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정은, 체제 유지 위해 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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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체제 유지를 위해 부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한국의 김관진 국방장관이 지난 8일 “김정은의 권력 승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뤄졌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북한 지도부가 현재 “체제 유지를 위해 부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내렸는데요. 실장님, 김 장관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김관진 국방장관이 지난 8일 주요 언론사들과 가진 국방정책 설명회에서 “김정은의 권력 승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고요. 그리고 “김정은 1비서가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하는 것 같고, 현영철 총참모장이 차수 계급장을 단지 얼마 안 돼 대장으로 강등되는 등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부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습니다.

저는 김정은 1비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권력승계를 하였다는 것에 동감합니다. 이는 김정은 1비서의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조밀한 세습체계가 있었기 때문이고, 당과 정부, 군대의 고위 간부들이 ‘김정은이 없으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생각 하에 하나로 뭉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 1비서가 김정일 때처럼 북한을 완전히 통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영호 총참모장이 사라졌고, 현영철 총참모장이 차수가 된지 얼마 안 돼 대장으로 강등되고, 또 6.28 경제개선 조치를 내놓았는데 그 집행이 지지부진한 데다, 최근 들어서는 “생눈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부쩍 강조하는 것 등을 보면 북한 체제가 다시 뒤로 돌아가는 듯하고 정책적으로도 혼선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즉 김정은이 김정일에 이어 나라의 지도자가 되긴 하였으나, 아버지처럼 선군으로 나라를 통치할지 아니면 할아버지처럼 당을 앞세워 나라를 통치할지도 완전히 결정한 것 같지 않고, 경제를 자립경제로 운영할지 아니면 현재 지방도시에서 돌아가는 일부 시장경제를 확대할지 등과 같은 문제도 완전하게 확정한 것 같지 않습니다. 사실 중국처럼 당이 통제하되 경제는 시장경제처럼 운영하는 확실한 방법이 눈앞에 있는데 왜 주저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는 최근에 “당과 수령에게 충실치 못한 군인은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의 의도는 어떻게 봐야 하나요?

고영환: 김정은 1비서가 지난달 29일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열린 동상 제막식에서 “당과 수령에게 충실하지 못한 사람은 우리에게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조선중앙텔레비전에서 공개됐는데요.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이런 내부 교시들은 있었지만, 이는 언제나 비공개 발언이었고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완전히 그 내용을 내외에 공개하였습니다. 왜 그런 강한 발언을 하였는지 의아스러울 정도입니다.

이 발언에는 그 동안 선군정치로 비대해지고 교만해진 군대, 특히 군 최고지도부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이 발언이 이영호 총참모장의 숙청 이후 나왔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를 건설하겠다고 말하고 있지요. 사회주의에서는 당이 모든 것을 지도 통제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은 김일성 사후 나라의 형편이 어려워지자 노동당을 “노인당”, “송장당”이라고 비하하면서 군을 앞세우는 선군정치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정책으로 군이 너무 강해지고 커져서 군이 당을 우습게보고 심지어 수령도 우습게 보는 폐해를 낳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1비서가 군 최고위급 군관들을 양성하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 직접 가서 군 최고위급 군관, 장령들에게 강하게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내 말과 당의 지시를 받지 않는 군대, 군인은 필요 없다’라고 직접 경고한 것은 현재 인민군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말로도, 그리고 북한 정세가 안정되지 못한 상태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고 하겠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한 바깥소식을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최근에 재선에 성공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을 상대로 북한이 요즘 들어서 다양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을 통해서 ‘조선 적대시 정책을 포기해라, 그래야 핵문제가 해결된다’ 이런 말도 했는데요. 상당히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원론적인 요구를 되풀이하고 있는 거잖아요. 왜 이런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 선전매체들은 지난 10일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논평 없이 보도했지요. 그로부터 이틀 뒤인 12일 노동신문은 “미국이 대조선 적대정책을 포기해야 핵문제가 해결된다”면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말도 되풀이했습니다. 또한 “미국이 의지만 보여준다면 북한도 화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밖에 조선신보와 외무성도 비슷한 논조의 글과 성명을 내놨습니다.

제가 북한 외교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는 동안 미국과 비공개 접촉도 해보고 회담도 해보았는데요. 1980년대에 하던 소리나 지금 나온 소리가 똑같습니다. 한반도가 전쟁 직전의 상황이고, 정전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대조선 정책을 포기하라는 것이죠. 참 오랫동안 쓰고 있는 논리입니다.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은 북한이 이것 말고는 미국에 제의할 다른 무엇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정책의 변화가 없다는 뜻이지요. 더 나아가 김일성 주석 때부터 김정일 시대 그리고 현재 김정은 시대에 이르기까지 북한 체제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다시 북한 내부 소식을 한가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에서 ‘어머니 대회’라는 게 15일 열렸지요. 당국이 이 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2005년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전국 어머니 대회를 적극 선전했습니다. 북한의 신문과 방송은 “김정은 원수님의 지도 따라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총 진군길에서 어머니 대회가 여성들의 기상을 보여주는 계기로 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이죠.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5일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한다’고 발표했지요. 김일성 주석이 1961년 11월 16일 제1차 어머니 대회에서 한 연설을 계기로 어머니 명절을 정한 것입니다.

현재 김정은 1비서의 통치 형태를 보면 김정일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고 할아버지 김일성의 흔적만 보입니다. 머리칼 모습, 닫긴 깃 양복 입은 모습, 인민들과 껴안고 포옹하는 모습 등은 김일성 주석의 이미지를 따라 하는 것입니다. 외형적인 모습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12년제 의무교육 제도를 내온 것도 김일성이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를 내온 이후 첫 회의 의제로 연필 생산 문제를 다룬 것을 모방한 것이고, 어머니 대회도 김일성이 1차 회의를 열고 어머니 역할을 강조하여 어머니들이 김일성 유일영도 체제에 앞장서도록 한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아마 김정은 1비서는 전국의 어머니들을 동원하여 자신의 통치기반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인민들 속에서 인기가 없는 아버지 김정일은 제치고 인민들 속에서 아직 진한 향수가 남아 있는 김일성 주석을 따라 하면 된다는 인식이 김정은의 머릿속에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또 하나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16일 ‘어머니날’을 앞두고 정작 김정은 제1비서의 생모인 고영희에 대해서는 선전 작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실장님,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 매체들은 ‘조선의 어머니들’이라고 하면서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 지어 김일성의 할머니 김보현까지 우상화하면서 “훌륭한 조선의 어머니들이 있어 조선이 발전되어 왔다”고 선전하였고, 김정은이 최고지도자로 된 이후에는 부인 리설주까지 텔레비전과 신문에 등장시키면서 리설주의 자상한 모습을 보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1비서가 가장 사랑하고 애틋해할 친어머니 고영희에 대해서는 선전은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북한 주민들과 남한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고영희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출신이고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출신이라 우상화를 하면 북한 주민들이 많이 의아해할 것이라는데 당국이 부담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는 점이고요. 둘째는 이러한 중대한 결함들 때문에 세부 사항들을 더 준비하여 완벽한 상태에서 우상화 사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야 하는 점입니다.

박성우: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시도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