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 전후 간부 큰폭 세대교체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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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김정은의 최측근 실세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오늘은 북한 내부를 좀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들어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자주 보이죠. 위원님,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지난 달 29일 한국의 정보 당국에 따르면 올해 김정은의 현지시찰 수행 횟수에서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은 37회를 기록하여 74회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에 이어 김정은 수행 순위 2위에 올랐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직위에 상관 없이 최고지도자와 얼마나 근접 거리에 있느냐가 '실세의 기준'이 된다"며 "조용원은 차관(부상)급이지만 김정은의 신임을 받는 새로운 실세로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은 지난해 12월 북한 매체에 처음으로 등장한 후 자주 김정은의 현지 시찰을 밀착 수행하는 모습을 방송과 신문 보도를 통해 보이고 있습니다. 워낙 갑자기 떠오른 인물이어서 한국 정부는 조용원 부부장에 대하여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나이는 50대이며, 조직지도부 말단 부원에서 시작하여 지난해 부부장으로 승진했다는 것 정도가 전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존 세대, 즉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 사람들의 사업 능력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김정은이 젊은 세대에 속하는 조용원을 파격적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는 김정은을 수행하는 간부들 중에 부부장급이 많아지고 당 간부들의 나이가 젊어지고 있는 것은 현재 북한의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나이 많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조부 및 부친 시기의 간부들을 젊은 세대로 교체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내년 5월 당 대회를 전후해 세대교체가 더욱 광폭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판단합니다.

박성우: 황병서는 최근에 중국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말이 들립니다. 북한 권력 구도에 미칠 영향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한국의 연합뉴스는 지난 2일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이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최근 신병 치료차 중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안다”며 “신병 치료 이후 지금은 북한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황병서는 원래 척추가 안 좋아서 척추 수술을 받으려고 중국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간부들은 행사 때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허리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2인자인 황병서는 올해 김정은의 현지 시찰 때 가장 많은 74차례 수행했지만 최근 20일 이상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2인자들이었던 장성택, 이영호, 현영철 등이 연이어 숙청되거나 처형당하면서 북한에서 2인자 노릇이 얼마나 힘들고 짧은 정치적 인생을 사는지 온 세상이 알게 되었고 일각에서는 지도자의 마음에 따라 하루아침에 숙청되고 총살되는데 북한에서 2인자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들이 나오기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황병서가 중국에 가서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어 그가 물러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특히 황병서가 지난 8월 지뢰 도발 이후 8·25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한국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피 흘리지 않고' 중단시킨 공로로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점을 고려할 때 신병치료를 마친 뒤 현직에 복귀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권력구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전례로 보아 황병서도 과연 얼마를 버틸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습니다. 잦은 고위간부들에 대한 숙청이나 처형이 권력의 중심에 불안정을 초래하고 이것이 북한체제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북한 전문가는 거의 없습니다.

박성우: 최근 새롭게 알려진 북한 내부 소식을 몇 가지 더 살펴보겠습니다. ‘알았습니다’라는 제목의 노래가 북한에서 요즘 많이 불린다던데요. 어떤 이유가 있나요?

고영환: 북한이 최근 전군대에 '알았습니다'란 노래를 대대적으로 보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노래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지난 달 26일 서울에서 열린 '김정은 정권 4년 평가' 세미나에서 밝혔습니다.

이 연구원 소속 이수석 박사는 "북한이 김정은에 대한 맹종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김일성 시대에 만들어졌지만 그동안 많이 부르지 않던 '알았습니다'란 노래를 다시 부르도록 하고 있다"며 "군인들이 대열을 지어 이동하거나 식사 전에 반드시 합창하라는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 노래는 김정일이 유일지도체제를 강화하던 1970년대 말 또는 1080년대 초에 만들어져 주로 군대에서 군가로 불렸고 일반 사회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저도 북한에서 이 노래를 접한 적이 없습니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이 노래를 다시 전군에 널리 보급하게 하고 노래 가사를 암송하게 하는 이유는 김정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을 군대에 심기 위한 의도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지시에 군말 없이, 그것이 잘못된 지시든 뭐든 상관없이, 무조건 ‘알았습니다’라고 대답을 하고 집행하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북한사회가 경직되어 있다는 것이죠.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박성우: 김정은 집권 4년 내내 공포통치가 지속됐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시죠. 공포정치가 북한 정권에 미칠 영향은 어떠할까요?

고영환: 앞에서 잠깐 언급하였는데, 남한의 국책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지난 달 26일 서울의 프레스센터에서 ‘김정은 정권 4년 평가'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열었고, 여기서 이수석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 4년 평가와 남북관계 전망'이라는 주제의 발제문에서 “이영호, 장성택, 현영철 숙청에 이어 최근 최룡해마저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처형된 간부가 13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수석 연구위원이 언급한 130여명은 일반 주민의 처형 숫자는 뺀 것이고 당과 군대 그리고 정부의 고위 간부들만을 센 것입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숙청의 형태도 달라졌습니다. 김일성은 남로당파, 연안파, 소련파 등 권력에 도전하는 세력을 정치국 회의, 전원회의 등을 통해 숙청했고, 김정일은 1997년 서관희 농업 담당 비서나 2009년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 처형처럼 “정책적 실패에 따른 숙청”을 했는데,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박수를 건성건성 쳤다느니 김정은이 참가한 회의에서 졸았다는 이유 등 “개인적 감정”에 근거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하는 이유는 우선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적인 성격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둘째로는 연로한 간부들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자기를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 그러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김정은의 후계자 수업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간부들의 성향을 잘 모를 수밖에 없고 그만큼 그들에 대한 불안감도 큰 데서 올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단기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권위 확립과 일사불란한 충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체제를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머리모양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는 소식도 있던데요. 이건 어떤 맥락에서 봐야 할까요?

고영환: 북한이 최근 대학생과 중·고등학생 등 젊은 층에 단발령을 내리고 엄격한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평양의 대북 소식통은 지난달 20일 "최근 청년들을 책임진 청년동맹에서 남자 머리는 2cm 이하로 짧게 자르고, 여성의 머리는 모두 단발로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평양 시내 도처에 대학생 규찰대가 가위를 들고 긴 머리를 현장에서 자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해부터 김정은 주도로 자본주의 사상 문화 침투를 반대·배격한다며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머리모양 단속은 내년도 당 7차대회를 앞두고 젊은 층의 이탈을 막고 기강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전 김정일 시대에도 여자는 바지를 입지 말라든가, 군복 색깔의 옷은 입지 말라고 하는 등의 지시들은 있었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 와서는 머리는 2cm 이하로 자르라는 지시까지 내려오고 있다니 주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힘들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박성우: 북한 지도부가 요즘 강조하는 단어가 ‘인민’이죠. “인민을 위해 당이 복무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던데요. 그런데 당국이 인민을 상대로 내놓는 정책을 보면 말과 행동이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