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뒤 서명서를 교환하며 악수하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뒤 서명서를 교환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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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실질적으로” 타결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 중국 베이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이 열렸는데요. 아무래도 FTA, 그러니까 자유무역협정을 실질적으로 타결했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고영환: 한국과 중국이 머리를 서로 맞대고 한중 자유무역협정, 즉 FTA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 지 2년 6개월 만에 실질적으로 타결된 거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즉 APEC 정상회의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열렸고, 이 회의에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회담 후에 한중 FTA 협상이 실절적으로 타결되었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물론 한국과 중국의 국회가 이 협상안을 비준하는 최종적인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양국 정부가 협상안을 타결한 것인 만큼 국회의 비준을 받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말해 실질적으로 한중 FTA가 서명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한중 FTA 체결로 세계 15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과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였습니다. 경제적으로만 본다면 한국은 인구 13억을 가진 중국의 내수시장을 얻게 되었고, 국내총생산 즉, GDP 11조 달러 규모의 공동 경제권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동 조약의 체결로 현재 2,300억 달러의 한중 무역액이 내년에는 3,000억 달러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또한 안보적인, 외교적인 의미도 상당합니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인다는 것은 두 나라가 경제동맹을 맺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북한이 남한을 무력으로 침공하려 할 때 중국의 경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금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는데, 이번에 중국과 FTA를 맺음으로써 한국의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들인 미국, 중국, 유럽 공동체 국가들과 다 같이 경제동맹을 맺은 셈이 됐습니다. 만일 북한이 한국을 무력으로 공격한다면, 이는 북한이 미국, 유럽, 중국 경제를 동시에 공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100여 년 전에 조선은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나라가 망하였는데, 지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개방 국가가 되었습니다. 북한은 더 이상 고립, 봉쇄 정치를 하지 말고 개방 정책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한중 정상회담 말고도, 한국과 미국,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도 각각 열렸습니다. 여기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주제가 있었죠. 바로 북핵 문제였습니다. 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한중 양국은 북한이 핵포기라는 전략적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회담에서 ‘한중 양국은 가깝게 자리잡고 있는 좋은 이웃이자 좋은 동반자’라고 할 정도로 한국과의 친밀감을 표시하였습니다. 시 주석은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의사도 밝혔습니다. 한중 FTA 협상 타결,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공조 외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중국의 지지까지 한국이 이번에 얻어낸 것입니다.

지난 11일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렸습니다. 양국 수반은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관련국들의 단합된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으며, 북한 정세 및 관련 대책에서 한미 양국이 다양한 급수에서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날인 12일에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이 회담을 마치고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목표를 재확인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개발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였다’고 말하였고,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결연히 힘쓸 것이며,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재확인하였습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은 이번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는 점을 세계 앞에서 밝힌 것입니다.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에 한미중 삼국이 결연한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이어서 매우 주목됩니다.

박성우: 관련된 질문을 하나 드리죠. APEC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두 명을 석방했거든요. 이 사안도 지난 한 주 내내 관심의 대상이 됐는데요. ‘왜 하필 지금이냐’ 이런 질문이 많이 나왔습니다. 위원님은 북한의 의도를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정말 그런 질문이 많았죠. 먼저 설명을 좀 드리면요. 미국 국무부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북한에 억류되어 있던 미국인 케네스 배와 토드 밀러 씨를 북한이 석방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배 씨는 북한에 억류되어 있은 지 2년 만에, 밀러 씨는 7개월 만에 북한을 떠나 가족의 품에 안기게 되었습니다. 이들을 북한에 직접 가서 데리고 온 사람은 미국 국가정보국장 제임스 클래퍼였습니다.

미국인 2명이 북한에 오랫동안 억류되어 있다가 석방된 것도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었지만, 왜 그 석방 시점이 11월 8일었느냐는 게 더 관심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2명을 석방한 데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높아지고 있는 관심과 압박의 결과라고 봅니다. 지금 유엔은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라는 결의안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북한이 그토록 주장하고 있는 이른바 ‘최고 존엄’이 걸려 있으니, 북한은 지금 전 외교력을 동원하여 김정은이 국제형사재판소에 범죄자로 기소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북측은 이 기소를 막기 위해 APEC 정상회의 전에 미국인 인질들을 석방하여 북한이 인권을 중시한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어한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로는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역내 주요 수반들이 모이는 베이징 APEC 행사를 이용하여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어두운 이미지를 걷어내고 미중 양국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미국이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 국장을 평양에 보낸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미국이 미 국무부나 백악관의 고위 관리를 북한에 보내지 않고 정보국장을 보낸 것은 북한이 이 특사 방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미국 정부 대표를 보내면 북한 핵과 북한 인권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정책적 기조가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올 수 있고 그러니 이를 사전에 막으려 한 조치로 볼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가 전달됐다고 하죠. 그 의미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클래퍼 정보국장은 매우 짧은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갔으며, 대통령의 개인 특사자격으로 평양에 갔다고 외신들과 미국 당국자들이 밝혔습니다. 북측은 클래퍼 국장이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고 발표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지난 10일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북한에 사과하였다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친서를 가지고 간 것은 사실로 보이며, 미국이 북한에 공식 서한을 보낸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친서이기 때문에 이번 방문을 크게 확대해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미국인 억류자 석방에서 APEC 정상회의까지 지난 한 주 동안 굵직한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사안이 또 하나 있지요. 최룡해가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합니다. 북측도 나름의 대외전략을 분주히 시행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기회가 되면 이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