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미국과 관계개선 원하면 버마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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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 정부가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2005년부터 중단했던 버마 즉 미얀마에 대한 유상원조 지원을 재개하기로 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버마 정부가 개혁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미국의 클린턴 국무장관이 버마를 방문하기도 했고요. 또 한국 정부는 버마에 대한 유상원조 지원을 재개하기로 했는데요. 이게 북한 정권에 시사하는 바도 크지요?

고영환: 네, 큽니다. 버마는 북한과 굉장히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요. 북한, 수리아(시리아), 버마는 대표적인 인권탄압 국가이고 1인 독재 국가로 유명하지요. 버마는 50년 이상 군부독재를 했어요. 그러다가 최근 민주주의의 길을 걷고 있어서 주목 받고 있는데요. 버마는 지난해 11월에 20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주의적인 방법에 의해 국회의원을 뽑았고요. 올해 3월엔 대통령 선거를 거쳐서 세인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이후 세인 대통령은 감옥에 있던 정치범을 석방했고요.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버마 민주주의의 상징이고 오랫동안 반체제 인사로 남아서 군부독재와 싸운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을 해제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시민들의 자유로운 시위까지 허용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속도가 아주 눈부시지요.

버마 정부가 이렇게 개혁과 개방, 민주주의 정책을 실행해 나가면서, 미국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는데요. 그동안 미국은 인권 문제 때문에 버마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했거든요. 그런데 12월1일 사상 처음으로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버마를 방문했습니다. 세인 대통령을 만나서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고요. 미 대통령은 친서에서 ‘미국은 민주주의를 향해 발걸음을 시작한 버마 정부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버마가 국제통화기금 같은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보건 등 여러 분야에서 버마를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버마는 북한과 핵 분야, 군사 분야에서 협조 관계를 갖고 있는데, 클린턴 장관이 세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버마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반미 고립주의를 취하면 가난해지고, 반미주의에서 벗어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겁니다. 버마 정부는 한국과의 관계도 많이 발전시키려 하고 있고요. 한국의 발전 경험을 배우기 위해서 박정희 대통령이 실시했던 새마을 운동도 따라 배우려고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북한이 진정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한다면, 시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인간의 모든 자유를 허용하고, 민주주의 방식으로 선거를 실시하는 버마 같은 나라를 따라 배워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다른 질문도 좀 드리겠습니다. 남북한은 전쟁으로 둘 다 폐허가 되다시피 했는데요.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 한국이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지난 12월5일 대한민국은 세계 역사상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 그루빠’의 멤버가 됐는데요. 올해 수출만 5천153억 달러, 수입 4천855억 달러를 달성해서 총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넘긴 겁니다. 1조 달러가 얼마나 큰 돈인가 하면, 1이라는 숫자 뒤에 0이 12개가 붙은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1조 달러 그루빠’에 한국보다 먼저 들어간 나라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입니다. 중국은 인구 13억 대국이고 최근에 강대국으로 부상한 나라죠. 그리고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은 일찍이 식민지를 보유했고 세계를 호령한 나라들이거든요. 에스파냐(스페인)나 포르투갈처럼 세계를 호령했던 나라들, 인구 12억의 인도, 그리고 세계 육지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한다고 큰소리치는 러시아도 1억 달러 규모를 못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정말 대단한 것 같고요.

영토가 한국보다 수십배나 크고 세계 최대 강국이라는 미국의 무역규모가 3조 달러입니다. 미국의 수십분의 1밖에 안 되는 한국이 1조 달러를 달성한 겁니다. 한민족 5천년 역사 이래 이렇게 번성하는 나라로 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1964년 당시 한국의 수출액은 1억 달러에 불과했는데, 불과 40-50년만에 1조 달러가 된 겁니다. 가발 같은 걸 팔던 나라가 지금은 반도체, 자동차, 최신 선박 같은 걸 팔고 있거든요. 이걸 보면 개혁 개방 정책을 취한 한국은 40년만에 최대 강국의 반열에 들어섰고, 자립적 민족경제라는 폐쇄 정책을 취한 북한은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됐다는 걸 알 수 있고요. 이제라도 북한은 봉쇄정책에서 벗어나서 개혁 개방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박성우: 평양에서는 커피 한잔 값이 평균 월급의 3배 정도 된다는 기사도 있었지요?

고영환: 독일 프랑크푸르트 란트샤우 신문이 보도한 건데요. 김일성 광장 옆에 비엔나 커피 전문점이 생겼는데요. 커피 한 잔 값이 2유로라고 합니다. 현재 1유로가 북한돈으로 거의 5천 원이니까, 커피 한 잔 가격이 만 원이지요. 북한 근로자 한 명의 1개월 평균 월급이 3천원입니다. 그러니까 3개월 월급보다 더 비싼 거지요. 요즘 김일성 광장에서는 내년도 강성대국 앞두고 집단체조와 열병식 체조를 한다고 배고파하는 어린이들이 있는데, 반면에 1만 원짜리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묘한 대조입니다. 사실 북한은 남한이 부익부 빈익빈 자본주의 나라라면서 많이 비난했는데, 남한도 이렇게까지는 부익부 빈익빈 차이가 안 나거든요. 이런 거 보면 참 묘한 감이 듭니다.

박성우: 실장님이 북한 외교부에서 일하실 땐 주변에 커피를 사서 마실 수 있는 곳이 없었나요?

고영환: 커피를 사 마실 수 있는 곳이 없었고요. 그때는 외국에서 대통령, 수상, 외무상 등이 올 때 초대소나 고려호텔에 가면 커피를 한 잔씩 마실 수 있었지요. 지금은 커피 전문점까지 생겨서 일반인도 돈만 있으면 가서 1만 원짜리를 마신다는 건데요. 석달치 월급을 마시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궁금합니다.

박성우: 실장님이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셨던 게 언제지요?

고영환: 제가 80년부터 90년대초까지 10여년을 했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다른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 요즘 북한 당국은 강성대국 만든다고 바쁘지요. 군대가 큰 역할을 해야 할 텐데요.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이 군대를 수시로 질타했다’는 게 북한 내부 문건으로 확인됐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북한 지도부가 인민군 지휘관들을 교양하기 위해 작성한 강연 학습제강이 한국에 반입됐는데, 이걸 해당 부문 연구원들이 연구한 결과가 최근 통일연구원의 연구 총서로 발간됐어요. 여기 보면 ‘김정일을 맞이하는 부대 지휘관들이 군복도 제대로 입지 않고 있고, 군대 물자를 다른 물건과 바꿈질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먹자판을 벌여놓고 집단적으로 술놀이를 하고 있고, 심지어 최고 사령관이 지시한 명령에 의문을 표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강연제강에 담긴 내용이기 때문에 사실인 것 같고요. 저는 북한 정권이 선군사상을 포기하고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해서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군인들이 마음대로 먹고 살 수 있도록 인민적인 정책을 좀 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박성우: 오늘은 시작부터 끝까지 ‘북한의 개혁 개방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사실이기 때문에 누차 강조하시는 거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