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몽골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지만, 김정은 제1비서와의 회담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몽골 대통령의 북한 방문 일정이 10월 31일 끝났습니다. 북한의 형식상 국가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는 회담을 했지요. 그런데 정작 김정은 제1비서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위원님,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체제에서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지난 10월 31일 방북을 끝내고 귀국했습니다. 몽골 대통령은 이름만 국가 수반인 김영남을 만나고, 총리도 만나고 했지만, 실제적인 국가 수반인 김정은과는 만나지 못한 것으로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른바 지도자가 김정은이라는 사실은 온 북한 국민이 알고 온 세계가 알고 있는데, 몽골 대통령을 만나주지 않은 것이죠. 이런 외교적 실례가 없습니다.
김정은이 몽골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것은 우선 외국 정상과의 첫 만남을 몽골 같은 작은 나라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빚어낸 외교적 참사라고 판단합니다. 김정은은 외국 수반과의 만남을 중국 같은 대국과 시작하여 ‘김정은이 대국의 국가 수반을 만났다’고, 그것도 세계 2대 강국인 중국의 수반과 만남을 가졌다고 선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국가 수반은 국가 수반입니다. 몽골 같은 작은 나라,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줄 수도 없는 몽골 같은 나라의 대통령은 김정은 지도자가 안 만나겠다는 의도인데, 이것은 외교적으로 대형 사건사고입니다. 한마디로 몽골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푸대접 수준을 넘어 무시를 당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에 몽골 대통령을 만나지 않음으로써 김정은의 외교적 판단력 수준이 매우 낮다는 점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몽골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귀국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의 이런 태도를 본 다른 작은 나라의 수반들이 평양에 가보고 싶겠습니까? 외교에서 작은 나라, 큰 나라를 가르면서 대우 수준을 정한다는 것은 대단한 외교적 실례이고 결례입니다.
박성우: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직접 하셨기 때문에 이렇게 자신있게 평가하시는 듯 합니다. 위원님, 북한과 몽골의 관계, 그 과거와 오늘을 비교해 보면 어떤 차이가 있나요?
고영환: 과거 사회주의 시절 북한과 몽골은 동지적 관계였습니다. 몽골 대통령이 평양에 오면 김일성이 직접 비행장에 나가서 마중하고 극진히 대접하였습니다. 구소련이나 몽골이나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대우하였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보신 것처럼, 북한의 지도자라는 김정은이 몽골의 대통령을 마중하지도, 만나주지도 않았습니다. 이전보다 북한-몽골 국가관계의 수준이 많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번 몽골 대통령의 방북 배경에는 라선 경제개발구에 몽골이 투자하는 문제, 현재 1,700여명 규모로 몽골에 나가있는 북한 근로자 규모의 확대 문제, 그리고 정보기술과 축산업 발전 문제 등에서 몽골과 북한이 서로 협조를 강화하려는 것 등이 있겠습니다.
박성우: 북한과 몽골이 과거에는 정치적 동지였다면, 지금은 경제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이번 몽골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일본 측에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금번 몽골 대통령의 방북을 일본 측에서 매우 주시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연이어 나왔는데요. 특히 일본 언론들이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 3월에는 아베 일본 총리가 몽골을 방문하였고, 9월에는 몽골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또한 북한과 일본의 외교 관리들이 몽골에서 자주 만나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몽골과 일본의 관계가 이렇게 가까워지는 것은 일본이 몽골을 중재자로 삼아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북한-일본 사이의 회담이 주로 중국에서 진행되었는데, 중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은 좀 더 중립적인 나라인 몽골을 북한-일본 관계를 토론하는 장소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일본 도쿄에 있는 조총련 중앙위원회 건물 문제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총련 건물을 놓고 현재 법원 경매가 진행 중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일본의 조총련 단체들과 재일본 북한인 상공인들이 북한에 외화를 지원하느라 일본 은행들에서 빚을 많이 내었는데, 그 빚을 갚지 못해서 많은 재일 상공인 소유의 건물들이 강제로 경매되고 있습니다. 조총련 건물도 돈을 갚지 못해서 법원에 경매로 넘어간 것이죠.
