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 내용을 연일 비난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북측의 비난이 상당히 원색적이었죠. 위원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최근 연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로동신문은 ‘대결에 미친 정치 매춘부의 추태’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지난달 26일, 27일, 10월 1일에도 박 대통령에 대한 험담을 하였는데, 예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박 대통령을 지칭하여 ’현대판 사대매국노이고 역적 중의 만고역적‘이라고 비난하였습니다. 주민들의 발언 형식을 빌려서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원색적인 언어들을 동원하여 연이어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김정은 정권 들어 한국의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의 도수가 한계를 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난을 하였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남자이고 현재 한국의 대통령은 여자입니다. 여성 대통령을 ‘이 0(동그라미)’, ‘저 0(동그라미)’하면서 비난하는 것은 정말 상식적이지 못합니다. 여기서 동그라미는 입에 차마 담기 힘든 욕이라서 표현하지 못할 때 쓰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개인이 아니고 정부, 예로 청와대가 김정은을 ‘이 0’, ‘저 0’ 하면서 욕하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습니까? 한국이 그런 것을 할 줄 몰라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이 인간의 초보적인 도리나 인간의 상식을 넘는 행위이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북한이 이런 점들을 참작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이 왜 이런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가에 대해 박 기자께서 물으셨는데, 제 생각에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개인적인 성향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욕을 세게 한 사람들과 기관들을 칭찬하니, 북한의 각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나서서 이런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저는 북한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는 지키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북측의 연이은 비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이 있었죠?
고영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이 연일 저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맹비난을 거듭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인권 문제가 아프고 가슴을 찌르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계속하여 ‘북핵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는 평화롭고 행복한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우리 대북정책의 핵심 아젠다(목표)로 북한이 두려워 이 문제에 대하여 소극적이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9월말 유엔 총회에 참석하여 연설하면서 ‘북한 인민의 삶이 나아지고 바뀌도록 하는 것은 통일의 중요한 목표일 뿐만 아니라 평화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본적인 인식은 북핵 문제도 풀려야 하지만, 거주, 이전, 직업 선택, 여행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없고, 영장 없이 마음대로 사람들을 체포 구금하는 현재의 북한 인권 상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북한 주민들의 행복도 없을 것이고, 그런 행복이 없는 통일은 의미가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측이 최근 들어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을 ‘이 0’, ‘저 0‘ 하면서 욕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생각하여 한국의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북한의 김정은을 ’이 0‘, ‘저 0' 하면서 욕하면 김정은이 얼마나 화를 내겠습니까? 또 얼마나 남북관계가 악화되겠습니까? 서로 상대방을 대할 때 인신공격 등을 자제하면서 인간의 기본 도리는 지키면 좋겠습니다. 한국이 그럴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그러는 게 천박해서 안 하는 것이라는 점을 북한 지도부가 재삼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요즘 들어서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은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고영환: 최근 한국과 미국 그리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고 있고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뉴욕의 유엔 총회에서 ‘인권 상황을 개선하라는 유엔의 권고사항을 북한이 이행하도록 국제사회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도 북한 인권 상황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미 국무장관 케리가 주재하고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다른 나라 외무상들, 그리고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탈출한 신동혁 씨 등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 인권에 관한 최고위급 회담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한가지 더 첨부해 말씀드린다면,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이 이번에 유엔 총회에 참가한 것도 거세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기 위해서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그토록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가 채택되었고, 그 내용 중에 정말로 참담한 북한 인권 침해 사례들이 적시되어 있어 세계인들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 동안 한국과 미국 그리고 서유럽 등 많은 나라에 정착한 수만명의 탈북자들이 북한 인권 상황이 얼마나 처참한지 그리고 북한에서 개인의 생명과 인간의 존엄이 얼마나 처참하게 짓밟히고 있는지 증언을 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세계에서는 과연 북한 인권을 이렇게 참담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여론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여론도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 확대의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해 주시죠.
고영환: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낸 보고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북한 당국이 인민들에게 자행한 조직적인 인권 탄압 행위들의 형태와 사례들을 지적하고, 이는 반인도주의적 범죄라는 것을 명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에서는 공개처형, 고문, 체포영장 없는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 성폭행, 강제 낙태, 외국인 납치, 정치범 수용소의 유지와 비밀처형 등 21세기에 들어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반인도주의적, 반인륜적 인권 탄압 행위들이 국가적 범위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반인도적 범죄 중에서 국제법상으로 가장 최악의 범죄인 집단학살죄의 적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김정은 등 북한의 최고 지도부에 가장 강력한 경고를 보낸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유엔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현재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인권이 참혹하게 짓밟히는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박성우: 이런 인권 보고서도 나오고,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집중 거론되고, 이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남한의 국회에서도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자는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달 16일 국회 회의에서 ‘국제사회까지 나서서 북한 인권을 걱정하는데 정작 우리 나라는 아직도 북한인권법이 수년째 국회에서 계류되어 논의조차 제대로 안 된다’며 ‘야당은 말로는 북한인권법 제정을 추진한다면서 이 법의 제정이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율배반적 논리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야당을 비판했습니다.
저는 북한 인권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들과 교화소들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얻어맞아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지방 주민들은 평양에 가고 싶어도 못가고, 심지어 지방 처녀는 평양 총각과 결혼도 못하는 일들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요즘과 같은 광명천지에서 일어나는 반인도적 행위들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박성우: 요즘 남측 국회가 워낙 시끄러운 일이 많아서 좀 지켜봐야겠습니다만, 북한인권법안과 관련한 논의는 탄력을 좀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