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중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가 순안공항 제2청사 건설장을 시찰했는데, 재건설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보도됐습니다. 이유가 특이했지요?
고영환: 김정은이 약 4개월 만에 순안 비행장 제2청사 건설장을 최근에 지도방문했습니다. 박봉주 내각총리,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을 대동하고 순안국제공항 건설장을 찾은 김정은은 ‘전번에 제2청사 건설을 지시하였는데 세계적인 추세와 다른 나라의 것들을 받아들이면서도 주체성과 민족성이 살아나게 마감하라고 지시하였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고 화를 내면서 ‘이대로 시공하면 어느 한 나라의 항공 역사 복사판으로 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현재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하고 ‘개작 설계안’을 완성하라고 지시했다고 하죠.
거의 완성된 비행장 역사를 까고 새로 지으라고 한 사실도 놀랍지만, 외국과 닮았다는 것을 이유로 삼고 외교관계가 걸려 있는 그런 사실을 로동신문 등 언론에 그대로 공개하였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정말 아슬아슬한 외교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박성우: 그런데 김정은이 우려했던 건 ‘중국풍’ 아니냐, 그러니까 새로 지은 공항이 중국에 있는 공항과 너무 닮은 게 불만이었던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중국에서 제기되고 있거든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제가 앞에서 잠깐 말씀을 드렸는데, 김정은이 순안국제비행장을 건설하면서 지적한 ‘어느 나라 공항’이 중국의 어느 한 공항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죠. 지난 3일 중국 인터넷 매체 ‘BWCHINESE’는 김정은이 지난달 31일 순안비행장 청사 건설정형을 둘러보면서 ‘이대로 시공하면 어느 한 나라의 공항 청사 복사판으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사실상 그 나라는 중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언론은 김정은이 마치 ‘고삐를 벗어나려는 한 마리의 길들이기 힘든 말처럼 중국화 제거를 위해 광분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이 언론은 또 홍콩 언론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의 소식통이 작년 7월경 북한 정부가 홍콩의 PLT건축회사에 순안비행장 건설 설계를 맡겼다고 전한바 있다고 언급하면서 ‘특성상 중국의 행정구역인 홍콩의 것이면 바로 중국의 것’이라고 역설하였습니다.
언론은 계속하여 김정은이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대내외에서 어떠한 실적도 쌓지 못했고 ‘김씨 왕조가 무너질 것을 우려해 개혁개방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반대하면서 김정은이 중국에 대하여 강력한 적대감을 느꼈고, 바로 이러한 적대감으로 인해 김정은이 광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언론은 마지막으로 중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평화적으로 경제를 건설하는 길로 돌아오고 국제사회에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해야 하며, 이를 위해 대북정책을 조정해야 하는 것이 중국 정부 앞에 나서는 시급한 과업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얼핏 보면 이 언론은 미국이나 일본의 어느 한 신문이 쓴 글보다 더 신랄하게 북한의 김정은을 비판한 것입니다.
박성우: 당국이 확인을 한 사안은 아니지만, 김정은이 정말 ‘중국풍’을 우려해서 공항의 재건축을 지시했다면, 이건 북중 관계의 냉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밖에도 북중 관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는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소개를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매년 10월 25일이면 북한과 중국은 6.25 한국전쟁때 이른바 ‘중국인민지원군’이 참전한 일을 기념해 왔습니다. 2012년에도 북한은 이 명절을 크게 쇠었고, 지어 6.25 전쟁 당시 중국군 사령부가 위치하고 있던 강원도 회창군에서도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 준공식 행사를 크게 진행하였습니다. 지난해에도 양형섭 등 고위 간부들이 평양 모란봉 구역에 있는 '조중우의탑'을 방문하고 화환을 증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올해 10월 25일 행사에는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 외교관과 유학생 등은 대거 우의탑에 가서 예를 표했는데, 북한쪽에서는 간부 한 명도 참가하지 않아서 북중 관계가 정말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올해 10월 6일은 중국이 북한과 수교한 지 65돌이 되는 날입니다. 65주년이면 북한에서는 정주년, 즉 꺾어지는 해여서 크게 경축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쪽에서도 이와 관련된 기사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평주년임에도 불구하고 북중관계를 ‘피로써 맺은 관계’라고 로동신문이 표현하면서 ‘우리 인민은 앞으로도 조중친선을 더욱 공고히 발전시키기 위하여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하였고, 정주년인 수교 60돌이 되던 2009년 10월에는 당시 중국 총리였던 원자바오가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을 만났고 그와 아리랑 집단체제도 같이 보았습니다. 당시에는 후진타오 주석과 김정일이 따뜻하게 보내는 축전들도 교환하였습니다. 이런 일들을 돌이켜보면, 지난 5년 동안 북중관계가 정말 많이 변화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 중국은 참전 기념일인 10월 25일에 맞추어 한반도 유사시에 한반도 투입 임무를 맡고 있는 심양군구 소속 제39집단군과 공군 2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하였습니다. 북중 국경지역에서 대규모 훈련을 하는 것도 예사롭지가 않은 일이죠. 북중관계는 분명히 냉각기를 겪고 있으며, 북한이 2대 초대강국인 중국과 이렇게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정말로 현명한 처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박성우: 다양한 사례를 언급하셨는데요. 반면에 북중관계는 여전하다, ‘혈맹’이다, 이런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중관계가 이렇게 냉각되어 있는 가운데 그래도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지속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눈에 띕니다. 지난 10월 26일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에 따르면 류훙차이(劉洪才) 평양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달 25일 평양 북중우의탑 앞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국과 조선인민은 자신들의 피와 생명으로 중조전통우의를 쌓았으며, 이는 대대로 계승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9월 17일 한국 주재 중국대사 추궈훙(邱國洪)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조찬 간담회에서 ‘북한은 정상국가로서 조속히 국제사회의 범위 내에 들어 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계속하여 추 대사는 ‘한반도에 핵무기 출현을 반대한다는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어야 하며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라는 뜻입니다.
평양 주재 중국대사는 북한과의 친선관계 발전이라는 임무가 있어 그런 말을 한 것으로 보이고, 서울 주재 중국대사는 북한에게 원칙적인 길을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중국 정부의 진짜 의도가 후자쪽에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아마도 김정은 제1비서와 시진핑 총서기의 단독 회담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북중관계 이상설이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면에 한국과 중국은 다음주에 5번째 정상회담을 갖지요?
고영환: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참가하는 201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즉 APEC 회의가 11월 5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했습니다. 5일부터 6일까지는 APEC 고위관리들이 참가하는 제4차 고위관리 회의가 열렸고, 제22차 APEC 정상회의는 오는 10일, 11일에 열립니다. 여기에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만날 것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시 주석의 만남은 취임 후 5번째입니다. 김정은은 집권 3년이 되어 오는데 시 주석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는데,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다섯 번이나 만나는 것이죠. 이것이 지금의 북중관계, 한중관계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박성우: 한국과 중국의 정상이 만나서 이번에도 북한 이야기를 하게 될 텐데요. 어떤 내용이 논의될 지는 북측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