그런데 조총련 건물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곳이 몽골의 ‘아바르’라는 기업입니다. 이건 사무실도 없는 사실상 유령 종이회사입니다. 많은 분석가들은 조총련의 상징인 조총련 중앙위원회 건물이 일본 사람들에게 팔리는 것은 북한의 망신이니, 북한이 몽골의 유령회사를 앞세워 이 건물을 다시 사려고 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외교관계가 없는 북한이 일본 측 경매에 참가할 수 없으니, 몽골을 앞세워 경매에 참가해 건물을 사서 조총련이 계속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박성우: 조총련 이야기를 잠시 하셨는데요. 일본 내에서 조총련의 위상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듯 합니다. 그 이유를 좀 구체적으로 짚어 주시죠.
고영환: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에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건물이 있습니다. 저도 여러번 그 주변에 가 보았는데요. 이 건물은 일본에 사는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의 희망이었고 자부심의 상징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앞에서도 이야기를 하였지만, 이 건물이 지금 경매에 부쳐져 있습니다. 남에게 팔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리입니다.
1970-80년대 그렇게 큰소리 치던 조총련의 건물이 외국인에게 팔릴 정도가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우선 조총련이 북한 정권의 거점 역할을 하면서 수십년 동안 북한에 수많은 외화를 들여보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총련 소유의 건물들, 재일 상공인들의 재산과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일본 은행들에서 돈을 꾸어 평양에, 김정일에게 외화현금, 충성자금을 보냈던 것이죠. 돈을 꾸었으면 갚아야 할 텐데, 갚지를 못하니, 많은 재일 상공인들의 재산이 법원에 경매로 넘어가고 파산하게 되는 것입니다. 조총련 건물도 그렇게 된 것입니다.
현재 조총련 자체도 점점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두 개의 한국인 단체가 있습니다. 북한 국적을 선택한 사람들은 조총련 조직에, 한국 국적을 선택한 사람들은 민단에 속해 있습니다. 1959년 조총련이 창립했을 때, 총련 인원수는 43만명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에 와서는 7만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하면, 그 동안 한국은 경이적인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이루었는데, 북한 경제는 몰락하면서 사람들이 굶어죽는다는 소문이 들리고, 여기에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던 북한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삼대째 내려오면서 봉건왕조처럼 세습을 하고, 여기에 일본인 납치 문제까지 겹치면서, 조직원들이 실망하면서 총련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매일 100명 이상씩 북한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가지거나, 일본으로 귀화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민단 회원수는 급증하고, 북한 국적을 가진 총련 회원수는 급감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말레이시아의 어느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지요?
고영환: 말레시아에 헬프 대학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학이 지난 10월 3일 김정은에게 명예 경제학 박사 칭호를 수여했습니다. 이 대학의 폴 찬 총장은 성명을 통해 “향후 6년 안에 북한이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에게 이 칭호를 수여한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대학 졸업생들은 “독재자에게 명예박사 칭호를 수여한 것은 대학의 망신이다”, “이젠 어디 가서 이 대학을 졸업하였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세계 언론들도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를 좀 이해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사실 저도 북한 외교관을 할 때 “김정일에게 명예박사 칭호를 수여하도록 해당 나라의 대학총장들을 만나라, 교육성 사람들을 만나라, 선물을 주라, 북한에 초청하는 한이 있더라도 영향을 미쳐 김정일에게 명예 철학박사나 경제학 박사 칭호를 받도록 최선을 다하라“ 이런 전문들을 외무성으로부터 수없이 받았고, 그래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의 고충을 그래서 이해합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가 경제학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하니까요. 이젠 북한 경제도 좀 챙기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