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연설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위원님도 박근혜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지켜보셨을 텐데요. 어떤 내용이 가장 눈에 띄던가요?
고영환: 창설 70주년을 맞은 올해 유엔 총회에 참석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에 기조연설을 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의 잔재인 한반도 분단 70년의 역사를 끝내는 것은 곧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통일 한반도는 지구촌 평화의 상징이자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평화통일을 이룬 한반도는 핵무기가 없고 인권이 보장되는 번영된 민주국가가 될 것"이라며 "평화와 인간 존엄의 이상이 한반도에서 통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유엔과 모든 평화 애호국들이 함께 노력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박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서는 "추가 도발보다는 개혁과 개방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북한 외교관으로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망명해 와서 통일문제를 전문으로 삼아 일하고 있는 저에게 있어서 가장 관심이 가는 문제는 역시 북한 문제와 통일 문제였습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연설에서 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발언은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통일은 지구촌 평화의 상징이자 새로운 성장 엔진, 즉 성장 동력으로 된다는 부분과 평화 통일을 이룬 한반도는 핵무기가 없고 인권이 보장되는 번영된 민주국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부분이었습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로서는 통일 한반도의 미래상을 명확하게 그린 발언이어서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박성우: 박 대통령이 연설을 하면서 북한과 관련한 발언의 수위를 좀 낮춘 것 같다는 지적이 있거든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는지요?
고영환: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지적은 ‘만일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졌다기 보다는 남북 고위급 접촉에 따른 ‘8·25 합의’로 마련된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살려가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대북 경고보다는 북한 달래기에 무게의 중심이 쏠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박 대통령은 제70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이 과감하게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북한이 경제를 개발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도발 징후를 보이거나 협박할 때마다 대통령이 평소 언급하던 ‘도발 시 철저한 응징’이나 구체적인 제재 방안 등을 이번엔 내놓지 않은 것입니다.
또한 박 대통령이 현 시점을 남북이 신뢰와 협력으로 가는 분기점이라고 진단한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박 대통령이 “새로운 선순환의 동력은 남북 합의를 잘 이행해 나가는 데 있다”고 밝힌 것은 북한이 8.25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경우, 그러니까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않고 남북관계에서 진정성을 보이는 경우 남북관계는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입니다. 북한은 한국이 내민 손을 주먹으로 받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지난 25일에는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도 열렸는데요. 북한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위원님은 어떤 내용을 주목하셨습니까?
고영환: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달 25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 우리들은, 즉 중국과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면서 "6자회담이 이뤄낸 9·19 공동성명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결의가 충실히 이행돼야 하고, 모든 유관 당사국들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성취하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견고하게 진전시키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을 꼭 찍어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공개적인 외교 무대에서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공언해 온 것처럼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계기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나 4차 핵실험 등을 강행하면 한국 미국과 보조를 맞춰 대북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입니다. 또한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때만 해도 "조속한 6자회담 재개"만을 강조했으나 이번에는 "안보리 결의"를 처음 언급하며 대북 압박에 나선 것이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방미 기간 시 주석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외교적 경고를 보낸 것을 보아도, 그리고 김정은이 중국 국경절을 맞아 시진핑 주석 등에게 달랑 두 줄짜리 축하전문을 보내고 지난달 북한 국경일에 김정은에게 보낸 시 주석의 축전도 노동신문 2면에 배치를 한 것으로 보아도 북중관계가 정말 심상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북한 외교관들에게 중국을 믿지는 말아도 중국을 너무 화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교시를 수차례 내려 보낸 바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유엔 총회에서 북한 관련 논의가 많이 있었고, 이에 대한 북한 당국으로부터의 반응도 나왔죠.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북측이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유엔 무대에서 또다시 동족대결 망발을 늘어놓았다”고 강하게 반발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향해 “과감하게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오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입니다.
북한은 “(박 대통령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며 어렵게 마련된 북남관계 개선 분위기를 망쳐놓는 극악한 대결망동”이라며 “모처럼 추진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도 살얼음장 같은 위태로운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향후 이산가족 상봉 이슈를 지렛대 삼아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남북 관계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는 형국입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사항이자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대해 위태롭다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반박했습니다. 혈육상봉이라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마저 자신들의 대외전략에 악용하는 북한 당국의 행태와 궤변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성우: 이번 유엔 총회에 북한은 리수용 외무상을 참석시켰는데요. 위원님, 리 외무상의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제70차 유엔 총회에 참석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미국 뉴욕에서 지난달 말에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남아프리카 대통령, 볼리비아 대통령, 모잠비크 대통령 등을 만났습니다. 가까운 나라, 이웃국가들인 중국과 러시아의 지도자, 미국과 일본의 국가수반들은 만나지 못하고 아프리카와 남미주의 일부 국가수반들을 만나는 그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할 때 리수용 외무상이 자리를 비웠고 박명국 외무성 부상 등 2명만이 자리를 지켰다는 것입니다.
사건도 있었습니다. 리수용 외무상은 지난달 27일 유엔 연설을 마치고 북한대표부로 돌아가다 북한에서 예술인으로 있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마영애 씨와 조우했습니다. 마영애 씨는 ‘김정은은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라’는 구호판을 들고 서 있었는데, 리수용 외무상은 마영애 씨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내려 시선을 피한 뒤 북한대표부 안으로 황급히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3월과 9월에 그리고 올해 9월까지 뉴욕을 세 차례 방문하는 동안 계속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라’는 시위를 하는 마영애 씨와 마주치고 그때마다 황급하게 자리를 피한 것입니다. 외무상이 동포와 마주쳤는데 반박 한마디 못하고 사라지는 그 모습이 참으로 안쓰러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북핵 문제와 인권 문제 같은 국제적 현안을 놓고 리수용 외무상은 이번 유엔 총회에서도 비난의 대상이 됐습니다. “안쓰러웠다”고 표현하셨는데요. 리수용 자신도 참으로 찹찹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