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2011년 북한 관련 10대뉴스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8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멩우유유한공사를 참관하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8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멩우유유한공사를 참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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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이번 주와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지난 한 해 동안 북한과 관련해 발생한 주요 뉴스를 정리해 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올 한 해도 북한과 관련해서 사건 사고가 많았습니다만,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자주 방문했다는 게 눈에 띄었는데요. 왜 그랬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일이 지난해 중국을 두 차례 갔었고, 올해도 5월과 8월에 방문했는데요. 김정일은 2008년 8월 심한 뇌출혈로 쓰러졌잖아요. 그 후에 셋째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웠고요. 그다음에 중국 방문이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김정일이 아픈 건 온 세상이 다 아는데, ‘휴식이 필요한 김정일이 왜 이렇게 장시간의 기차여행을 하면서 중국에 자주 갈까’ 이런 궁금증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주목했는데요. 이는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를 보면 정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은 지금 3대째 세습을 진행하고 있고, ‘2012년 강성대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하지만 경제는 파산 직전이고 민심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일은 가장 친한 국가이고 사실상 북한의 보호국인 중국의 3대 세습에 대한 지지를 얻어낼 필요가 있었다고 봅니다. 중국마저 3대 세습을 냉랭하게 대하고 반대하면 후계체제가 성공할 수 없거든요. 두 번째는 강성대국 선포와 관련이 있는데요. 현재 북한은 가장 기본적인 식량 배급도 못 해주고 생활필수품도 주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강대국이라고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중국의 지원을 얻는 게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일의 연이은 중국 방문은 북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고 북중 관계를 강화하는 것에도 목적이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목적 두 가지는 3대 세습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얻고 강성대국 선포에 필요한 식량, 생활필수품, 원유 등의 물자를 지원받고, 또 북한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게 황금평 개발인데, 황금평 지역에 대한 개발을 지원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중국에 간 것이 사실인 듯합니다.

중국은 3대 세습을 묵인하는 선에서 비공식적인 지지를 한 것으로 보이고요. 내년도에 물자 지원을 조금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에 통 크게 지원해 준 적이 없어요. 오히려 중국은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인 나진항을 자기네가 임대하고 개발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올해 6월 북한과 나진 선봉 지구 개발에 대한 회의를 했고, 지금은 훈춘과 나진을 연결하는 도로를 만들고 있어요. 북한은 황금평을 원하는 것 같고 중국은 나진항을 원하는 거니까, 두 나라가 동상이몽을 하는 셈입니다. 또 한 가지, 중국 지도부가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중국식 개혁개방을 하라고 요구해 온 것도 특이한 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 정권이 이른바 ‘공포정치’를 다시 활용한 것도 주목할만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일이 1970년대에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이어받을 땐 당권, 그러니까 당의 권력부터 장악했거든요.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당이 모든 것에 우선하니까 이건 당연한 겁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2009년과 2010년의 경우는 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김정일이 이른바 선군정치를 하고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당의 권한이 이전보다 좀 약해지고 군대의 권한이 강화됐는데요. 이런 비상 상황에서 김정은이 후계자가 됐으니, 당연히 군을 먼저 장악한 것 같고요. 그래서 인민군 대장이 되고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거지요. 김정은이 26세의 나이로 대장이 됐을 때 사람들이 크게 놀랐어요. 위관급, 영관급 지휘관도 해보지 못한 사람이 큰 별을 네 알이나 한꺼번에 달았으니 ‘유치원 놀음을 하느냐’는 외신보도도 있었는데요.

어쨌든 북한 경제가 상황이 안 좋고 당의 권한도 약화되고 민심이 악화되니까, 군대부터 넘겨줘서 ‘공포를 유발해 나라를 다스리라’고 김정일이 시킨 것 같고요. 군복을 입은 사람들, 그러니까 인민군, 보안부, 보위부 사람들을 동원해서 총소리를 전국에 울리면서 공포정치를 하고 있는 거지요. 그래서 공개 총살이 늘어났고, 탈북하는 사람들을 총으로 쏴죽이고 있고, 김정일이 그토록 신임했던 국가안전보위부 반탐(反探) 부부장인 류경도 부정축재 죄목을 씌워서 총살했습니다. 이외에도 폭풍군단 검열, 호위사령부 집중 검열도 나갔죠. 그러니까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총살하면서 전국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 사람 전체를 다 죽일 순 없지 않겠습니까?

