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을 하지 않는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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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김정은은 정상회담을 하지 않고 있는 유일한 현직 정상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는 북한의 이른바 ‘최고 지도자'인데, 전세계 지도자들 중에서 정상 외교를 하지 않고 있는 지도자는 김정은이 유일하다는 내용의 평가가 나왔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미국의 외교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FP)가 지난 4일 김정은 제1비서가 세계에서 정상회담 경험이 없는 유일한 현직 정상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정상’은 ‘수반’이라는 뜻이죠. 최근 몽골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였는데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이 없어서 이 희한한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지요.

전직 미국 프로농구 선수 로드먼을 두 차례나 만났으면서 김정은은 외국 수반을 만나지도, 회담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참으로 이상합니다. 김정은이 집권한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 오는데, 그리고 몽골 대통령이 왔기도 했고 중국도 가볼만하였는데,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전직 북한 외교관의 경험으로 보아 김정은이 외국 정상들을 만나지 않고 있는 것은 자신이 지도자가 된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정상이 중국이나 미국 또는 최소한 러시아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진핑 주석이나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해야 폼이 나는데, 몽골 대통령이나 비동맹 3세계 지도자들 같은 사람과 첫 정상회담을 하면 이른바 지도자의 격이 떨어진다는, 좀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중국에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가져가야 하는데 핵·경제 병진노선을 김정은 시대의 기본 노선으로 미리 확정하여 김정은 자신이 운신할 폭을 스스로 제한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하면서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를 했는데,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언급했지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고영환: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일정이 11월 2일부터 8일까지입니다.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의 ‘르 피가로’와 인터뷰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입장은 지난 5월 미국 방문 당시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만난다고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던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통령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회담을 위한 회담이라든가 일시적인 이벤트식 회담은 지양한다”고 덧붙인 것이 주목됩니다. 다시 말하여 회담을 위한 회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용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말씀인데, 여기에는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진실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정상회담을 하겠는가 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과의 진정한 그리고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어하고 있고, 정상회담을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봅니다. 문제가 풀리려면 역시 북한이 오락가락 행보를 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입장들을 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성우: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나요?

고영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김정은 시대의 기본 통치노선으로 확정하고, “핵 보유국”을 헌법에 박아 넣고, 핵무기를 “보검”이라고 주장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진정한 조치들을 취하고 않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문제도 그렇습니다. 3통 문제, 즉 통행, 통신, 통관 같은 것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는 전혀 지키고 있지 않는 등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어느 한 분야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행보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이 이뤄지려면 북한이 핵무기 폐기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다시는 남북이 한 약속들을 깨지 않겠다는 그런 진정성, 약속을 지키는 모습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와 관련된 소식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김정은의 이모 고영숙이 미국에 망명해 살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에 나왔지요. 중앙일보의 기사인데요. 새로운 내용은 아니죠. 다만, 국정원 고위직을 역임한 인사와 전직 고위 외교관의 증언을 통해서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의미는 있는 기사인데요. 위원님은 이 기사를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고영환: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김정은의 친모 고영희의 여동생 고영숙이 미국으로 망명한 시점과 과정을 자세히 언론에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에 의하면 고영숙은 1998년 5월 초 스위스 주재 외교관의 신분을 가지고 스위스에서 살고 있던 남편 박건, 이것도 가명일 가능성 있습니다, 박건과 함께 스위스 주재 미국 대사관에 망명 의사를 표시하였고 미국 측이 이를 받아 들였다고 합니다.

당시 미국 측은 그들의 망명 사실을 한국에도 알리지 않았고, 고씨 부부를 통해 김정일 가족에 대한 고급 정보들을 대량 확보했다고 합니다. 고영숙은 현재 성형수술을 한 채 미국 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미국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동생 고영숙의 망명 소식을 들은 김정은의 친모 고영희는 “혼자만 살겠다고 가족을 버리고 도망을 치다니 반드시 찾아내 갚아주겠다”며 격노하였고, 그 후 시름시름 앓다가 2004년에 사망했습니다.

이 사실의 폭로와 함께 김정은 가족의 망명사가 새롭게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외삼촌인 고동훈도 그 후 유럽으로 망명하였습니다.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이모 성혜랑은 자신의 딸 리남옥과 함께 망명하여 현재 영국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성혜랑의 아들인 이한영은 이미 1982년도에 한국으로 망명했죠.

종합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김정은의 친이모와 친이모부, 친외삼촌 등이 미국과 구라파로 망명하였고, 이복형이자 김정일의 다른 아들인 김정남은 마카오와 싱가포르를 왔다가면서 살고 있는 것이죠. 북한 고위직에서 이렇게 가족 중 여러 명이 동시에 외국으로 망명한 예가 없습니다. 김정은은 탈북자의 전형적인 가족인 것이죠. 그가 탈북자 문제에 그렇게 신경쓰고 있는 것도 자신의 집안에 탈북자가 그리 많으니 그런 것 같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요즘 데니스 로드먼이라는 미국의 전직 농구선수가 사실상 김정은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로드먼의 김정은과 관련한 인터뷰 기사가 관심을 끌었는데요. 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최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나고 미국으로 돌아간 전직 프로농수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지난 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를 하면서 “김정은이 북한의 닫힌 문호에 틈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드먼은 김정은이 북한과 세계 사이에 오랫동안 닫혀있던 문을 열고자 하지만 북한의 체제가 오랫동안 굳어져 있기 때문에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도 하면서 로드먼은 김정은을 “어린친구”라고 소개했습니다. 저는 로드먼의 말들을 들으며, 자신을 “이 어린 친구”라고 부른 것을 김정은이 알면 얼마나 화를 낼까, 그런 생각도 하였습니다.

김정은은 로드먼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하는 것 같고, 로드먼은 꽉 닫힌 북한에 들어가 김정은을 만나면서 외국 언론의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진정으로 세계와 소통하려면 한물 간 농구선수를 데려다 환대하지 말고 정식 외교통로를 통해 정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러게 말입니다. 정상회담을 포함해서 정상적인 외교를 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