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한러 정상회담이 지난 수요일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위원님, 어떤 점이 눈에 띄었나요?
고영환: 지난 13일 서울에서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이 회의 후 나온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국제사회의 요구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반대되는 평양의 핵, 미사일 능력 구축노선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다”며 강한 어조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비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북한 핵 프로그램 반대 어조는 마치도 한국과 미국의 공동성명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강경했습니다.
한러 양국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사이의 협의체를 설립하여 양국의 외교 안보 사안에 대한 협조를 강화하기로 하였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방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고, 한국의 한반도 신뢰구축 노력, 한국의 대북한 및 대한반도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외에 한국과 러시아 사이의 경제, 군사 부문에서의 협조 강화에도 합의하였습니다.
북한의 김정은이 그렇게 공을 들였던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실현되기 전에 푸틴 대통령이 한국을 먼저 방문하여 한국 정부의 대북 및 통일 정책을 지지하고 평양의 핵과 미사일 발전은 절대 불가하다는 강력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정말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평양과 가장 친한 관계를 유지하여 온 러시아가 이제는 한국과 그렇게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 것을 보면서 북한의 수십년간의 고립과 도발 정책이 결국은 오늘의 비참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박성우: 말씀하신데로, 한국과 러시아가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어떤 측면에서 그런지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푸틴 대통령은 평양을 먼저 방문했지요. 물론 그 당시 푸틴 대통령은 김정일로부터 미사일 실험을 유예한다는 양보를 받아 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난 지금, 푸틴 대통령은 재선된 후 평양이 아니라 서울을 먼저 방문했습니다. 서울을 먼저 찾은 형식도 중요하지만, 김정은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발전을 적극 반대한다는 강한 입장을 서울에서 공식적으로 표명하였고,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했습니다.
이는 물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워낙 세계의 모든 나라들로부터 강한 반대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러시아는 한국의 발전 경험과 기술을 활용하여 시베리아의 동부 지방을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한국도 러시아와 경제 협조를 통하여 에너지, 구라파 항로, 철도 수송, 군사부문 협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데, 이 같은 양국의 입장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정말 한국과 러시아는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양국은 내년 1월부터 발효되는 비자면제협정을 맺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이 협정에 의하면 러시아 사람들은 한국을, 한국 사람들은 러시아를 방문할 때 서로 비자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되면 양국 사이의 인적교류가 더 활성화될 것입니다.
세계에 나가 다녀보면 한국 여권의 위상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국과 구라파 전체, 그리고 이제는 러시아까지 한국 여권만 있으면 갈수 있습니다. 저는 북한 여권을 가지고 세계를 누비고 다녀 보았는데, 그때는 다니는 나라마다 비자, 즉 사증을 받는 것이 정말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 북한 외교관으로 일하실 때 이야기를 하신 건데요. 외교관도 비자 발급 받는 게 힘든 나라가 북한인데, 일반인은 오죽하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북한의 일반인이 외국에 나갈 수 있는 일도 많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이번엔 중국 이야기도 좀 해 보지요. 한국과 중국의 관계도 상당히 진전되고 있는 듯 한데요. 양측의 고위급 외교안보 대화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지요?
고영환: 한국과 중국 사이의 고위급 제1차 외교안보 전략대화가 오는 18일 서울에서 진행됩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17일 서울에 도착하여 18일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과 전략대화를 가지게 되는 건데요. 양제츠 국무위원은 중국 외교의 사령탑이며 부총리급으로서 국가안전위원회 성원이기도 합니다.
그 동안 중국과 한국 사이의 전략대화는 차관급에서 진행되어 왔습니다. 북한식으로 말하면, 부상급 전략대화가 이제는 부총리급 전략대화로 승격된다는 의미입니다. 외교안보 전략대화는 말 그대로 한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안보 문제 전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속을 터놓고 이야기한다는 소리입니다. 현재 한중 사이, 그리고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외교 안보적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북한의 도발 문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회의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최고 책임자들이 모여 앉아 지역 현안과 북한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일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대화들, 미국과 중국, 러시아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 등 초대강국들과 한국 정부와의 관계가 긴밀화되는 것을 보면서, 김정은이 비핵화의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그 후과가 얼마나 나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루빨리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한 내부 소식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북측이 주민 80여명을 공개처형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최근 강원도와 황해북도, 함경북도 등 여러 곳에서 80여명의 주민들을 무더기로 공개처형하였다고 대북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공개처형은 지난 3일 북한의 7대 도시에서 거의 동시에 진행되었다고 하지요.
그들의 이른바 죄목은 한국의 드라마를 보았거나 음란물을 보았다는 것인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다른 나라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았다고 총살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처형 방법도 잔인하기 그지없습니다. 기관총으로 총살하였다고 하지요. 김정일 시대에는 한 명당 30발 정도를 쏘아 주민들을 처형하였는데, 이제는 기관총으로 쏜다는 것이죠.
과거에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쇼분자들이, 그리고 카다피나 후세인 같은 독재자들이 죄없는 인민들을 처형하다가 준엄한 심판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져 온 사실을 전 인류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북한 주민 전체를 총살할 수는 없을 것이며, 세계의 추세와 흐름에 동참하려는 북한 인민들의 의지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김정은과 생김새가 비슷한 배우가 홍콩 거리를 활보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최근 홍콩에 김정은을 그대로 빼어 닮은 배우가 나타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생김새도 같고, 김정은이 입은 이른바 “쯔메리” 양복을 입고, 가슴에는 북한 공화국기 배지를 달고 다니며, 사람들과 만나면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합니다. 이따금씩 식료품 상점에 들려 김정은처럼 ‘현지지도’ 시늉을 해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머리모양까지 김정은처럼 하여 사람들은 정말 김정은이 나타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김정은 대역을 하는 홍콩의 배우라고 영국의 텔레그라프가 보도하였습니다. 저도 이 배우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았는데, 머리모양, 얼굴 생김새, 옷 등 모든 것이 김정은과 정말 똑 같았습니다. 워낙 김정은을 닮아 이스라엘의 한 햄버거 광고에도 출연했는데요. 김정은이 미국의 워싱턴에 핵무기를 날리고 햄버거를 먹는다는 우스꽝스러운 내용의 광고였습니다.
김정은을 닮은 사람이 이렇게 세계의 눈길을 끄는 것은 김정은이 28세의 나이에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한 가지 이유로 북한의 권력을 손에 넣었고, 80대의 노 간부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권력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해 위협을 가하고, 이런 모습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오늘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처해있는지, 그리고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은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