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내 통일? ‘변하지 않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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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3년 내 무력통일을 이루겠다는 말을 수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한국 국가정보원의 남재준 원장이 지난 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그 중 제일 눈길이 갔던 건 “김정은 제1비서가 3년 안에 무력으로 통일을 이루겠다는 말을 수시로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한국에서는 1년에 한 번, 필요하면 수차례 국회가 정부 부처들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합니다. 북한말로 하면 ‘검열’이라고 할 수 있죠. 국가정보원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8일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렸는데요. 이 회의에 출석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국회의원들에게 “김정은이 3년 안에 무력통일을 이룩하겠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하고 다닌다”고 보고했습니다.

참으로 북한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발언입니다. 북측은 김일성 때는 “수년 안에”, 김정일 때는 “수령님 대에” 통일을 꼭 이룩한다고 북한 주민들에게 말했는데요. 이제는 김정은이 “3년 안에” 무력통일을 하겠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거지요. 김일성이 소련군의 현대적 장비와 군사고문단 그리고 수백만명의 중국군이 참가해서도 이룩하지 못했던 무력통일을, 그리고 김정일이 핵을 만들면서 수령님 대에 꼭 이룩한다고 하면서도 성취하지 못했던 무력통일을, 김정은이 3년 안에 이루겠다고 하니 참 어안이 벙벙합니다.

저는 김정은이 3년 안에 무력통일을 이뤄보겠다는 소원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는 지금 생활고와 식량난으로 고생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3년만 참으라, 그러면 통일이 되고, 그때에 가면 모든 고생이 끝난다, 그러니 내 주위에 뭉쳐라’ 그런 의미의 호언장담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련이 해체되고,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면서 미국과 화해하고 있고, 한국군도 탱크 한 대 없던 60여 년 전의 그 한국군이 아닙니다. 김정은이 쉽게 전쟁을 일으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전쟁을 일으키면 며칠 안에 한미 연합군의 우월한 합동 군사력의 반격도 있을 것이고, 이로 인해 정권이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쉽게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에서는 '보신(保身)주의'와 '면종복배(面從腹背)' 현상이 팽배하다는 말도 나왔죠. 이건 무슨 뜻인가요?

고영환: 지난 8일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국회의원들에게 한 발언 중에 있던 내용인데요.

지금 북한에서는 김정일 시대에 임명되었던 간부들을 몰아내고 김정은에게 충실한 간부들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지요. 김일성에게서 김정일로 권력이 이동할 때도 김일성의 간부들이 숙청되거나 도태되었는데, 현재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권력이 이동하는 기간에 간부들이 무엇을 하겠습니까? 딱 엎드려서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자리를 지키기 위한 ‘보신주의’ 이상 좋은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일을 벌이려 하지 않는 거죠.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된다는 사고가 생기는 겁니다.

여기에 덧붙여, 늙고 경험이 많은 노 간부들을 쳐내고 젊은 사람들로 간부들을 교체하고 있으니, 당과 정부 그리고 군대의 간부들은 겉으로는 충성을 다하는 것처럼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저 사람이 나를 언제 교체할지 모르는데 내가 그렇게 충성을 다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걸 ‘면종복배’라고 하는데, 겉으로는 충성 속으로는 배신이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박성우: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죠. 북한 군단장급 인사의 44%가 교체됐다는 보고도 있었지요?

