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남한이 손 내밀 때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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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의무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지요?

고영환: 이 대통령이 지난 1일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 인터뷰를 가졌는데요. ‘내 임기 중 김정일 위원장과 꼭 만나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그리고 ‘그를 정치적 목적으로 만날 의사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정상회담이 남북 간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는 데 기여하고 경제 협력도 발전시킬 수 있다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대통령의 발언은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지만, 남북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남북 경제협력에 도움이 되는 회담이라면, 언제든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북한은) 정세를 자꾸 긴장 국면으로만 몰아가지 말고, 한국 정부나 대통령이 손을 내밀 때 손을 잡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한반도 정세도 안정되고 북한 경제도 발전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한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도 있었는데요. 여기서는 가스관 연결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됐지요?

고영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러시아를 방문했는데요. 이튿날 이 대통령은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직후 청와대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양 정상은 북한을 경유하는 천연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 가스 도입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남북한 그리고 러시아 3국 모두에게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데 공감을 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 사업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상업적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발언했고요.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북한을 통과하는 데 따르는 위험은 전적으로 러시아가 책임진다, 가스가 끊어지면 러시아가 책임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왜 이런 말을 했느냐면, 북한이 지난 해 두 차례나 큰 군사적 도발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 지역을 통과하는 가스관 사업의 안전성에 대한 걱정이 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러시아 가스관 사업은 시베리아 지역의 천연 가스를 북·러 국경까지 관으로 이어서 가져온 다음, 북한 지역을 통과하는 관을 묻고 분계선을 넘어 한국에 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땅을 빌려주고 연간 1억 달러에 달하는 통과료를 받을 수 있고, 러시아는 천연 가스를 한국에 팔아서 좋고, 한국은 천연 가스를 비교적 싼 값에 사서 좋은 사업인데요. 문제는 북한이 언제든 도발할 수 있고, 가스관도 끊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의 문제가 제기된다는 겁니다. 저는 북한이 이 사업을 좀 제대로 해서 외화를 벌고, 그 돈으로 인민을 위한 식량과 일용품을 사다 쓰면 얼마나 좋겠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박성우: 에너지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겠습니다. 북한은 석탄을 팔아서 원유를 사들이는 걸로 조사됐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중국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북한이 중국에 8억4천만 달러어치의 석탄을 팔았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3억9천7백만 달러어치의 원유와 기계류, 자동차를 사간 걸로 발표됐는데요. 이걸 종합적으로 보면, 북한은 석탄을 주로 내다팔았고, 중국으로부터 원유와 자동차를 사갔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북한에서 살 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동절기 준비였어요. 땔감을 준비하는 게 제일 힘들었고, 김장 등 먹을 걸 마련하는 게 그 다음으로 힘들었는데요. 겨울에 추우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고, 목욕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거든요. 석탄은 추운 겨울을 버텨주기 위한 중요한 물품인데요. 이렇게 중요한 건 내다팔고, 그 대신 기름을 사고 자동차를 사 온 건데, 그런데 이런 건 인민들이 쓰는 게 아니잖아요. 모두 다 군대나 간부들이 쓰는 거지요. 이것만 보더라도 북한 정권이 어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올해 몹시 춥다고 일기예보에 나오는데요. 석탄이 없어서 추위에 떨 북한 주민을 생각하면, 목욕을 매일 한다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 당국이 ‘강성대국 원년에는 식량배급을 정상화하겠다’는 선전을 하고 있다는데요. 그런데 태국에서 최근에 발생한 큰물 피해가 북측의 이 같은 목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요?

고영환: 대북 소식통들에 의하면, 북한 지도부는 강연을 통해서 강성대국의 문이 열리는 내년부터 쌀을 정상적으로 배급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북한이 팔 수 있는 건 광물자원뿐이고, 이걸 팔아서 기름과 자동차 등을 사오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배급을 정상화한다는 건지를 놓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태국, 그러니까 타이에서 지난 3개월 동안 대규모 홍수가 나서 전 농토의 75%가 물에 잠겼습니다. 이건 타이에서 쌀 생산량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하고, 국제 시장에서는 쌀 가격이 상승하는 걸 뜻하는데요.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홍수 때문에 타이 쌀의 가격이 34% 상승할 걸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타이에서 쌀을 사가거든요. 그리고 중국도 타이에서 쌀을 사갑니다. 요즘 북한은 외화도 없으니 쌀 사갈 돈도 없을 것 같고요. 이래저래 참 춥고 배고픈 겨울이 될 걸로 예측됩니다.

박성우: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후계자 김정은이 김정일 위원장과 한 손으로 악수하는 모습이 북한 텔레비전에서 방송됐습니다.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저도 그 화면을 텔레비전으로 봤는데요. 장군님의 손을 한 손으로 잡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요. 김정일이 심하게 앓으면서 후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이고요. 김정은이 김정일과 맞먹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김정일 위원장의 시대는 가고 김정은의 시대가 오고 있다, 그리고 김정일의 권위가 많이 땅에 떨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리비아 임시정부의 총리가 결정됐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시민혁명 기간 동안 지브릴 씨가 ‘국가과도위원회’라는 임시 행정 기구의 위원장 자격으로 사업을 이끌었는데요. 하수도 구멍에 숨어 있던 독재자 카다피가 ‘쥐떼’라고 막말을 퍼부었던 시민에 의해 처형됐고요. 이제 리비아는 공식적으로 해방을 선포했고, 전 리비아가 축제 분위기 속에 있습니다. 지브릴 위원장은 ‘카다피가 죽고 리비아가 해방되면 나는 위원장직을 내놓고 사임하겠다’고 말했어요. 권력을 쥐고 있던 사람은 권력을 잘 내놓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은 실제로 사임했어요. 그리고 지난 10월31일 리비아 임시정부가 출범했어요. 임시 총리에는 기술자 출신인 알킴 씨가 임명됐습니다. 알킴 씨는 미국 남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유학하고, 석유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한 기술자입니다. 알킴 신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앞으로 인권 유린을 용납하지 않는 국가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참 가슴에 와 닿았는데요. 알킴 총리는 11월 중 새로운 내각을 조직하고, 내년 5-6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구성하고, 하반년도에는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규정하는 새로운 리비아 국가 헌법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될 걸로 보입니다. 리비아는 석유도 많고 원래는 잘 사는 나라였잖아요. 그리고 카다피가 감춰둔 돈이 2천억 달러라고 하지요. 그 돈을 다 찾아 국가 재건의 종자돈으로 쓰게 되면, 자유롭고 부강한, 그리고 새로운 리비아가 탄생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총리가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 수립’을 최우선 목표로 세운 건 리비아 국민이 원하는 바를 반영한 결과이겠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