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청와대 불바다’ 발언의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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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재차 위협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북측의 대남 비난과 협박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데요. 왜 이러는 거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11월24일 최고사령부 보도를 내고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경고했는데요. 지난해 11월23일 연평도 사건이 있었지요. 북한이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서 사민(민간인)이 사망하고 진료소와 우체국 등이 불탔는데요. 연평도 사건 1주년을 맞아서 한국군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북측의 도발에 대비하는 방어훈련을 했는데요. 이걸 북측이 빌미로 삼은 것입니다. 이후에도 북한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청와대 불바다 발언은 빈말이 아니다’라며 위협했습니다. 최근에는 텔레비전을 통해서 북한 육해공군의 종합훈련 모습을 반복해서 방송했고, 김정일이 4군단과 11군단을 연이어 방문하는 걸 보여줬습니다. 전쟁이 금방 일어날 것 같은, 포연이 자욱한 느낌이 드는데요.

북한이 이렇게 대남 위협을 강화하는 원인은 우선 북한 정세와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내년 강성대국 선포를 앞두고 있는데요. 북한은 현재 강성대국을 보여줄만한 경제적 성과도 없고, 식량이나 일용품(생필품)도 부족해서 세계 각국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잖아요. 만약 내년에도 북한 사람들이 강성대국이라는 걸 느낄만한 일용품과 물자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남한이 전쟁 준비를 했기 때문에 그에 맞서기 위해서 군사력에 힘을 넣다보니 이게 안 된 것’이라는 식으로 남한을 탓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 북한은 현재 월동 준비로 굉장히 힘든 상태인데, 이런 상황에서 민심이 악화되고 있으니, ‘남한이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인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심어줘서 긴장을 강화하고 통제를 강화하려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위협하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한국군은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겪은 이후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이번에 북한군이 또 한 번 군사적 도발을 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응징을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우: 한국의 김관진 국방장관은 ‘북한의 정치가 불안한 상태여서, 내년에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했지요. 실장님의 해석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되는 건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지난 1일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북한이 내년을 강성대국의 해로 정했는데, 과거에도 그랬지만 항상 내부 정세가 불안해지면 군사적 도발을 해 왔으니,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한국군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요. 저도 전적으로 동감하고요. 방금전에도 말했지만, 현재의 한국군은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당시의 한국군이 아닙니다. 국력도 있고 군사력도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함부로 도발하면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박성우: 강성대국 건설과 관련해서, 평양에선 요즘 대규모 토목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면서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강성대국 선포를 앞두고 명절 준비에 주민들이 총동원된 상태인데요. 내년 4월엔 주체사상 국제대회도 한다고 하지요. 무역일꾼들은 중국과 동남아 등을 다니면서 ‘쌀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고요. 그러면서도 한쪽으로는 만수대와 창전지구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 걸 보면, 225국(예전의 대외연락부)도 동원되고, 대학생도 많이 동원되고 있는데요. 외국 관광객이 찍어온 사진을 보면, 창문틀도 꾸불꾸불하게 올라가고, 집도 똑바로 올라가지 않아서 위험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최근에는 각종 사고로 대학생 200여명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어왔지요. 이런 안전사고가 계속 날 것 같고요. 부작용이 계속될 것 같다는 우려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박성우: 한국과는 사회적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 듯 한데요. 왜 대학생을 토목공사에 동원하는 건가요? 설명을 좀 해 주시지요.

고영환: 저도 평양외국어대학을 다닐 때, ‘사회주의 대건설’이라는 데 동원돼서 1년 반동안 남포시 대대리 광산에서 일했거든요. 외교부에서 일할 때도 시리카트 벽돌(규석토, 모래, 석회로 만든 대형벽돌) 아파트 공사에 1년에 1-2개월씩 동원된 적도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대학생에게 노력동원을 시키는 건 아무런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기계가 없으니 사람을 동원해서 일을 하는 거지요. 한국에서 대학생들에게 공부대신 이런 일을 시킨다면 아마 폭동이 일어나겠지요.

박성우: 요즘엔 북한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 소식을 비난하는 걸 자주 접할 수 있는데요. 북한의 의도를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얼마전에 한국에서 한미 FTA 비준안이 체결됐는데요. 이건 관세가 없어진다는 걸 뜻합니다. 그리고 한미 사이가 군사 동맹의 차원을 넘어서 이제는 경제 동맹까지 맺은 것으로 보면 됩니다. 북한의 강원도 농촌경리위원회 부원이 최근에 나와서 ‘한국의 농축산업이 다 망한다’며 비난하는 걸 봤는데요. 한국에선 지금 쌀 농사를 잘 지어서 쌀이 남아돌고, 우유도 너무 많이 나와서 가격이 폭락하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농축산업이라는 게 하나도 없어요. 논농사를 제대로 못해서 쌀을 구걸하러 다니고, 축산업은 다 망한 상태인데요. 그런데 이렇게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요?

박성우: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세계개발원조총회’가 부산에서 사흘간 일정으로 열렸는데, 이게 역대 최대 규모였다면서요?

고영환: 네, 지난달 29일부터 12월1일까지 3일간 진행됐는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주관한 회의입니다. 이 회의는 잘 사는 나라들이 못 사는 나라들에 어떻게 원조를 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미국 국무장관, 요르단 왕의 부인 등 160여개국에서 3,500여명의 대표들이 참가했습니다. 여기서 북남협조(선진국-개도국)와 남남협조(신흥국-개도국) 방안에 대해 토론했고, 부산선언을 채택한 다음 1일 폐회했는데요.

여기서 많은 사람들은 ‘한국은 1950-60년대에는 잘 사는 나라들의 원조를 받던 나라인데, 이제는 이 회의에서 한국의 발전 경험을 못 사는 나라에게 전수하고 있다는 게 큰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50-60년 전에는 부산항을 통해 원조 물자가 들어왔는데, 이제는 부산항을 통해 원조물자가 바깥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앙헬 사무총장은 ‘최고로 가난했던 한국이 도덕적인 면에서, 경제성장 면에서, 지도력 등에서, 모든 발전도상국들이 따라배워야 할 모범 국가가 되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1950년대 카메룬 국민소득의 절반도 안 되는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이제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어서는 나라가 됐습니다.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박성우: 서울에 장충체육관이 있지요. 50여년 전에 이걸 지어줬던 나라가 필리핀입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이 필리핀에 조만간 초현대식 다목적 댐과 화력발전소를 건설해 줄 예정입니다. 한국의 위상이 올라갔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