고영환: 김정은은 지난해에는 주로 김정일이 임명한 간부들을 썼습니다. 리영호나 우동측 같은 사람들인데요. 그런데 지난해 4월에는 우동측이, 7월에는 이영호가 각각 숙청됐습니다. 그 이후 총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이 수차례 교체되고, 계급도 차수가 되었다가 대장으로, 다시 차수로 되는가 하면, 인민무력부 부부장 같은 사람은 1년안에 두 계급이나 강등되는 등 군부가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집권 2년차인 올해 들어 김정은은 당과 정부 그리고 군대의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군단장 이상 간부의 44퍼센트, 고위 당간부의 40퍼센트, 정부 간부의 47퍼센트가 교체되었습니다. 이는 한국의 통일부가 지난 2년 동안 북한의 고위급 간부 218명의 이동을 비교분석한 결과인데요. 218명 중 97명이 교체되었다고 하지요. 특히 교체가 심한 곳은 군부입니다. 인민무력부장, 총참모장, 총정치국장, 작전국장 등 4대 핵심 간부가 수차례 교체된 것이 이채롭습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간부들을 교체한 것은 김정일이 임명한 간부들을 쓰고 싶지 않고 자기 자신만의 간부들을 쓰고 싶기 때문이며, 이는 김정은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대대로 충성을 다하여도 쓸데가 없고 하루아침에 옷을 벗어야 하는 정말 파리 목숨 같은 것이 북한 간부들의 운명인데, 그렇다면 충성을 하는 척하면서 속으로 돈이나 벌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런 의식이 팽배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죠. 그래서 면종복배라는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박성우: 국정원의 보고 내용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고영희의 묘지를 조성해서 주민들에게 참배를 강요하고 있다는 대목도 있었는데요. 김정은의 모친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본격화됐다고 보면 되는 건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보고도 있었는데요.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탈북한 이정수(가명)라는 탈북자는 지난 달 26일 NK지식인연대와 겨레얼통일연대 등 탈북자 단체들이 주최한 ‘북한 실상 브리핑’이라는 토론회에서 “김정은의 친모 고영희의 묘지는 평양시 대성구역 동천호 기슭에 있다“고 밝혔죠.

이정수 씨는 국경경비대에서도 근무하였고 탈출 직전까지 평양 동부건설사업소 지도원으로 근무한 인물입니다. 그는 토론회에서 ”이번 주에는 어느 공장, 다음 주에서는 그 다음 단위가 가는 식으로 북한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고영희의 묘에 갔다와야 한다“면서 “고영희 묘에 갔다 온 친구가 묘지에는 ‘선군조선의 위대한 어머니 고영희 여사’라고 씌어져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증언들이 사실이라면 북측은 고영희를 강반석, 김정숙에 이어 세번째로 “조선의 어머니” 반열에 올려 세우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상화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강반석 우상화는 워낙 오래전 일이고, 김정숙은 그나마 김일성과 같이 이른바 항일 운동을 하였다는 명분이 있어 주민들에게 먹혀들어 갔지만, 고영희는 많이 다르죠. 고영희의 아버지는 오사카에 살았고, 그 때 고영희가 태어났습니다. 그러니 재일동포인 것입니다. 또한 고영희는 귀국 후 만수대예술단에서 무용수로 일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평양의 어머니로, 조선의 어머니로 만들기에는 약간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것도 좀 여쭤보지요. 김정은 제1비서의 아내 리설주가 다시 공식 행사에 등장했다는 점을 한국 언론들이 크게 주목했는데요.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후 24일 만인 지난 9일 김일성종합대학 살림집 준공식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리설주의 재등장에 한국과 세계 언론들이 주목하는 것은 지난달 21일 일본 아사히 신문의 보도 때문입니다. 이 신문은 ‘은하수악단 성원들이 음란한 동영상을 촬영해 알판을 만들어 판매하다가 보위기관에 들켰고, 이 이유로 은하수악단 성원 10여명이 강건 군관학교 운동장에서 처형당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 사건에 리설주도 관여된 것 같다는 추정이 있었죠. 그래서 리설주가 공식 석상에 얼굴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보도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아사히 신문의 기사가 나온 그 다음날 ‘최고존엄’을 건드린 ‘특대형 도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리설주가 은하수악단 일부 성원들의 음란한 행위에 가담하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어쨌든 리설주를 24일 만에 다시 텔레비전에 내 보낸 것은 이러한 추문을 잠재우고 뒤덮으려고 의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이젠 북한에서도 정보의 유통 속도가 워낙 빨려진 상태라서, 이 추문이 북한 당국의 의도대로 단속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