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천안함 입장 표명이 정상회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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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 정부의 ‘유연한 대북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유연성’ 있는 대북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지요. 실장님께서는 현재 남북관계를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에 대북 유연화 조치, 그러니까 대북 유화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지난 15일 한국의 연합뉴스가 보도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국제 구호단체를 통해 북한 어린이를 위한 B형 간염 백신, 그러니까 ‘왁진’ 백만 명 분을 지난 7일과 14일 양일간 북한에 이미 제공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간염 왁진 백만 명분이라는 건 작은 숫자가 아니거든요. 이외에도 통일부는 개성공단과 개성시를 잇는 출퇴근 도로 개보수, 개성공단 응급 진료소 건설, 북한 측 근로자들이 출퇴근하는 버스 노선을 확대하고 버스를 더 많이 투입하는 문제, 개성의 유적지인 만월대 복구, 겨레 대사전 편찬 지원 사업 등을 연거푸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북한은 평화 시기인 지난해 11월23일 대낮에 한국의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사민(민간인)을 사망하게 했고, 또 그 전인 3월에는 천안함 사건을 일으키는 등 대형 군사적 도발을 연이어 감행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대북지원 중지라는 조치를 취했고, 이걸 유지하다가, 류 장관이 취임한 이후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여론을 중요시하는, 인민들이 원하는 바를 정치에 반영하는 민주주의 나라인데요. 남북이 대치하고는 있지만, 북한 어린이나 노인, 환자를 위한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그냥 하는 것이 어떠냐는 사람들의 의견이 그간 많았거든요. 또 최근에는 북한의 대남 비난 횟수도 좀 줄었고, 서해 북방 한계선에서의 군사적 도발도 약간 도수를 내렸습니다. 북한이 약간 긍정적으로 남한을 대하는 측면도 있는 거지요.

어쨌든, 중요한 건 현재도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점 아니겠습니까? 민족을 위해서, 통일이나 화해를 위해 한국이 손을 내밀 때, 북한이 이 손을 잡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요즘 ‘유연성 있는 대북정책’의 종착점은 정상회담이 아니겠느냐는 추정이 있습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류 장관이 지난 15일 한국의 조선일보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유연한 대북정책에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호응해 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러한 대북정책의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남북한이 긴장을 낮추고, 서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위기관리 때 대응할 수 있는 대화의 통로를 확보하자는 취지’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은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볼 수 있는 데요. 왜냐면 우선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에 대해 북한이 어떤 제스처를 취해줘야 하거든요. 그런 책임적인 조치를 취해준다고 하면 정상회담뿐 아니라, 더 나아가 대규모 경제지원도 가능합니다.

북한 당국은 내년에 강성대국에 들어간다고 하는데요. 강성대국은 사실 인민들이 잘 사는 나라를 건설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인민들이 잘사는 나라의 건설을 바란다면, 한국이 지원하겠다는 성의를 표할 때 북한도 진정한, 성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다른 이야기 좀 해 보지요. 북한이 해외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대북 투자기업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건가요?

고영환: 지금 여러 소식들에 의하면 북한이 내년도 ‘강성대국’ 진입을 앞두고 외화벌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이 과정에서 북한에 투자했던 외국 기업들의 손실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 지도부가 외국의 투자기업들과 이중계약을 맺거나, 계약 이후에는 일방적으로 자산을 처리하고, 또 이윤을 본국으로 보내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4월 북한의 광산에 구라파의 한 회사가 투자를 했는데, 북한이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개발권을 다른 나라에 넘겼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된 구라파 기업의 회장이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해 고위 간부에게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이 회장은 또 너무 돈이 많이 드니까 사업을 그만 두겠다고하자, 북한 지도부는 심지어 ‘그러다가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살해 위협까지 했다고 합니다. 북한이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나라 경제를 망치고 미래를 어둡게 하는 행동을 중지해야 하고, 또 국제적인 규범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요즘 북한 당국이 평양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말이 있던데요. 이것도 ‘강성대국’ 건설과 관련이 있다면서요?

고영환: 북한이 내년에 강성대국을 열겠다고 하면서 외국에 많은 양의 식량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평양 시민에 대한 우대조치를 연이어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평양에 보통강 백화점을 열고 구라파의 명품 의류와 식료품, 가구를 판다고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지난 8월에 식량 5만 톤을 줬는데, 그 중 4만 톤을 김정일의 지시로 평양시민들에게 공급했다고 합니다. 또 전기가 끊어지지 않도록 공급하라는 지시가 연이어 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보면, 이건 핵심 세력 2백만 명은 보살펴주고, 지방주민 2천만 명은 버린다는 소리거든요. 또 부익부 빈익빈, 계층 간, 지역 간의 차별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이달 말에 ‘세계개발원조총회’가 한국의 부산에서 열리지요? 어떤 행사입니까?

고영환: 11월29일부터 부산에서 제4차 세계개발원조총회가 열리는데요. 이건 부자나라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전도상국들에게 효과적인 원조를 주기 위해 만든 국제회의입니다. 이번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 등 세계에서 2,500명이 모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난한 나라에서 발전해 한국처럼 도약한 나라는 없습니다. 한국이 경제 발전을 이룩한 본보기가 있으니까,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하면 한국처럼 자기 경제를 발전시키겠는가에 대해 토론하고, 또 어떻게 원조를 효과적으로 주겠는가를 토의하기 위해서 이번 회의가 열립니다. 세계가 한국 경제의 모범을 따라 배우려고 하는데, 동족인 북한이 이걸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저는 참 마음이 아픕니다.

박성우: ‘남의 도움을 받던 나라가 남을 도와주는 나라가 됐다’는 건데요. 바로 그 나라가 한국이라는 게 참 의미가 커 보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