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양국 정상의 대화는 34년만에 처음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국과 이란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전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그 이유를 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유엔 총회에 참가하였던 이란의 로하니 신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15분 동안 통화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란과 미국의 역사를 보면 미국은 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불렀고 이란은 미국을 ‘거대한 사탄’ 즉 악마라고 불러왔을 정도로 관계가 나빴습니다. 더구나 이란이 북한처럼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이었지요.
이런 관계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보수적이었던 전 이란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서 개혁 지향적인 로하니에게 패하면서부터였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올해 유엔 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 직접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미국 땅을 떠나기 전에 공식 채널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고 싶다는 희망을 표시하였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수락하면서 대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죠.
통화가 끝난 후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나는 로하니 대통령에게 진전을 이루려면 중요한 걸림돌도 있을 것이고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포괄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로하니 대통령도 통화가 끝난 후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을 이란어로 말했다”면서 “핵 문제를 신속하게 풀기위한 정치적 의지를 서로 표현하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란 대통령이 뉴욕에 가고, 연설을 통해 관계 개선의 의지도 밝히고, 직접 전화통화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제기한 것은 이란이 진심으로 이란-미국 관계문제와 이란 핵 문제를 풀고 싶다는 선의를 표시한 것이고, 미국은 이란이 내민 손을 잡으려 하였기 때문에 이런 대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 지도부는 미국과 이란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고영환: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이란에서는 최근 선거를 통해 미국과 맞서던 전 대통령이 개혁적인 로하니 신임 대통령으로 바뀌었고, 개혁 지향적인 로하니는 대통령이 되면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고 싶고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등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미국과 이란 대통령의 전화 통화가 있기 바로 전날인 지난달 26일 미 국무장관 케리와 이란 외무상이 서로 만났고, 이 자리에서 케리 장관과 이란 외무상은 “1년 안에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였다“고 말했죠. 이 발언이 나온 직후, 로하니 대통령은 “1년이 아니라 수개월 안에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제가 보기에도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란 문제가 아주 많이 진전되는 느낌인데요. 제 친구들인 북한 외교관들도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내심으로는 이란이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을 하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김정은은 전 미국 프로농구 선수인 로드먼을 평양에 불러 자신이 오바마와 통화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로드먼은 전직 농구선수이지만, 마약에도 손을 대고 도박도 하면서 프로농구 선수 시절 모았던 돈을 다 탕진하여 미국 사회에서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전직 선수를 데려다 놓고 환대를 하면서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지도자를 어느 미국의 당국자가 신임할 수 있겠습니까.
뉴욕에 북한 대사가 나와 있고, 중국에도 힘 있는 북한 대사가 나와 있고, 또 미국도 중국에 비중있는 대사를 보내둔 상태인데,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면 이러한 공식 통로를 이용해야지 한물간 농구선수를 데려다 놓고 통화를 원한다고 전해달라고 하니, 미국 사람들은 ‘이것은 희극이다, 코미디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북한 외교관들이 진정으로 이란을 부러워한다면, 북한 핵문제를 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고 공식 통로들을 이용해 통화하고 공식 회담을 해야 합니다. 북한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제사회가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결국에는 핵이 문제인데요. 지난 10월 1일은 남한의 건군 65주년 ‘국군의 날’이었습니다. 북한의 핵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주목을 받았지요?
고영환: 지난 10월 1일 한국군이 창건 65주년을 맞았고, 이날 많은 행사들이 진행됐습니다. 서울 성남 비행장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였는데요. 기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등 핵과 대량살상무기 대응능력을 조기에 확보하여, 북한 정권이 집착하는 핵과 미사일이 더는 쓸모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는 정찰위성과 공중조기경보기 등을 이용하여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경우 이를 탐지하여 30분 안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타격해 없애버린다는 군사개념입니다. 다시 말해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잠수함과 공군기 미사일 등을 총동원해 북한이 미사일이나 핵을 발사하려는 조짐을 보이면 그 자리에서 타격해 파괴한다는 것이죠. 한국은 이를 조기에 구축하여 북한이 아예 핵과 미사일을 써먹지도 못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 발언은 도발을 용납하지 않고 강력한 안보체계를 세워 평화도 지키고 북한을 변화의 길로 이끌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한미의 연합 군사력을 이기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로 천진난만한 소리입니다. 북한은 쓸모가 없어질 핵과 미사일을 만들 돈으로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 경제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북측의 반응이 4일만에 나왔지요. 북측 국방위원회가 4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면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는데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순 없다는 점, 다시 한 번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질문도 좀 드리겠습니다. 10월 1일 건군 65주년 기념 행사가 서울 곳곳에서 펼쳐졌는데요. 위원님, 북한에서 보시던 행사와 비교할 때 느낌이 어떠시던가요?
고영환: 군사 퍼레이드, 즉 열병식은 아무 곳에서나 현장에서 보면 가슴이 뜁니다. 제가 북한 외교부에서 근무할 때, 대형 열병식을 많이 봤고, 어떤 때는 김일성 광장 주석단에서 (외빈을 위한 통역을 하면서) 김일성 주석 옆에 서서 보기도 했는데요. 볼 때는 “와 대단하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서 사람들은 ‘저렇게 많은 군대를 동원하고 무기를 만들고 그러는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나? 그 돈을 인민들이 먹고사는 인민경제에 돌리면 안되나?’ 이런 생각을 잠깐씩 하거든요.
저는 한국에서도 열병식을 여러 번 보았는데요. 이번 열병식도 직접 보았구요. 열병식을 보면 가슴이 툭닥툭닥 뛰면서 흥분이 됩니다. 기분도 좋았고요. 남북 열병식의 차이점을 보면, 우선 규모의 차이가 납니다. 북한은 3만명, 5만명씩 수만 명의 군대를 동원하는데, 한국은 이번에 1만명 정도라고 해요. 그것도 사상 최대라고 하는데요. 북한에 비해 한국군 열병식은 규모가 작고요.
그리고 북한군 열병식에 나오는 무기는 최신 무기도 일부 있지만, 심지어는 2차대전 때 쓰던 76mm 포 같은 무기도 나오거든요. 현대적인 것이 없다는 느낌인데, 한국 무기는 양은 적지만 우선 깨끗하고 최신식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열병식의 전체 느낌은 북한 군대는 번쩍번쩍하고 위압감이 들고 뭔가 보여주려는 느낌이 강한데 비해, 한국 군대는 인민에게 친근해 보이고 그 자리에서 당장 싸워도 될 정도로 실용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런 차이점이 있습니다.
박성우: 서울에서 열병식 하던 날, 날씨가 정말 좋았지요. 애들 손잡고 가족단위로 열병식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아마 이런 모습 때문에 위원님이 ‘친근하다’는 표현을 쓰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