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중국과 대만의 정상이 66년만에 회담을 가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정확히 66년만에 중국과 대만의 정상이 만났습니다. 위원님 보시기에 뭐가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고영환: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은 지난 7일 오후 싱가포르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나 양안 분단 사상 첫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1945년 모택동과 장개석의 마지막 국공 회동 이후 70년 만에, 1949년 당시 국민당이 공산당에 의하여 대만으로 쫓겨난 이후 66년 만에 양안 정상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은 것입니다.
시 주석은 이날 공개 발언에서 '통일'이란 단어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흡수 통일'하려고 한다는 대만 국민의 불안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치로 보이고요. 대신 시 주석은 '한 핏줄'을 많이 강조하였습니다. 그는 "지난 66년간 양안은 비바람을 겪으며 오래 단절돼 있었지만, 어떤 세력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뼈가 부러져도 살로 이어진 형제이며 물보다 진한 피를 가진 한가족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마 총통도 "양안 인민은 중화 민족이며 중국인 시조인 염황의 자손"이라고 맞장구쳤습니다. 여기서 양안은 대만해협을 가운데 두고 마주 서 있는 중국과 대만을 중국 사람들이 부르는 용어로, 남북관계와 비슷한 말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시 주석은 비공개 회담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양안이 합의한 '1992년 컨센서스'즉 양안 합의를 대만 각 정파가 굳게 지켜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 순위로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날 "대만 독립 세력은 양안의 최대 위협"이라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대만의 제1야당인 민진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두 정상의 악수 장면을 두고 중화권 매체들은 "세기의 악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시 주석은 "마 선생"이라고 2차례, 마 총통은 "시 선생"이라고 4차례 불렀습니다. 일반적 국가 관계가 아닌 양안의 특수성을 감안한 조치입니다. 양안이 만찬 비용을 각자 부담한 것도 양안이 동등한 입장에서 만났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 같습니다.
홍콩 봉황TV는 "두 정상이 얼굴이 붉어질 만큼 취했다"고 전했습니다.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이 획기적인 회담은 양안 동포들을 위한 밝은 미래에 더욱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화통신은 전날 밤 타전한 타이베이발 영문기사에서 "모든 주요 TV방송들이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기자회견을 생중계했다"며 지역 언론들도 속보를 쉴 새 없이 쏟아냈다고 전했습니다.
제가 중국과 대만의 정상회담을 보면서 감동을 받은 장면이 있는데요. 두 정상이 친구처럼, 마치도 오래 전부터 만난 사람들처럼 편안하게 보였다는 점입니다. 두 정상은 대만 술을 즐겁게 마시며 흉금을 터놓고 얘기했습니다. 또한 중국과 대만의 언론들은 정상회담의 모든 장면을 구체적으로 다 보도했습니다. 정말로 부러운 정상회담이었습니다.
박성우: 이번 중국과 대만의 정상회담이 이뤄진 배경은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싱가포르에서 열린 양안 정상회담은 표면적으로는 '하나의 중국'에 관한 중국과 대만의 내부 문제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충돌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동안 중국은 대만과 정상회담을 하는 경우 "대만을 하나의 다른 국가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며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국이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현재 레임덕에 빠져 있는 마잉주 총통에게 선물을 안겨 준 것은 미국의 아시아 지역 공세에 대한 중국의 위기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레임덕이란 민주국가들에서 지도자의 임기가 끝나가는 무렵이면 힘이 빠진다는 뜻입니다.
내년 1월 대만에서는 총선거 즉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됩니다. 만일 총선 이후 대만 정권이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국민당에서 대만 독립 지향의 민진당으로 바뀌게 되면 중국으로선 큰 타격이 될 것입니다. 대만의 미국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중국으로선 남중국해 문제 등 아시아 지역 현안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도 양안 관계 개선이 절실합니다. 대만은 중국이 베트남, 필리핀 등과 영유권을 다투는 남중국해의 난사 군도 가운데 타이핑 섬 등을 실효 지배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국은 대만 독립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대만 야당인 민진당보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대만 국민당과의 관계를 대폭 개선하여 국민당 정권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고 대만을 활용해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맞서려는 의도가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중국의 경제력을 필요로 하는 대만의 이해타산도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박성우: 우리가 오늘 양안관계를 다루는 이유는 이게 남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특히 양안의 경제협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위원님, 왜 그렇습니까?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1978년부터 시작된 중국과 대만의 경제 교류는 꾸준하게 증가해 2014년에 무역 규모가 1,983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인적 교류는 연인원 941만 명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은 7만 개가 넘습니다. 중국과 대만은 사실상 하나의 경제 통합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안 관계가 이렇게 발전한 것은 정치 군사적 대결과 이념적 대립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가 경제 교류를 일관되게 추진해 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국과 대만 사이에 과거 정치적 군사적 대결과 긴장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양측은 그러나 정치 군사적 갈등을 ‘소통 협상’으로 뚫었습니다. 2001년 양측은 ‘3통(通)‘, 즉 ‘통항·통상·우편교환’ 실시에 합의해 대만의 중국 투자 증대 등 경제 상생을 위해 정경분리 원칙 하에서 민간 차원의 경제교류를 꾸준하게 확대해 왔습니다. 중국은 개혁개방 과정에서 대만과의 경제협력이 필요했고, 경제 도약의 돌파구가 절실했던 대만은 중국과 협력하는 길을 택했던 것입니다.
양안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현재의 긴장된 남북관계를 경제 협력을 통해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부의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는 북한, 그리고 경제적 기술과 자본 능력을 보유한 한국이 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협력하고 통합해 한반도 경제를 하나로 묶는 것도 통일로 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물론 핵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아무리 성을 높이 쌓아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그 든든한 성도 무너진다는 걸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인민의 민심을 얻기 위해 핵을 폐기하고 경제 발전, 남북경제 협력을 하여 북한 주민의 의식주 문제를 풀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중국과 대만의 이번 정상회담은 경제적 측면을 제외하고도 현재의 남북관계에 주는 시사점이 또 있을 것 같습니다. 위원님,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이번 정상회담은 양안 간 거리를 좁힐 만한 실질적 성과를 낳지는 못했지만, 양안 간 다리를 놓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 동안 양안 관계 진전으로 상호 신뢰가 깊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중국과 대만의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줍니다. 남북한이 8.25 고위급 접촉 합의를 도출해냈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마무리되고 민간교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당국회담 개최 노력은 별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세 차례에 걸쳐 당국회담 예비접촉을 열자고 제의했으나 북측이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남과 북한은 이미 합의한 대로 남북 당국회담을 조속히 열어 현안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나아가 중국 양안처럼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산적한 현안들을 한꺼번에 풀어나가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남북관계와 양안관계는 사실은 서로 직접적인 상관이 없죠. 비교의 대상도 아닙니다. 또한 위원님께서 지적하신 대로 이번 중국과 대만의 정상회담에는 서로가 갖고 있는 정치적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6년만에 중국과 대만의 지도자가 만났다는 사실이 남북관계의 진전에 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