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중관계 개선 조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들어 북중관계에 대한 분석과 전망 기사를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이게 다 지난주 평양에서 열린 당 창건 70주년 기념 행사에 중국의 류윈산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한 이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것부터 여쭤보죠. 류 위원이 북한에 머무는 동안 했던 발언들 중에서 위원님이 주목했던 건 무엇이었습니까?
고영환: 중국 공산당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은 지난 9일 김정은 제1위원장을 만나 "북중 간 고위급 교류 강화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도 "중국과 긴밀한 고위급 교류가 지속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지난 10일 전했습니다. 이 발언들을 단어 그대로 이해하면, 중국이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요청했고 김정은도 일단은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1950년대부터 정치국 위원급이 방문하면 상대 최고 지도자를 초청하는 식의 초청외교를 해왔습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제가 그런 외교 활동을 해 봐서 아는데, 북한은 고위급 대표단이 상대방을 방문하면 해당 나라 국가수반을 초청하는 외교를 해 왔습니다. 특히 북한과 중국, 북한과 소련 사이에서는 그런 외교가 항상 진행되어 왔습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지난 11일 "중국은 작년 중반기부터 북중관계 개선을 모색하면서 김정은 초청 의사를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김정은이 핵 개발에 집착하며 중국의 손을 뿌리쳐 왔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은 10월 9일 류윈산의 면전에서 핵과 장거리 로켓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류윈산이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조기 개최"를 요구하자 김정은은 "북한은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위해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외교 환경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일단 김정은은 북핵 문제를 피해 간 것입니다.
제가 주의해서 본 부분은 김정은의 초청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비핵화 요구에 김정은이 어떻게 대답하였는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김정은은 자신의 시대의 통치 이념으로 제시한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한 양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냉랭한 북중관계에 단초를 제공한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에 북한은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고, 중국은 김정은을 초청하고 김정은은 외교적으로 답하는 형식으로 현재의 불편한 국면을 틀어막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관련된 질문인데요. 중국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하게 할 법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중국 관영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지난 12일 사설을 통하여 중국 인터넷에서 북한 열병식을 조롱하는 목소리와 비우호적 표현들이 일부 등장했다며 심지어 "한국, 미국, 일본 등 북한을 가장 적대시하는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이런 것은 거슬린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10월 10일 열병식을 놓고 중국 일각에서 조롱 섞인 반응들이 나온 데 대한 대응입니다. 북한 열병식이 열린 지난 10일을 전후해 중국 인터넷에서는 북한을 비꼬는 누리꾼들의 글이 잇달아 등장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북한 군인들의 '거위걸음식 행진'에 대해 "서커스 같다”, 즉 곡예단 같다고 비아냥댔고, 하얼빈 사범대학 역사학과 교수라는 누리꾼은 "조선 군인의 가장 큰 임무는 열병식이고, 두번째가 휴전선 경계근무다. 그 다음은 해상에서 중국 어민을 상대로 강도질하고 접경 지역에서 중국 농촌 사람들을 살해하는 것이다”며 북한을 맹비난하였습니다.
환구시보는 북한이 걸어온 길과 개혁·개방 노선을 선택한 중국 사이에는 일정한 차이가 있고, 특히 "중국과 북한 사이에 핵 문제를 둘러싼 엄중한 갈등이 발생했다는 점 또한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일부 중국인이 북한을 조소하고 모욕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의 이 같은 보도는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형성된 '북중 관계의 정상화' 분위기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저는 환구시보가 북한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논조의 기사를 발표하고 중국 인터넷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에서 `진싼팡즈' 즉 ‘김씨 3대 돼지’라는 검색어를 차단하는 대책을 취하는 등 북한에 우호적인 일련의 조치들을 취한 것은 일단은 중국이 북한을 어르고 구슬려서 핵무기 폐기 절차를 시작해 보려는 전략적인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중국의 그 같은 노력 때문인지, 북한도 지난 10일 열병식 행사에서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는 해석이 있거든요. 위원님도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제가 이번 북한 열병식 행사에서 가장 주의 깊게 본 부분이 바로 김정은 제 1위원장의 연설이었고 그 내용이었습니다. 김정은은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기, 핵강국, 핵·경제 병진노선 등 핵과 관련한 언급들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김정은 바로 옆에 서서 열병식을 바라 본 류윈산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국 지도부를 의식한 행동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이날 열병식이 끝난 후 청년 수만명을 동원해 실시한 저녁 횃불행진에서는 '핵 보유국' '핵·경제' 등의 글자를 형상화했습니다. 북한의 이중적인 태도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육성 연설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핵 강국, 핵·경제 병진노선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중국의 요구를 그나마 외교적으로, 표면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해석을 할 수 있는 분이고, 이를 일단은 긍정적으로 해석합니다.
박성우: 북중 관계가 정말 개선된다면, 그 상징적인 조치는 김정은 제1비서의 중국 방문이 될 텐데요. 그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류윈산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이 열병식에서 김정은과 손을 맞잡은 채 만세를 부르고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과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의 중국인민지원군관을 방문하고, 김정은, 김영남, 최룡해 등을 만나는 등 활발한 방북 외교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류 상무위원은 김정은에게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 반도의 비핵화 목표, 대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비핵화 외교도 펼쳤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베이징의 한 관측통은 "앞으로 중북관계는 개선방향으로 가는 첫 발자국을 뗀 것 같다"면서도 획기적인 관계 개선의 계기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베이징의 다른 대북 소식통은 "중국은 분명한 입장을 밝혔지만, 김정은은 핵 개발을 포함하는 병진 정책과 같은 것을 계속 추진해나가겠다는 것을 암시한 것 같다"며 최고 지도자를 제외한 고위급 교류는 조만간 있을 것으로 보지만 김정은의 방중은 상황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북한과 중국이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고위급의 접촉이 없어서가 아니라 김정은이 핵에 대해 워낙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고 핵을 포기할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김정은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가 베이징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현재 판단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북한 열병식 이야기를 했는데요. 위원님께서도 관심을 갖고 열병식을 지켜보셨을 텐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짧게 평가를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국의 한 소식통은 지난 8일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미화 14억 달러 가량의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14억 달러는 북한의 한 해 총 무역액인 76억 달러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며, 이 돈으로 식량을 구매할 경우 옥수수 약 950만t을 살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이 2년 반을 먹을 수 있는 돈을 한 번 지나면 끝나는 열병식에 쓰는 북한을 보면서 언제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로, 한 명의 통치자의 기분보다는 전체 인민의 생활을 생각하는 나라로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박성우: 그러게 말입니다. 김 비서가 연설을 하면서 ‘인민’이라는 단어를 90번 이상 언급하고 당의 임무가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거라고 강조했는데요. 진정 인민을 위한다면, 위원님 말씀처럼, 그렇게 많은 돈을 정치 행사에 쓰지는 않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