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강정 된 창당 70주년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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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 행사가 10일 개최될 예정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당 창건 70돌인데요. 위원님,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점은 뭐가 있나요?

고영환: 오는 10일에 열리는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는 가장 큰 행사로 예견되었던 장거리 로켓 발사 없이 경축행사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평양 인근에 있는 군수공장에서 동창리 발사장으로 로켓 추진체를 이동하는 게 포착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없을 것으로 한국의 관계 당국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70주년 행사의 핵심인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제 가장 이목이 가는 행사는 북한군의 열병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도 "이번 당 창건 열병식에 대규모 인원과 무기가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 창건 70주년이니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신무기를 과시용으로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열병식 외에도 북한은 대규모 축하공연, 집단체조, 횃불행진, 화력시범, 축포 쏘기 등 시각적으로 화려한 축제를 펼치면서 과학기술전당, 창광상점 등의 완공식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른바 인공위성이라고 하는 장거리 로켓도 발사하지 못하고 인민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게 되는 경제 시책이나 대규모 인민경제 공장 건설 준공 행사들이 없어 당 창건 70주년 행사는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박성우: 장거리 로켓 발사는 취소한 거라고 봐야 하나요? 아니면 연기한 거라고 봐야 하나요?

고영환: 북한은 지난 6일 대외용 주간지인 통일신보를 통해 "눈 내리는 겨울철 등 악조건 속에서도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미 선포된 대로 당 중앙이 결심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인공지구위성이 우주를 향해 연속 날아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진욱 한국 통일연구원장은 "당 창건일에 미사일을 못 쏘게 될 경우 북한 내부가 동요하는 것을 막고 막혀 있는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서도 미사일·핵을 지속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취소한 것이 아니라 연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발사 연기 이유 첫 번째는 북한이 당 창건 기념일에 맞추어 미사일 완공을 추진하여 왔으나 기술적으로 아직 개발을 끝내지 못했을 가능성이고, 두 번째로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하지 말라고 한국, 미국, 중국이 강력하게 경고하였고 이에 따라 북한 지도부가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 한국 미국 중국 그리고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너무 크게 들어와 이른바 10월 10일 축제를 그르칠 것을 우려한 데서 미사일 발사를 연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중국은 공산당 서열 5위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을 북한으로 파견했습니다. 앞으로 북중관계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중국이 오는 10일 북한 당 창건 70돌 기념일을 맞아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하기로 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4일 보도했습니다. 류윈산 상무위원은 중국 최고지도부를 구성하는 7명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으로 중국 공산당 내 서열은 5위입니다. 중국이 지난 201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기념행사에는 정치국 위원인 리위안차오 국가 부주석을 보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격을 높인 것입니다. 리위안차오 부주석이 지난 2013년 방북 당시 김정은 제1위원장을 만난 만큼 류윈산 상무위원도 이번에 김정은을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정준희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류윈산 상무위원의 당 창건 70돌 기념행사 참석에 대해 "이번 중국과 북한간 교류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안정을 유지하고, 나아가 비핵화의 진전을 가져오며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까지도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중국이 5년 만에 최고지도부 일원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북한에 보내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냉각된 북중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길림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의 쑨싱제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지난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에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이 양측 관계가 좋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쑨 연구원은 "이는 양측이 연락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인 당 대 당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류윈산 상무위원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였습니다.

저는 북한이 시진핑 주석의 취임 이후 연이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였고 중국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겠다고 하면서 중국을 무시하고 있는 현재 상황들을 볼 때 시진핑 주석이 평양에 직접 가거나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냉랭한 북중관계가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박성우: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외국 지도자는 많지 않은 것 같은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오는 10일 당 창건 행사에 어떠한 나라에서 어떠한 급의 대표단이 참석하는지도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는데요. 한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올해 초 "(해외의) 웬만한 고위급은 당 창건 행사에 몽땅 초대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에 따라 북한 외무성은 해외 고위급 초청을 외교 활동 1순위에 두고 총력전을 펼쳐왔습니다.

북한 외무성의 줄기찬 외교 공세에도 불구하고 기념행사에 초청받은 해외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방북 거절 의사를 밝혀 북한에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에 참석을 약속했던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베트남 공산당 서열 12위의 응오 반 주 당중앙 검열위원장도 최근 방북 일정을 백지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 방북 경험이 있는 안토니오 라치 이탈리아 상원의원은 북한의 체제 선전에 이용당할 것을 우려해 방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한 가지 특이점은 북한이 당 창건일을 맞아 해외 각국의 축하 대표단들을 초청하면서 "1인당 매일 70유로씩 참가비를 내라"고 요구한 것인데요. 지난 2일 옛 소련에 속했던 어느 한 국가의 정부 당국자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당 창건 70돌을 맞아 우리 대표단을 10월 7일부터 14일까지 평양으로 초청했는데 항공권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숙박, 교통, 식사, 행사 참가비 조로 매일 70유로를 내라고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요즘 북한의 경제 사정이 최악이라는 정보를 접했는데 이번에 이를 실감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잔칫날에 손님을 초청하면서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지난 시기에 외국, 특히 아프리카 대통령들을 북한 행사들에 공짜로 초청하는 외교를 펴면서 북한 경제가 기울어졌다는 점에서 볼 때 이렇게 돈을 받으면서 대표단들을 초청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돌아오는 길에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마음이 복잡합니다.

박성우: 이번 창당 기념일은 최대 규모라고 하죠. 위원님도 예전에 북한에 계실 때는 당 창건 기념일 행사에 참여하셨을 텐데요. 주민들 입장에서 볼 때, 이 행사는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고영환: 북한주민들에게 있어서 당 창건 기념일, 4월 15일 같은 큰 명절들과 행사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정치적 의미를 갖습니다. 명절 기간에 사건사고를 치지 말아야지, 무사히 정치 행사들을 넘겨야지, 그런 생각들이 먼저 듭니다.

그나마 제가 북한에서 대학생과 외교관 생활을 할 때는 교복을 공짜로 주거나 쌀, 고기, 과자, 기름 같은 식료품들을 선물로 받는 기쁨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식량배급이나 식료품 공급이 끊어지면서 명절은 그냥 정치 행사일 뿐이라고 한국에 새로 나온 탈북자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명절을 맞으며 이른바 충성 결의 대회를 하는 것보다는 가족끼리 화목하게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기는 시간을 북한 인민들이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러게 말입니다. 그나저나 북한 재무구조가 앞으로 상당히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있지요. 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워낙 돈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행사가 북한의 일반 주민들 먹고사는 걸 더 힘들게 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