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과 휴양지인 마이애미 해변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국의 전직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지난달 평양을 다시 방문했을 때 김정은과 나눈 대화의 내용이 상당부분 보도됐습니다. 위원님, 이걸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고영환: 올해 2월에 이어 지난달 평양을 다시 방문해 김정은을 만난 미국의 전직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 일행은 “김정은은 고급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고, 수영과 제트스키, 승마를 즐기는 젊은 지도자이며, 영어는 그리 유창하지 않지만,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은 로드먼 일행을 원산 특각에 초청하여 연회를 차렸는데, 이 자리에는 김정은의 형 김정철, 여동생 김여정, 부인 리설주와 국방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술자리 분위기가 무르익자 미국 사람 중 한 명이 김정은에게 “쓰지도 못할 핵무기를 뭐하러 만드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김정은은 “나도 난처한 입장”이라면서 “미국과 한국이 평화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는 식으로 말을 돌렸다고 했습니다.
김정은은 미국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하였는데, “미국의 마이애미 해변은 어떻게 생겼는가?”, “워싱턴은 어떤 도시인가” 이런 질문을 던졌고, 미국 사람들은 이에 답변을 하였다고 합니다. 로드먼 일행은 리설주에게 1,600달러짜리 해외 유명상표 핸드백을 선물하였고, 이에 리설주가 많이 기뻐했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또한 이제까지 베일에 쌓였던 김정은의 형 김정철에 대한 평가도 나왔는데요. 그는 바닷가에 서서 바다를 쳐다보며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또 한가지 재미나는 현상은 김정은이 미국 사람들에게는 따뜻하게 대해주는 반면 국방위원회 고위간부들에게는 쌀쌀하게 대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기사를 보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첫째, 김정은이 마치 자본주의 나라의 대부자, 재벌의 아들인양 사치스런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형 김정철은 동생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데 속으로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나,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게 아닌가라는 점입니다. 셋째, 김정은이 국방위원회의 나이 많은 간부들을 쌀쌀하게 대했다는 것은 자신이 마치 모든 권력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겁니다.
한나라의 지도자란 사람이 온몸에 문신을 하고 코에 구멍을 뚫은 한물간 전직 농구 선수를 데리고 온가족과 사치스런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도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치품 수입이 급증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집권한 후 북한에서 사치품 수입이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9년 3억 2천만 달러, 2010년 4억 4천만 달러, 2011년 5억 8천만 달러, 2012년 6억 4천만 달러 등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위급 간부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하여 값비싼 물건을 마구 사들여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심지어 애완견, 개 사료, 개 영양제, 항생제, 개 씻어주는 샴푸 등과 구라파산 고급 흔들이 침대, 출산용품, 욕조, 개인용 사우나 등도 많이 수입하였는데, 이는 김정은과 리설주가 직접 쓰는 물건들로 보입니다.
개보다 더 귀중한 사람들이 굶주리고, 한 끼를 때우려고 애를 쓰는데, 김정은의 개 목욕용품은 구라파에서 비싼 외화를 주고 사들여가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어느 왕도 누리지 못한 사치스런 생활을 향유하는 김정은, 그에게 충성을 다하면서 벤츠 승용차를 받고, 고급 핸드백과 향수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는 당과 군대의 고급 간부들, 과연 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인민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들어 있을까요? 안 그런 것 같습니다.
박성우: 지난 15일 평양에서는 문수 물놀이장이 개장했고, 여기서 물놀이하는 사람들 모습이 사진 기사로 보도됐습니다. 요즘 가을날씨가 좀 쌀쌀한 편인데요. 위원님은 이걸 보시면서 무슨 생각이 드시던가요?
고영환: 저도 중앙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문수 물놀이장 준공식 장면을 직접 보았습니다. 간부들은 좀 추운지 덧옷을 입고 행사에 참가했어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 딱 보니까 군인들 같던데, 젊은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고 추운 물에 들어가 몰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날 평양 최고 기온이 17도였는데, 17도의 찬물에, 그것도 야외에서 수영을 하는 나라는 평양뿐일 겁니다. 아나운서는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평양시민들 모습에서 원수님의 사랑을 느낀다’고 말하는데, 참 저 사람들은 무슨 죄인가, 지금 늦가을에 수영할 때인가, 차라리 따뜻한 구들방에서 따끈한 국 한그릇을 먹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박성우: 과시성 행정의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한 뉴스가 하나 더 있었지요. 북측이 이른바 ‘전승절’ 기념일에는 화물기를 덧칠해서 군용기인양 사용한 것 같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저도 그 화면을 보면서 ‘저건 화물 수송기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이른바 ‘전승일’ 기념 열병식 날 군용 수송기 세 대가 날아갔어요. 그 비행기들은 민용항공총국에 속한 러시아제 일류신-76 민간 수송기였고, 행사가 끝난 후 이 비행기들에 다시 흰색을 덧칠해 민간 비행기로 쓴다는 사실이 모스크바 비행장에서 확인됐습니다.
모스크바 공항에 나타난 북한의 민간 수송기들을 살펴보니 꼬리 날개 부문에 군용기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초록색과 베이지색으로 얼룩덜룩하게 칠하였던 흔적들이 흰색으로 덧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나타났고요. 그 사진들이 전 세계에 퍼져 조롱감이 되었습니다.
7월 27일 열병식 때 이른바 ‘핵배낭’을 메고 나온 군인들이 차를 타고 지나간 모습을 보고 군사전문가들은 그 배낭에 핵이 들어간 것이 아니고 헝겊 천과 종이 뭉텅이가 들어간 것 같다고 해서 웃음거리가 된 적도 있었죠. 다른 나라들은 핵심 전략무기들을 감추려 애쓰는데, 오직 북한만 자신들이 가지고 있지도 않은 무기들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과장하여 보여주려고 합니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그런 헝겊 배낭과 민간인 수송기를 무슨 대단한 군사용 장비처럼 보여주려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성우: 지난주에는 평양의 커피숍을 소개하는 기사도 눈에 띄었는데요. 위원님은 평양에 계실 때 커피 자주 드셨습니까?
고영환: 저는 평양에 있을 때 외교관이었으니 외국 국가수반이나 외무상, 총리들이 올 때 안내를 나가 고려호텔, 흥부초대소, 주암산 초대소 등에서 가끔 커피를 마셨습니다. 당시 일반 사람들은 커피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마셔보지도 못했죠. 오직 간부들과 외교관 정도가 맛보는 음료였습니다.
최근에 평양에 있는 외신기자들과 관광객들이 평양에서 찍어 오는 사진들과 동영상을 보니 평양에도 커피숍이 많이 생기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처럼 캐러멜 마키아토, 헤이즐넛,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등 각가지 커피들이 다 있더군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가격입니다.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보통 3.5 달러, 4달러짜리 커피를 팔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마시고 있습니다. 4달러면 비공식 환율로 한 잔에 적어도 북한 돈으로 2만 8천원을 넘는 가격입니다. 월급이 3-4천원인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마실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고요.
아마 당, 정부, 군대의 고급 간부들과 그 식구들, 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마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달 월급의 7-8배가 넘는 돈을 커피 한 잔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게 놀랍습니다. 북한은 한국을 부익부 빈익빈의 전형적인 사회라고 비판해 왔는데, 이제는 북한이 전형적인 부익부 빈익빈 세상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합니다.
박성우: 김정은을 포함한 평양의 특권층이 사는 모습과 지방의 일반 주민들이 사는 모습이 정말 극과 극을 달리는 곳이 북한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