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유엔이 북한 인권결의안에 ‘해외 노동자 착취’ 문제를 포함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10월 29일자 조선일보 단독 보도인데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을 확인해봤더니, 해외 노동자 문제가 포함돼 있더라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올해에 채택될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에 북한 지도부에 의한 해외 파견 노동자 착취를 우려하는 문구가 처음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엔은 지난 10월 28일 이 같은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이 유엔 총회에서 인권을 담당하는 제3위원회에 상정됐으며 유엔 회원국들에 회람됐다고 밝혔습니다.
제3위원회는 11월 15일쯤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로 결정하고, 12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 여부를 확정하게 됩니다. 2005년 이후 북한인권결의안은 매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습니다. 유엔이 그 어떤 특정국가의 인권에 대해 10년 이상 유엔이 해당 나라의 인권을 향상시키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해 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올해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초안은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이 "강제 노역 상황에서 당하는 착취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초안에 북한의 해외 노동자 착취 문제가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북한 노동자들을 중국, 러시아, 중동 등 해외 각지로 보내 외화를 벌게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김정은 지도부가 북한 노동자들이 매달 주재국에서 받는 월급의 대다수를 회수해 가고 매 사람들에게는 100~200 달러 정도의 최소생활비만 준다는 점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해외에 파견된 수만명의 근로자들이 피땀을 흘려 벌인 5억 내지 10억 달러를 갈취하며 이 돈을 핵과 미사일 개발, 그리고 김정은 개인의 사치스런 개인 생활에 전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해외 노동력 차단은 한국, 미국, 일본이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해 추가로 준비 중인 독자 제재에도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은 그동안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 즉 개인은 살고 싶은 곳에 여행하고 거주할 수 있으며, 직업 선택의 자유, 체포영장 없이 체포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이 북한 주민들에게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자기가 피땀으로 번 돈의 80~90퍼센트 이상을 당과 지도자에게 바쳐야 하는 비인간적인 상황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을 유엔 인권결의안에 처음으로 삽입했습니다. 커다란 진전으로 평가됩니다.
박성우: 그밖에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에 담긴 주목할만한 내용은 어떤 게 있습니까?
고영환: 이번 결의안에는 인권 탄압에 대한 김정은의 책임을 좀 더 명확히 밝히는 '지도층'이란 표현이 추가됐습니다. 지난해까지는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 "북한 최상층의 정책에 따라 인권 범죄가 저질러졌다"고 좀 더 범위가 넓은 형식으로 기술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에서는 "북한 최상층의 정책과 지도층의 통제 아래 있는 기관에 의해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됐다"는 표현이 추가된 것입니다. 사실상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 유린의 최고 책임자로 김정은을 지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또 북한 인권 유린의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도록 권고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결과를 거론하며 "북한 지도층에게 반인도적 범죄를 막을 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 정치체제 특성상 김정은의 허가 없이 광범위한 인권 유린 행위들이 벌어질 수 없으며, 따라서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 유린 행위의 책임이 김정은에게 있으며 김정은에게 국제사법기관이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또 다른 특징은 결의안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우려의 표현도 처음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유엔 결의안은 "북한이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에 재원을 전용한 것이 주민들의 인권 및 인도적 상황에 미치는 영향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해방 이후 최대의 홍수 피해라고 인정한 함경북도 지역의 커다란 피해 속에서도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고 비판한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박성우: 김정은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자는 청원 운동도 시작됐죠?
고영환: 미국의 한 인권단체가 김정은을 인권탄압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자는 청원운동을 시작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이 10월 26일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노체인', (‘사슬은 없다’는 뜻의 시민단체)은 RFA에 "미국 백악관의 웹사이트를 통한 청원운동을 전개해 북한 인권탄압의 최고 책임자인 김정은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헨리 송 대표는 "지난 21일부터 백악관의 인터넷 청원 공간에서 김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송 대표는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 유린의 심각성과 규모, 본질은 문명 사회에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정도"라며 "세계인들이 북한의 인권 유린을 범죄로 간주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한 책임으로 처벌받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북한에도 직접 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청원운동 시한은 30일이며, 10만 명이 서명하면 백악관과 해당 부처는 공식적으로 이 청원에 답변해야 합니다. 미국 인권단체가 김정은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인권 유린 행위, 학살 행위 등으로 고발한 것은 김정은의 인권 유린 행위에 미국 등 국제사회가 얼마나 분개하고 있는 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박성우: 인권 침해 국가인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서 “세상이 왜 바뀌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일침을 가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인데요. 어떤 맥락에서 나온 발언인지 소개를 좀 해 주시고, 이에 대한 평가도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구소련의 위성국가였던 폴란드, 즉 뽈스까의 자유민주주의화에 공헌한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에게 “세상이 왜 바뀌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직언했습니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사회주의 체제가 남아있는 나라 중 성공한 나라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운을 뗀 뒤 "한국을 한 번 보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한국은 자유롭고 행복하고 부유한데 당신의 국가(북한)를 보라고 말이다"며 김정은을 향해 쓴소리를 했습니다.
이어 "만약 김 위원장이 북한의 영웅이 되고 싶다면 뭔가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그렇게 하면 모든 국민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그러니 빨리 변화하라고 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더불어 북한 주민들에게 "여러분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며 순응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뽈스까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민주주의 운동을 이끌어 공산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체제를 성공시킨 후 대통령까지 지낸 분으로서 자신의 경험에 토대하여 한 충언이어서 그 무게가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박성우: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영웅이 되고 싶다면 뭔가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 이야기했다고 하셨는데요. 그 ‘바꿔야할 무언가’ 중에는 인권 문제도 분명히 포함된다는 점 모두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