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에서는 공포정치가 지속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위원님이 몸담고 계시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김정은 정권 3년을 평가하고 2015년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학술회의를 지난 1일에 서울에서 개최했는데요. 북한에서 ‘공포정치’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주목받았습니다.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현성일 수석연구위원은 발제문에서 북한이 장성택과 연루되었다는 죄를 뒤집어 씌워 중앙당과 지방당 간부 10여명을 지난 10월 총살하였고, 지난 9월에는 ‘반당종파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중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선전선동부 간부 20명도 총살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주시당 책임비서 이송길 등 황해남도의 간부들도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횡령죄를 범하였다는 이유로 총살되었고, 당 중앙위원회 재정경리부 간부들도 당을 칭송하는 노래를 개사하여 불렀다는 이유로 총살되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발제문에는 인민보안부 산하 7총국 간부 20여명도 장성택 여독청산 작업 과정에서 총살되거나 산간 오지로 추방되었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습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에서는 지난 1년 동안 그야말로 피의 숙청이 진행되어 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하도 많이 다치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김정은은 올해 4월 일단 여독청산 작업을 마무리하라고 지시를 하였다고 하죠. 이에 따라 여독청산 작업은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8-9월에 들어 김정은이 다시 장성택의 흔적까지 찾아내어 없애 버리라는 지시를 하였고, 당 조직지도부 등 검열기관들이 다시 전당적으로 이른바 장성택 잔당 뿌리뽑기 사업을 벌였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위에 언급한 것처럼 수많은 당 및 정부 간부들이 총살당한 것이죠.
김정은이 김일성의 사위이며 김경희 비서의 남편인 장성택 부장을 총살하고 당과 정부, 그리고 군대의 간부들을 이렇게 처형하는 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가 바로서지 못하고 김정은의 지시가 잘 집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총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공포정치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죠. 사람들은 덕으로 통치해야 지도자를 따르지, 총으로 쏘아 죽이며 권위를 쌓으려 한다면 겉으로는 충성하는 것처럼 하지만 뒤로 돌아서서는 분노하고 욕을 하면서 지도자에게서 떠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역사의 진리입니다.
박성우: 공포정치 속에서 북한의 고위급 간부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고영환: 김정은은 다들 아시듯 스위스에서 유학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후계자가 되었을 때, 그리고 2012년 4월 15일에 김정은이 첫 공개연설을 하면서 ‘인민들이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였을 때만 하더라도 많은 북한 주민들과 국제사회는 ‘북한이 좀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3년을 보면 가히 ‘피의 역사’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고, 주민들의 의식주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거의 마구잡이로 숙청을 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로 반응합니다. 살아 남기위해 극도의 충성과 아첨을 하는 사람들이 그 첫 부류입니다. 김기남 비서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올해 85세인 그가 김정은이 무엇을 지시하면 ‘신비롭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오묘하십니다’라고 하면서 무조건 발라맞추고 있다고 하지요. 손자뻘 되는 젊은 사람한테 할어버지뻘 되는 사람이 이리 아첨을 하니 알만한 것 아니겠습니까? 최룡해나 황병서 같은 최측근조차 나이 어린 김정은 앞에서는 마음대로 웃지도 못하고 처녀들처럼 입을 손으로 가리고 수줍게 웃는 등 정말로 김정일 시대에도 있어보지 못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른 부류는 겁을 내면서 불안해하는 부류입니다. 예를 들어, 리수용 외무상 같은 사람도 지난 9월에 있었던 미국과 러시아 방문이 성과가 없자 ‘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리수용 외무상은 스위스 대사를 오래 한 사람으로서 김정은이 유학을 할 때 그의 뒤를 오랫동안 돌봐준 사람입니다. 김정은에게 아버지 같은 사람인데, 이런 최측근조차도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김일성의 사위 장성택이 처형되는 것을 보면서 간부들은 ‘김일성 가계도 저렇게 죽이는데, 우리는 파리 목숨이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간부들 속에서는 ‘우리 공화국이 10년을 못갈 것 같다, 망할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총으로는 결코 사람들의 마음을 살수가 없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지속하고 있는데요. 부작용은 없을까요?
고영환: 지난 1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유성옥 원장은 현재 북한에서는 극도의 억압과 공포분위기가 존재하고 있으며, 고위간부들 속에서 불안과 불만, 발발이 심해지고 있으며, 이런 이유들로 하여 시간이 갈수록 체제의 내구력, 즉 체제를 지탱하는 힘이 약화되면서 심각한 문제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처벌과 처형이 보편화되면서 고위간부들은 정책 건의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최고지도자의 눈치만 보면서 몸을 사리는 행태들이 만연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앞에서는 충성을 다하는 것처럼 하지만, 뒤에서는 일도 전개하지 않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이러다간 나라가 결딴이 날 것’이라고 불안해하는 현상들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과 정부 그리고 군대의 고위간부들이 지도자가 무섭다고 바른 소리를 하지 못하고 아첨만 하고 일들을 전개하지 않는다면 나라는 제대로 굴러 갈 수가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한 김정은을 처음에는 믿었던 다수의 북한 주민들도 생활 형편이 낳아지지 않고 힘들고 추우니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충성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는 내년에 더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박성우: 내년도 남북관계도 상당히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내놓고 있는데요. 이유를 좀 설명해주시죠.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학술회의에 참석하였던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은 내년에 남과 북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하겠지만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하여 극적인 정책 전환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진단들을 내놓았습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내년에 한국의 대북정책을 전환시키려 노력할 것이며, 대남 압박과 군사적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으며, 김정은이 내년 신년사에서 유화적 제스추어를 취하고 성명이나 제안으로 평화공세를 펴겠지만,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은 대남도발 이후 남한의 여론 움직임과 러시아, 일본과의 관계개선 여부에 따라 대남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월 10일은 노동당 창건 70돌을 맞아 경축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물론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현성일 위원과 의견이 같습니다. 북한이 내년에 김정은-푸틴 정상회담을 추진하는데 많은 공을 들일 것이고, 이 정상회담이 내년초에 일어날 경우 내년초에 북한이 핵실험이나 고강도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가 미흡하고 중국이 계속하여 핵무기를 파기하라고 종용하는 경우, 그리고 북한의 경제 사정이 더 악화되고 고위간부들의 충성도가 낮아진다고 평가할 경우,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이나 광복 70돌 행사에 맞추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4차 핵실험을 강행하여 주민들 속에서는 분위기를 잡고 국제사회를 강하게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북한은 긴장이 존재해야 유지되는 체제입니다. 모든 것이 편안해지고 먹고 살만하고 외부의 위협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면 체제는 급격히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필요할 때마다 대남 군사도발이나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해왔습니다. 마치 자전거가 달리면 안 넘어지지만 멎으면 넘어지는 경우와 비슷한 것이 북한체제의 속성입니다. 즉 북한은 도발을 하여 군사적 긴장 상태를 조성해야만 유지되는 체제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청취자들께서 주의깊게 들으셨다면 아마 눈치채셨을텐데요. 최근까지는 ‘국가전략연구소’라고 불렀는데, 이젠 ‘연구원’이라고 부르고 있잖아요. 뭐가 바뀐 건가요?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지난달 17일부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으로 승격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생긴지는 37년이 지났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북한을 연구하고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하는 기관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연구원으로 승격을 한 것은 이 연구원을 영국의 채텀하우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러시아의 국제문제연구소 같은 세계적인 연구원으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박성우: 축하드리고요. 앞으로 보다 좋은 연구 성과를 기대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