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양극화 현상 극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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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내 지도부와 일반주민의 생활에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이 소식부터 다뤄보죠. 북한 당국이 지난 10월에 벤츠를 한 대 구입했는데, 이게 방탄 차량이라고 하죠. 꽤 비쌀 텐데요. 위원님,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 최고급 방탄 차량을 새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최근 "북측이 지난 10월 말 독일에서 신형 방탄 벤츠를 구입해 평양에 들여왔다"며 "김정은 경호팀의 특별 주문에 의해 독일 벤츠사에서 몇 개월간의 특수 제작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김정은 전용차로 수입한 방탄 벤츠는 방탄 기능을 강화해 웬만한 포탄을 맞아도 견딜 수 있고 타이어에 펑크가 나도, 그러니까 터져도 시속 100㎞로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하며 차량 내부에는 냉장고도 설치됐다고 합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유엔의 대북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 무역회사를 내세워 벤츠 승용차를 구입했다"며 지난 "10월말 일반적인 무역 거래 물품으로 위장해 중국 료녕성 단둥 세관을 거쳐 북한에 들어갔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커다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김정은용 최고급 방탄 벤츠차 수입은 고급 승용차와 보석·요트 등 사치 품목을 북한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718호(2006년)와 2094호(2013년)를 전면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국제법을 북한 지도부가 위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이 차의 가격입니다. 방탄 최고급 벤츠 차의 가격은 최소 100만 달러에 이릅니다. 북한 곳곳에서 김정은이 그토록 사랑한다는 그 인민들은 끼니 걱정을 하고 땔감 걱정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지도자란 사람은 대당 100만 달러를 넘는 승용차를 국제법을 어기면서까지 자신이 타겠다고 사들여 간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언급하는 ‘인민사랑’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성우: 요즘 들어선 애완견을 기르는 가정이 북한에서도 늘어나고 있다는데요. 이건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친척을 방문하기 위해 중국에 나왔다는 한 평양 주민은 최근 한국의 한 매체의 기자와 통화하면서 "3~4년 사이 평양에서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돈 좀 버는 집들은 애완견을 기르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양시 모란봉 구역에 산다는 그는 "특히 여성들이 많이 기르는데, 시장에서 돈을 벌어 자신의 부(富)를 과시하는 수단, 즉 자신이 잘산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애완견은 평양의 백화점이나 모란봉 시장, 중구역 시장 등 장마당에서도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몰티즈, 장모치와와, 파피용 등이 1마리당 미국 돈 40~100달러 사이에 거래된다고 하며 시장이 커지면서 당 간부들까지 무역업자들과 결탁해 애완견 수입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어느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서는 애완견에게 사료를 먹이는 것이 아니고 집에서 사람이 먹는 대로 밥과 고기 등을 먹여 기른다"고 전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먹을 것을 걱정하고 추운 겨울에 먼 거리를 걸어 다니며 장사를 하는데 평양에서는 애완견에게 고기를 먹이며 차를 태우고 다닌다고 하니 이상하기 그지 없습니다. 북한은 사실 그 동안 한국을 부익부 빈익빈의 나라이고 북한은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라고 수십년 동안 자랑해 왔습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애완견에게 고기를 먹여 키우고 다른 한쪽에서는 끼니를 걱정하니 이야말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물론 일부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젠 북한에도 골프장은 물론이고 피자 가게도 영업을 하고 있다는데요. 위원님, 예전에 평양에 계실 때하고 비교하면 큰 차이라고 봐야겠지요?

고영환: 이전 시기 북한에서 골프는 부르주아들의 운동으로, 사치 스포츠로 간주되어 왔고 북한에서 골프에 대한 워낙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북한 외교관을 지낸 저도 북한에서는 물론 한국에 와서도 아직까지 골프를 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피자집을 개인이 열고, ‘돈주’들이나 평양의 권력자들과 그 가족들이 여유작작하며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택시가 달러를 받고 손님들을 날라주고 개인들이 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것 등은 분명한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대학생을 할 때, 외교관으로 있을 때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입니다.

저는 북한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러한 변화들을 물론 정부가 앞장서서 유도하고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사장화가 북한체제의 유지에 지금까지는 도움이 된다고 여기고 지도부가 묵인하고 있는 것 같고요. 저는 북한 지도부가 화끈하게 핵이니 선군이니 하는 것들을 버리고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국가가 나서서 개혁을 이끌고 개방을 해서 일부 사람들, 즉 간부들이나 ‘돈주’들만 잘사는 세상이 아니라 대다수 주민들이 잘사는 세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북한은 이제 잘 사는 사람도 생겼지만 여전히 최빈국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식량이 부족한 편이죠.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 즉 FAO가 북한을 '식량부족국가'로 재지정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지난 4일자로 보도했습니다. FAO는 전날 공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이란 제목의 올해 4분기 보고서에서 북한을 포함한 33개국을 식량부족국가로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FAO는 북한과 함께 아프리카 국가 26개국과 미얀마, 네팔, 아프가니스탄 등 아시아 국가 7곳을 식량부족국가로 지정했습니다. FAO는 이미 2013년, 2014년에도 북한을 식량부족국가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FAO는 "북한은 올해 초 가뭄으로 봄 작황이 줄었고 여름의 홍수로 함경북도와 나선시의 농지가 물에 잠겼다"며 "북한의 식량 사정이 지난해보다 더 나빠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제가 1980년대 아프리카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할 때 평양에서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출장 왔었던 일이 있습니다. 그 때 부부장은 아프리카를 보면서 “나는 아프리카가 못살고 굶주리는 대륙으로 알고 있었는데 먹고사는 것만큼은 북한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보며 정말 놀랐습니다”라고 저에게 말하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때가 언제인데 아직도 북한이 아프리카의 가장 못사는 나라들과 나란히 어깨를 같이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통탄스럽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좀 살펴보죠. 요즘 일본 서쪽 해안에서 표류 선박과 시신이 자주 발견되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데요. 위원님, 이것도 북한 내 극명한 양극화 현상과 관련 지어서 설명할 수 있다면서요?

고영환: 일본 아오모리 해상보안부가 지난 6일 아모모리현 사이무라 앞바다에서 4일 전에 뒤집힌 채 발견된 목선 내부를 수색해 시신 4구를 수습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습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해상보안부는 이 선박이 북한 배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사망자 신원과 선박 내부 상태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10월 이후 일본 서쪽 해안에서는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어선 10여 척과 시신 30구 가량이 발견됐습니다. 교도통신은 떠내려온 선박들의 길이가 수m∼15m, 폭은 2∼3m 정도라고 소개하고, 배 바닥이 평평하거나 검은 타르 형태의 도료가 칠해져 있으며, 일부 배에는 '조선인민군' '보위부' 등 표기가 있었고, 다른 배에서는 한글이 쓰여 있는 비닐병과 담뱃갑이 발견됐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전문가들은 목조선들과 시신들이 발견된 것은 북한 지도부의 무리한 어획량 증대 지시로 인해 해난 사고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들을 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한끼에 100달러짜리 최고급 식사를 하는데 다른 편에서는 나무로 조악하게 만든 배로 머나먼 날바다(넓은 바다)에 가서 물고기를 잡고 그러다가 무리로 사망까지 하고 있으니 북한이 누구를 위한 나라인지 묻고 싶습니다.

박성우: ‘인민을 위해 당이 복무해야 한다’고 외치는 북한이라는 나라의 2015년 12월 현재 모습은 극명한 양극화 현상으로 점철돼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