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자기비판하며 반성 중일 것”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실각설이 나온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현재 소재에 대해 "정부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7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왼쪽에서 첫번째)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참전 열사묘 앞을 걷고 있는 모습.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실각설이 나온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현재 소재에 대해 "정부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7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왼쪽에서 첫번째)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참전 열사묘 앞을 걷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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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장성택 행정부장이 실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장성택이 실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국정원이 3일 밝혔습니다. 그런데 장성택의 신변에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위원님께서는 장성택이 현재 어떤 상태에 처해 있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북한에서 2인자로 군림해 온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최근 실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안보관계 당국자가 밝혔습니다. 그에 의하면 당 행정부 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11월 하순 반당행위로 공개처형되었으며, 최측근 핵심들을 잃은 장성택도 모든 직위에서 해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장성택이 맡고 있던 조직과 기관들에 있던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숙청 작업도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도 합니다.

장성택은 김정일이 사망한 후 당 행정부장,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정치국 위원, 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등의 굵직한 직책을 가지고 김정은의 후견자 노릇을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보도들과 북한 외교관을 지낸 저의 경험으로 보아, 당 행정부는 해체되고 그 기능은 당 조직지도부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으며, 당과 정부, 그리고 근로단체 등 각 부문에서 숙청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성택은 이번까지 포함해서 무려 5회나 혁명화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났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숙청되었을 때에도 그가 살아난 비결은 김정일의 누이동생 김경희의 남편이고 김정일의 매부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모이는데, 이들이 대형 사고들을 치기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이번 사건도 장성택이 직접적인 과오를 저질렀다기보다는 그의 최측근들이 과잉충성하였기 때문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의 부인이 아직은 살아 있습니다. 김경희가 살아있는 한 그의 목숨은 안전할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장성택이 현재 평양시 중구역의 자택에서 자기 비판서를 쓰며 반성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점은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2주기 행사에서 장성택이 행정부장 직위는 빼앗겼지만 어쨌든 김정은의 가족 자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손과 발이 다 잘린 상태인 것이죠. 그래도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장성택의 재등장 시점이 이르면 17일, 그러니까 김정일 사망 2주기 행사일 수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관련된 질문을 더 드리겠습니다. 김경희는 안전하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김경희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리는 이전부터 끊임없이 나왔죠. 김경희는 이전 시기 남편과의 가정불화를 겪었고, 그의 딸이 2006년 프랑스 유학 당시 자살한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오빠 김정일이 2년전 사망한 후 그의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김경희는 살아 있고, 이번 장성택의 해임 후에도 그는 안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는 김일성의 딸이고, 김정일의 유일한 누이동생이며, 김정은의 고모라는 점에서 제거의 대상이나 해임의 대상으로는 절대로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남편의 해임으로 마음의 상처는 입겠지만 그를 다칠 사람은 북한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장성택을 뒷전으로 밀어내는 일을 김정은 제1비서의 재가 없이 하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의도한 바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고영환: 김정일이 사망한 후 그의 시신 운구차를 운반한 8명의 실력자 중 리영호와 우동측은 지난해 완전히 숙청됐고, 김정각과 김영춘은 한직으로 물러났으며, 이번에는 장성택이 해임되었습니다. 나머지 3명 중 김정은은 물론 건재하고, 최태복과 김기남은 고령인데다 실권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실세들은 모두 사라진 셈이 되는 것이죠.

한국 통일부에 의하면, 김정일이 사망한 후 군부에서는 최룡해를 제외한 지휘부 전원이 해임되었고, 일선 군단장들도 거의 절반이 교체되었습니다. 당의 부장급 간부와 내각의 상급 간부 218명 중 97명이 교체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김정은은 실권이 없고 상징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몇 명을 제외한 혁명원로 거의 전원을 교체한 것입니다. 김정일은 그래도 김일성 때 사람들을 오랫동안 썼는데, 젊은 김정은은 혁명세대 전원을 사정없이 쳐내고 있습니다.

이는 김정은이 사람들, 특히 간부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고 자신의 충동대로, 하고싶은 대로 간부사업을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장성택 사건도 김정은이 직접 주도하였을 것입니다. 현재 북한 간부들 중 마음이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고, 불만이 없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언제 보위부가 사람들을 잡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김정은의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이겠지만, 이는 양면의 칼처럼 북한 정권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불만, 불안감들이 언제 폭발할지 누구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장성택의 빈자리는 앞으로 누가 메우게 될까요?

고영환: 장성택이 해임되고 그가 맡았던 당 행정부가 무력화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그 자리를 누가 메우게 될까에 모이고 있습니다. 저는 당연히 그 자리는 당 정치국에서 김정은 다음으로 가장 높은 자리를 가지고 있고, 군부서열 1위이며, 김정은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건설과 행사들을 직접 관장하고 있는 최룡해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의 밑으로 사람들이 몰려들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최룡해 다음으로 군부에서 주목받는 인물들은 새로 임명된 리영길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조경일 보위사령관 등입니다.

당에서는 이번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민병철 부부장이 실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이 보안 부문의 실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모두가 새사람들입니다. 앞으로 이 사람들이 김정은 정권에서 실세로 활동하며 김정은을 보좌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 체제하에서 실세가 한순간에 ‘역적’으로 변하는 실례들을 우리는 수 없이 보아왔습니다. 김씨 일가는 필요할 때는 간부들을 충신이라고 추켜세우며 일을 시키다가도 실수를 한 번만 하더라도 숙청하여 왔습니다. 북한의 1인 지배체제에서는 김정은을 제외한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습니다. 현재 북한의 모든 간부들은 정권 창립 이래 가장 불안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노동당 내 권력기구 간의 역학구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장성택 부장의 실각이 현실로 굳어지면서 북한 권력의 내부 역학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성택을 해임시키고 그의 좌우팔인 행정부 제1부부장과 부부장을 꺾어버린 상황에서 김정은은 이번 사건을 행정부 수준에서 정리하고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선 당 행정부는 해체수준을 밟거나, 살아남더라도 당 조직지도부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당을 재건하려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조직지도부는 당 안에서 장성택의 물을 빼고 그의 추종자들을 숙청하는 사업을 할 것이고, 선전선동부는 반당 행위의 후과를 청산하는 일을 하면서 김정은 유일지도체제 확립과 우상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부에서는 최룡해를 정점으로 하는 총정치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최근 당에 밀렸다고 생각하였던 군부는 그동안 잃어버렸던 군대의 외화벌이 사업들을 되찾아 오고 선군정치 때의 위상을 회복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군부, 특히 보위부와 보위사령부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며, 북한의 공포정치도 극에 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은 내년도에 들어서면서 권력다툼의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오늘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장성택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걸로 추정되지만, 실각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는 거고요.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12월 17일 김정일 2주기때 가족의 일원으로 장성택이 행사장에 나타날 것인지 여부입니다. 하지만 나타나더라도 그때는 양날개가 꺾인 상태일 수 있다는 평가를 해 주셨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