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탈북자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요즘엔 북한 주민들이 국경선을 넘어 탈출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듯합니다. 이유가 있다면서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지난해 9월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공식 등장했고, 그 이후 탈북을 막기위한 방법이 더 다양해 지고, 탈북자 가족에 대한 처벌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인데요. 10월25일엔 양강도 혜산 부근에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 땅에 올라선 탈북자 한 명이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보도됐습니다. 이걸 목격한 사람은 한국의 탈북난민인권연합 김용화 회장입니다. 이 분이 압록강을 돌아보다가 그 장면을 직접 보고 촬영해서 국내에 충격을 준 거지요.
북한은 올해 들어 북-중 국경에서 탈북자를 단속하는 국경경비대의 대우를 휴전선, 그러니까 군사분계선의 민경(민사행정경찰대) 수준으로 높이고, 단속도 훨씬 강화했다는 소식이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대북 매체인 데일리NK에 의하면, 김정은이 최근 “조국을 배신한 가족과 같이 혁명을 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했는데요. 북한이 탈북을 막고 있는 것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북한 전역에서 공포정치를 펼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김정일은 지도력을 많이 의심받고 있고, 2008년 8월 뇌출혈로 쓰러진 다음 몸도 많이 아프고, 게다가 북한 경제는 엉망이라 사람들은 굶주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들에게 권력을 넘기려고 하니 민심이 아주 나쁩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이 할 수 있는 건 공포정치뿐이죠. 극도의 공포감을 유발하기 위해 총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말을 못하고 인내하도록 하는 거지요. 먹고 사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서는 민심이 돌아설 수 없고, 탈북도 막을 수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장마당을 떠도는 꽃제비가 늘어났다는 소식도 있는데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지난 9일 서울에서는 통일연구원이 ‘북한의 인권 상황과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학술회의를 가졌습니다. 여기서 임순희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했는데요.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과 2009년 화폐개혁의 실패로 인해 부모에게서 버림받거나 배고픔을 피해 집을 떠나 장마당과 시내를 떠도는 꽃제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박성우: 그런데 북한에도 10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지난달 7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북한의 중산층’이라는 제목으로 또 다른 학술회의가 열렸는데요. 여기서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인호 연구위원이 발표한 내용입니다. 북한에는 현재 현금 10만 달러 이상을 가진 부유층이 많다는 겁니다. 북한 돈으로 수천만 원을 가진 사람도 많다는 거고요. 이 자리에서 탈북자인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는 1만 달러 이상을 가진 간부의 숫자가 2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부유층은 당정군의 간부들, 해외에 파견됐던 사람들, 돈주들, 그리고 대규모 장사꾼들인데요. 북한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 김정일 정권이 최고위급 인물을 A∼C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고, 그 규모가 2천 명을 넘는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고영환: 네. 북한 인민군에서 하사관으로 복무하다가 한국으로 망명한 안찬일 씨가 발표한 내용인데요. 이 분은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탈북자 박사 1호입니다. 안 박사가 10월8일 서울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발표를 맡았는데요. 김정일이 북한 최고위급 간부 2,160명을 A급에서 C급까지 3등급으로 나눠서 관리하고 있다는 겁니다. A급 간부는 이영호 총참모장, 최룡해 당비서, 당중앙위원회 부장들이고, B급은 그 밑의 당중앙위원회 부부장, 과장, 군장성들이고, C급은 도당 책임일꾼들이라고 말했는데요.
이게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할 때 직접 느낀 걸 말씀드릴게요. 김정일의 파티에 참가하는 최측근 간부들은 ‘1일 공급 대상’이거든요. 매일 호위사령부가 그날 모든 가족이 먹을 쌀과 고기, 심지어는 고추장이나 콩나물까지 냉동차로 공급하는 걸 직접 봤습니다. 이 사람들이 아마 A등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B등급은 당에 있는 사람들인데요. 주 1회, 혹은 1개월에 2회씩 고기와 쌀, 맥주 등을 공급받아서 먹는 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C등급 간부들은 1개월에 한 번씩 식료품과 식량, 생활 필수품을 공급받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서울) 와서 보니까, 북한 최고위급 간부들이 먹고 사는 건 자본주의 나라들의 최고급 부자들보다 더 낫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썩어빠진 나라로 비난하는데요. 그러나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북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날로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땔감이 없어서 동절기를 걱정하고, 쌀이 없어서 끼니를 걱정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외국산 비싼 술에 쇠고기 불고기를 계속 해먹고 살고 있는, 이런 불평등한 사회가 또 어디 있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요즘 북한에선 이런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던데요. “총대는 주인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고영환: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가 보도한 건데요. 요즘 병사들의 주당 정치학습 시간이 12시간에서 19시간으로 늘었다고 해요. 내용은 ‘총대는 주인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거라고 하는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애급(이집트), 리비아, 뛰니지(튀니지), 수리아(시리아) 등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날 때, 독재자들이 군대에게 시민군을 진압하라고 하니까, 군대가 돌아서서 시민군의 편에 서서 싸웠거든요. 이걸 보니, 군대가 무서워졌겠죠. 그래서 군대의 사상 교육을 강화하고, 절대로 배반하지 말라고 하는데요. 이게 뜻하는 데로 되겠습니까? 독재가 있는 곳에는 꼭 항거가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총대가 주인을 배반하기도 하지요.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가 바로 그 총대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