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법, 북한 경제 숨통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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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 하원이 ‘웜비어’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웜비어’ 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을 해 주시죠.

고영환: 미국 하원이 지난 24일 일명 ‘웜비어’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은 원래는 ‘대북금융차단법’이란 이름으로 발의되었으나 북한을 관광 삼아 방문하였다가 북한 선전물을 훼손하려한 혐의로 감옥에 17개월 동안이나 억류된 후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나 미국에 도착하여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웜비어’ 법안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법'은 찬성 415표, 반대 2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하원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입법, 행정, 사법 등 세 개의 권력이 분산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국회가 법을 만들면 행정부는 이를 집행합니다. 이 법안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과 기업 등을 제재하도록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즉 2차 제재를 할 수 있게 해 사실상 북한을 국제 금융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웜비어 법안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국제 금융기구로부터 차관을 받지 못하도록 금지했습니다.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일부 동남아 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국제 금융기구의 차관 제공이 금지되는 것입니다. 즉 대북 제재를 실행하지 않다가 적발되는 경우 이 나라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차관 제공이 불허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웜비어 법안은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제3국 기업들도 미국 정부의 금융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러시아나 중국, 아시아와 아프리카 및 중동 나라들에서 북한 기술자, 근로자들을 채용하는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 대상이 될 것이므로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근로자, 기술자, 의사, 군사고문단 등은 모두 철수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워싱턴의 외교가는 "이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돼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면 북한에 대한 달러 유입을 차단하고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과거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이 사실상 제도적으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석탄, 광물, 수산물, 섬유제품의 수출과 해외에 파견되어 일하는 북한 기술자, 노동자들의 월급을 통해서 많은 양의 달러를 벌었고, 김정은 지도부는 이 돈으로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핵과 미사일을 만들었습니다. 북한이 한국, 미국, 일본은 물론 유럽까지도 위협하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 하자 국제사회는 분노하였고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모든 수출 및 노동인력을 통한 달러 벌이를 차례로 중단시켰습니다. 북한 경제의 숨통이 조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박성우: 아무래도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라고 봐야겠죠?

고영환: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법안’이 미하원을 통과하고 미 상원도 이를 통과시킬 가능성이 백 퍼센트에 달하면서 세계는 이 법안이 북한과 국제사회에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발표한 행정명령은 북한과의 ‘상당한 거래’가 있어야만 그 국가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재법안에 구멍이 있지 않으냐는 지적이 있었죠. 그러나 이번에 하원을 통과한 웜비어 법안은 불법과 합법을 가리지 않고, 거래 액수도 상관하지 않고,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나라의 기업과 개인을 제재할 수 있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절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실제로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이 북한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동안 중국 정부는 대북교역을 모두 틀어막으면 김정은 정권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대북 제재에 미온적으로 대해 왔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제재에도 끄떡없다’고 버텨 온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올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어 안보리가 제재를 대폭 강화했음에도 올 초부터 9월까지 중국의 대북 수출은 지난해보다 20.9%나 늘었습니다. 따라서 웜비어 제재법안은 실제적인 제재엔 눈을 감고 시늉만 내온 중국을 겨냥한 맞춤형 제재를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중국 기업들, 중국 사업가들은 북한과 미국 중 어느 나라와 거래해야 할 것인지 선택해야만 합니다. 북한과 거래하면 사실상 미국과는 거래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자그마한 북한과 무역을 하면서 경제를 망칠지 아니면 북한을 희생하고 미국과 거래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킬지 하는 문제가 필수적으로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제는 중국을 넘어 북한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마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박성우: 웜비어 법이 발효될 경우 북한 경제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고영환: 웜비어 법안의 통과로 중국 기업과 개인 사업가들은 북한과의 가래를 끊거나 아니면 극히 소극적으로, 불법적으로 거래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북한의 거의 모든 거래, 국제 결제, 달러벌이 등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 주민의 70퍼센트 이상이 의지하여 살고 있는 장마당에 물자 공급이 중단되고, 그러면 물가, 중국 위안화, 미국 달러는 폭등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는 경우 장마당은 혼란에 빠지고 때에 따라서는 장마당이 폐쇄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먹고 살기 힘들면 민심은 동요하게 되어 있습니다. 1차 ‘고난의 행군’ 때 수백만명이 굶어 죽는 것을 지켜본 북한 인민은 이번에는 앉아서 당하기만 하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도 있고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 지도층이 핵을 가지고 앉아서 죽을 것이냐 아니면 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번영시켜 인민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냐 하는 생사기로의 순간이 째깍거리며 다가오고 있습니다.

박성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다 보니 북한 외교관들도 외화벌이를 예전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 됐죠. 아마도 그래서 발생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파키스탄에서 도둑 때문에 북한 외교관의 불법 외화벌이가 발각됐다는 뉴스가 있습니다. 부원장님,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파키스탄 주재 북한 대사관의 한 외교관이 자기 집에 금, 금강석, 달러와 함께 위스키와 포도주 등 주류 450상자를 보관하고 있다가 전량을 도둑질 당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지 신문 '파키스탄 투데이'가 지난 7일과 18일 두 차례 걸쳐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달 초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한 경찰서에 ‘집이 털렸다’는 도난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집주인이 북한 대사관의 현기영 1등 서기관이라는 것입니다. 도둑들은 현 서기관이 집을 비운 사이에 집을 털어 보석함 10개, 금강석 2개, 미화 3000달러와 위스키 100상자, 포두주 201상자, 맥주 60상자 등 주류 450상자를 가져갔습니다.

저도 한 때 북한 외교관을 지냈고 면세품을 팔아서 박봉의 월급에 보태 쓴 적이 있는데 현 서기관은 너무 크게 밀수와 밀매를 해 온 것 같습니다.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와 카라치는 이전부터 북한 외교관들이 불법적인 외화벌이를 가장 많이 해 오던 곳입니다. 그래서 북한 외교관들이 파키스탄 근무를 희망했습니다. 외교관들이 외교는 하지 않고 불법적인 외화벌이에 몰두하고 있으니 북한 지도자도 골이 아플 것 같습니다. 현 서기관의 외교관 경력도 여기서 끝이 날 것 같습니다.

박성우: 북한 정권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면 외교관이 남의 나라에 가서 돈벌이를 위해 불법행위를 저지르지는 않았겠죠. 북한 정권이 제 기능을 하려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어야 할 텐데요. 이를 위해선 결국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