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돈에 충성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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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돈에 충성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고 남한의 국정원이 평가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가 최근에 진행됐는데, 여기서 국정원 당국자들의 주목할만한 발언이 많이 나왔습니다. 위원님께서 가장 관심 갖고 보셨던 건 무엇이었습니까?

고영환: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의 북한 정세에 대하여 국회에 보고를 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국가정보원이 비밀기관이긴 하여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기관이 1년 동안 한 일에 대하여 보고해야 하고 이것을 국정감사, 즉 국회검열이라고 합니다.

국정원은 “과거 북한은 수령이 대단했는데 지금은 ‘돈에 충성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의 보고를 토대로 “해외로 나간 북한 근로자들이 현재 5만8000명인데 1990년 이후 누적으로 총 근로자 숫자가 22만여 명에 달한다. 외국물을 먹고 와서 북한 생활과 비교하니까 돈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국정원은 “북한 빨치산 손녀도 해외에서 6개월만 있으면 김정은 욕을 하게 된다. 통제가 어려운 사회로 간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북한에는 ‘당이 두 개가 있다. 장마당은 도움이 되는데 노동당은 도움이 안 된다’는 말들도 있다고 한다”고 이철우 의원이 전했습니다.

국정원은 지난 10일 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와 관련해 북한 주민들 속에서 “중국에서 온 고위층은 환대하면서 자기 나라 인민들에게는 약속한 전기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먹고 살기에도 바쁜데 행사에 동원되다 보니 더 힘들어졌다”는 등의 불평이 나왔다고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본 건 북한 주민들이 “북한에 당이 두 개가 있다”고 한 부분입니다. 장마당은 돈이 되는 당이고 노동당은 도움이 안 되는 당이라고 북한 인민들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그 어려운 생활 여건 속에서도 북한 사람들이 현 상황에 딱 들어맞는 재치 넘치는 말들을 찾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기 그지없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이 남한으로 귀순하고 있다는 사실도 국정원이 다시 한 번 언급했는데요. 이번엔 좀 더 구체적이죠?

고영환: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해외 주재관 출신 귀순자가 2013년 8명, 2014년 18명에서 올해(1~10월) 2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귀순한 20명은 현재 전원 국내에 체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계속하여 이병호 국정원장은 "귀순자 중에는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의 엘리트 탈북민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한국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 소속 중견 간부 1명도 지난 4월 귀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간부는 총정치국 소속 820부대 산하 무역회사에 파견돼 중국 베이징에서 근무하던 중 탈북해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올해 초에는 김정은의 비자금, 즉 김정은의 개인 돈을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에서 홍콩에 파견됐던 중견 간부도 가족과 함께 망명하여 현재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에서 해외에 파견되는 외교관, 무역관, 공작부서 파견관들 등은 북한 주민의 정치 성분상 최상급에 속하는 사람들이며 북한 체제를 버티고 있는 기둥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최근 김정은 체제의 핵심 간부들이 떼를 지어 북한을 떠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김정은 체제에 미래가 없고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또 한가지 주목할 사실은 북한의 대남 사이버 공격이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위원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한국의 국정원은 지난 20일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지난 8·15 광복절부터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까지 청와대와 국방부·외교부·통일부, 국회 등의 컴퓨터 네트워크, 즉 컴퓨터 망에 침입해 해킹을 시도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의 경우 30~40명의 의원 및 보좌진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있었으며, 이 중 새누리당 의원 3명과 여야 보좌진 10여 명의 개인 컴퓨터와 전자메일 계정이 해킹 당해 자료가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정원은 보고하였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의 해킹에 의해 의원 및 보좌진 등의 컴퓨터와 전자메일 계정에서 빠져나간 자료는 주로 국정감사를 위해 정부에 요청했다가 받은 것들이었다”며 “북한이 광복 70주년 행사에서부터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차 출국하던 지난달 초까지 외교·안보통 의원들과 관계기관을 집중 해킹한 것은 중국에 대한 우리 측의 협상 전략과 향후 국정 운영 방향 등을 파악하고자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킹은 남의 컴퓨터에 몰래 잠입하여 그 안에 있는 자료들을 빼나가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국제, 국내법적으로 불법이고 비겁한 도적 행위입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개인이나 개인 기관들이 이런 짓을 하다가 들통나면 법적인 책임을 지는데, 북한은 국가가 직접 나서 이런 불법 행위를 저지르니 참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박성우: 이밖에, 국정원의 보고 내용 중에서 위원님께서 중요하다고 판단하시는 사항은 어떤 게 있었습니까?

고영환: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김정은 체제 4년을 총화하면서 "김정은과 권력층 간 운명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정원은 "(운명 공동체 의식이) 김일성 시대를 100이라 하면 김정일 체제는 50~70, 김정은은 10 정도 된다고 본다"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아버지(김정일)가 죽기 전에 지도자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될 거라고 했는데 이제야 아버지 말씀이 이해가 된다'는 말을 하면서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도 전했습니다. 또한 김정은의 고모이자 숙청된 장성택의 아내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건강에 대해서는 "평양에 칩거하면서 지병을 치료 중이고, 건강이 특별히 나쁜 것 같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 내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 내용이 김정은과 당과 정부 그리고 군대 간부들이 운명 공동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북한은 집단 지도체제가 작동하는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고 왕 한 명이 지배하는 봉건국가와 비슷하다고 평가합니다. 봉건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군신관계, 즉 왕과 신하의 관계인데, 신하에 해당하는 고위급 간부들이 탈출하고 있고, 안에 있어도 김정은과 같은 운명을 지니고 있는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북한 체제가 그만큼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남한의 국가정보원은 어떤 기관인가요?

고영환: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나 두 기관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국가안전보위부는 기본 하는 일이 북한 내 간부들과 주민들을 감시, 도청, 체포, 수용소 감금, 처형하는 것이고, 그 외에 방첩활동, 즉 외부의 간첩을 잡는 일 등을 하는 기관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하는 첫 번째 일은 수령 보위를 첫째가는 사명으로 하는 국가안전보위부와 달리 국민, 즉 인민을 보호하고 국가를 보호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간첩을 발견하면 국정원은 이를 검찰에 넘기고, 검찰은 이를 수사하여 다시 재판부에 넘겨 사건을 처리합니다.

국가정보원은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의 안보에 가장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도 진행합니다. 북한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휴민트, 즉 인적정보와 테킨트, 즉 기술정보 등으로 지속적으로 북한을 관찰하는 일을 하는 기관입니다.

박성우: 인적정보와 기술정보를 통해 국정원이 판독한 결과 북한은 현재 노동당이 아니라 돈에 충성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 같은 해석이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한 평가는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우리 청취자들께서 제일 잘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