박성우: 올해는 배를 타고 북에서 남으로 넘어온 탈북자가 많은 편이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배를 타고 나라를 떠나는 사람들을 ‘보트피플’이라고 부릅니다. ‘배를 탄 인민’이라는 뜻인데요. 이건 1975년에 남부 베트남이 북부 베트남에 의해서 망할 때 150만 명의 남부 베트남 사람들이 배를 타고 베트남을 떠나면서 만들어진 국제적인 정치 용어입니다. 그런데 올해 북한 정세를 특징짓는 말 중 하나가 보트피플입니다.

올해 2월5일에 31명이 배를 타고 서해에서 남으로 왔다가 그중에서 4명이 한국에 남겠다고 했지요. 지난 6월11일에는 북한 주민 9명이 작은 목선을 타고 서해안으로 해서 남한으로 탈북했습니다. 그리고 9월13일에는 북한 주민 9명이 동해안을 따라서 일본에 도착했다가 한국으로 왔는데요. 당시 그 사람들이 한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지요. ‘동쪽으로 무조건 가기만 하면 일본이 나올 것이고, 일본으로 가기만 하면 한국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떠났고, 이것이 실현돼서 매우 기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1월6일에도 북한 주민 21명이 서해안을 따라 배를 타고 내려와 한국으로 왔어요.

북한 당국이 북중 국경지역에 대한 경계를 심하게 하니까, 사람들이 동서 해안을 따라서 무리지어 탈북하는 것 같은데요.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나니까 ‘보트피플’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고 있는 거지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북한이 아무리 통제기구가 많다고 하더라도, 국경 전체와 동서 해안 전체를 철통같이 막을 순 없을 것이고요. 그 대신에 인민들이 편안하게 먹고 살도록 해 주는 것이 한 나라의 정부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의 인권문제와 관련해서, 올해는 신숙자 씨 모녀를 구출하자는 운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것도 특기할만 했지요?

고영환: 그렇죠. 올해는 신숙자 씨 문제를 갖고 온 한국사회가 떠들썩했는데요. 설명을 좀 드릴게요. 신숙자 씨는 오길남 씨 부인이고, 신 씨는 한국의 통영에서 태어나 독일에 가서 간호사를 하다가 오 씨와 결혼했습니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오길남 씨는 독일에서 활동하던 중 친북인사와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됩니다. ‘북한에 가면 현대 경제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를 시켜주겠다’는 말을 듣고 1985년 가족을 데리고 북한에 들어간 거지요. 그런데 북측은 오길남 씨에게 대학교수를 시키지 않고 대남방송 요원을 시킵니다. 이에 불만을 품고 있던 오길남 씨는 ‘독일에 있는 한국 유학생을 포섭하라’는 통전부의 지시를 받아 외국으로 나오던 중 탈북합니다. 이후 북측은 신숙자 씨와 어린 두 딸을 요덕 15호 수용소에 가둡니다.

이들을 구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는 거지요. 통영에서 신숙자 씨를 구원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이게 들불처럼 전국에 퍼져서 100만 명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시위가 벌어진 거지요. 내년에는 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된다고 해요. 외국에서도 캐나다 의회가 신숙자 씨를 빨리 보내주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지요. 세계와 한국 사회가 북한의 비인도주의적이고 반인권적 태도에 격분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이 정말 신숙자 씨를 남편에게 보내주면 좋겠고요. 북한 주민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세계가 북한 인민들과 함께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올해 들어서 신숙자 씨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상징하는 존재가 돼 버렸지요. 그리고 신숙자 씨 모녀를 구출하자는 운동은 한국뿐 아니고 미국과 캐나다, 영국과 독일 등에서도 펼쳐졌습니다. 꼭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다음 주에도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에는 올 한 해 동안 북한과 관련해 발생한 주요 뉴스를 한 번 더 정리해 보겠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