 등을 수출한 혐의를 받아 제재대상에 올랐습니다. 미국 제재의 두려움을 아는 중국은 불법 증거가 확실한 훙샹그룹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미 단둥시 공무원 수십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더해 미국은 북한을 국제금융거래망에서 아예 쫓아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훙샹 제재만으로는 김정은의 '핵 폭주' 의지를 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대북 소식통들에 의하며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단둥에만 해도 훙샹처럼 북한을 대신해 돈세탁을 해주고, 유엔 제재 물품을 은밀히 사주는 기업이 15~16개쯤 된다"며 "이런 기업을 찾아내 제재해 나간다면 북한은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홍샹그룹을 제재하고 중국정부가 홍샹그룹 총사장을 체포하여 조사를 하고 북한과 거래를 한 중국기업들의 활동 내용을 조사하는 것을 보아 중국정부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대북한 재제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들도 나옵니다. 중국이 대북경제 무역, 외화거래를 하는 기업을 조사하는 등 제재에 나선다면 북한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박성우: 중국 당국도 훙샹 그룹을 조사하고 있죠. 하지만 미국의 이번 제재 조치에 대해서는 반발하는 모양새도 취하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핵 개발에 연계됐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조사받는 중국 랴오닝성 훙샹그룹에 대한 징계 범위를 중국 관료들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미국이 중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핵 개발 지원 혐의와 관련해 훙샹그룹에 대한 직접 제재에 나섬에 따라 중국 또한 강도 높은 자체 처벌을 통해 중국 내 다른 기업까지 제재가 확산하는 사태를 차단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9월 27일 대북 소식통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북한의 핵 개발 관련 물자를 몰래 전달했다는 혐의로 마샤오훙 대표와 훙샹그룹 관계자들을 체포한 데 이어 중국 관료 수십명과 북한 기업인들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마샤오훙 대표는 중국 공안의 조사 과정에서 수십명의 단둥 관료가 연루됐다고 자백했으며 이로 인해 단둥시 간부 30여명이 현재 중국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훙샹그룹과 연루된 북한 조선광선은행 관계자가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번 사태와 관련된 중국 주재 북한 기업인들도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조선광선은행은 2009년 미국 재무부의 제재대상이 됐으며, 올해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도 포함된 북한 금융사입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이 북한 핵개발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훙샹그룹 및 관계자들을 직접 제재한 데 대해서는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월 2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떤 국가도 자국법을 중국의 기업과 개인에게 확대 적용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어떠한 기업과 개인이 위법 행위를 했다면 중국 정부는 조사를 거쳐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관련 국가들과는 상호 존중과 대등의 원칙에 따라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당국이 제시한 증거에 따라 훙샹 그룹에 대한 전면 수사에 나서는 등의 협력 자세와는 별개로 미국이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데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대북 소식통들은 "미국이 중국기업에 독자 제재에 나서는 것은 중국이 가장 반대하는 시나리오"라면서 "중국은 자체적으로 훙샹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을 통해 중국기업으로 제재가 확산하는 걸 막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이번 사건은 중국식 꼬리자르기일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중국의 꼬리자르기 시도일 수 있다는 해석을 하셨는데요.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북한 지도부에 미칠 여파는 크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적하신대로, 앞으로 중국의 기업들이 북한과 거래하는 데 좀 더 신중을 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