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김정은 집권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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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청와대 습격 훈련을 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특수부대를 동원해 청와대를 습격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이게 한국에선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에 발생한 일이어서 더 눈길을 끌었는데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북한군이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특수부대를 동원해 한국 대통령의 집무실인 청와대를 습격하는 훈련을 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지난 11일 보도했습니다. 북측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청와대 침투 공격은 북한군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 대대를 동원해 이뤄졌습니다. 서울의 북악산과 인왕산으로 침투하여 공격하고 직승기에서 강하한 전투원들이 청와대 내부로 진입한 데 이어 AN-2(아엔뚜바) 경수송기에서 뛰어내린 전투원들이 청와대를 집중 사격하는 등 실전을 가상한 훈련이 진행됐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탄핵안 가결 이후 이런 훈련을 실시한 것은 집권 후 대북 압박책을 구사해온 박 대통령에 대한 '심리적 보복' 차원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저도 이 사진들과 기록영화를 보았습니다. 소련군이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하던 70~80년도 지난 낡은 아엔뚜바 비행기들을 타고 청와대 모형으로 진입하고, 중국군도 사용하는 무선라디오도 없이 북한군이 큰소리로 서로 소통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저런 구형 장비들을 가지고 지대공 미사일과 항공조기경보기가 지키는 서울로 어떻게 진입할 생각을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위원장과 관련한 소식을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김 위원장이 군 원로들을 소집해 밤새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 하죠. 일본 매체의 보도 내용인데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바깥 세상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 거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고영환: 김정은이 술에 만취한 상태로 북한군 지휘관들을 모아 놓고 밤새껏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 일본 도쿄신문이 지난 13일 익명의 북한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정상적인 지도자라고 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겠죠. 그러나 올해 4월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났던 김정일의 전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은이 하룻밤에 프랑스 포도주 10병을 마셔 만취했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포도주 10병을 마시고 고모부 장성택을 기관총으로 처형한 사람이 김정은이라고 보면 이런 행동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쿄신문은 “지난 9월 말 밤중에 김 위원장이 별장 한 곳에 급하게 군 원로들을 소집했다”며 “그 자리에서 만취한 상태로 그 동안 장군들이 군사위성 하나 만들지 못하고 무엇을 했냐며 호통치고 밤새 반성문을 쓰도록 명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의 지시에 놀란 군 원로들, 즉 북한군 지휘관들은 숙청 공포에 시달리며 반성문을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아침 김정은은 반성문을 들고 떨고 있는 군 실세들을 보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왜 모여 있는가. 다들 나이도 많고 하니 더 건강에 신경을 쓰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원로들이 그 자리에서 소리 내 울자 김정은은 자신의 온정에 감동했다고 생각했는지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정말로 21세기 대명천지에 진시황제 때나 일어났을 법한 일들이 북한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으니 기가 막힙니다.

박성우: 김 위원장이 요즘 강조하는 사업이 하나 있죠. 어업입니다. 어업 생산량을 늘리라고 독려하고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사고가 많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북측 선원 8명이 남측 동해상에서 구조됐는데, 표류 기간이 길다 보니 아사자도 상당수 나왔다고 하죠. 부원장님, 이 사건 보시면서 어떤 생각 하셨습니까?

고영환: 한국 해양경찰이 12월 11일과 12일 동해 상 남측 배타적경제수역에서 표류하던 북한 어선 3척을 구조했다고 통일부가 지난 15일 밝혔습니다. 한국정부 발표에 의하면 북한 선원들은 고장이 난 선박에서 식량과 물이 부족한 상태로 길게는 3개월가량 표류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일부 아사자가 있는 것으로 조사결과 나왔다"며 "굶어 죽은 선원은 10명이 약간 안 되는 숫자"라고 전했습니다. 아사자들, 즉 바다에서 굶어 죽은 북한 어로공들의 시신은 갑판에 방치됐다가 파도에 쓸려 유실됐다고 구조된 북한 선원들이 진술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저는 저 멀리 울릉도 해역에서 이번에 발견된 북한 어로공들이 굶어 죽기 직전이었고, 거의 10명에 달하는 주민들은 실제로 굶어서 죽었는데 시신도 거두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황금어장들은 중국에게 팔아먹어 할 수 없이 먼 날바다로 내몰리는 어로공들, 변변한 나침판도 발동기도 없는 조그만 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도 북한정부의 구조도 받지 못하고 굶어죽고 바다에 빠져죽는 어로공들의 참상에 목이 메입니다.

박성우: 북한 보천군에서 반정부 전단이 발견됐다는 소식도 있었죠. 김정은의 유일 영도에 대한 반발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인데요. 어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의 항일혁명 유적지라고 하는 보천보에서 ‘김정은을 타도하자’는 내용의 종이 전단, 즉 삐라가 살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14일 자유아시아방송은 “보천군 보천시장가 길목에서 지난달 20일 ‘김정은 타도하자’라는 글이 적힌 종이 삐라가 살포됐다”면서 “중앙에서 파견된 ‘중앙당 검열 그루빠’가 군당위원회에 진을 치고 엄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양강도 혜산시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이른바 ‘항일의 최고 성지’라고 부르는 바로 그 보천보에서 김정은 타도 삐라가 발견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이는 북한주민들의 의식이 저변으로부터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로, 북한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저항하고 있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어 주목됩니다.

박성우: 최근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살펴봤는데요. 17일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다시 말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지 5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죠. 요즘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김정은 집권 5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부원장님께서는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이번주 토요일은 김정일 사망 5주면, 김정은 집권 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김정일이 사망하고 젊은 김정은이 집권을 하면서 북한주민들은 그래도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이 김정일보다 나을 것이라며 희망을 가졌죠. 그러나 김정은이 집권해서 지난 5년 동안 한 일이라고는 핵과 장거리 로켓 실험, 청와대 습격훈련 등 각종 군사훈련 참관, 평양의 특권층들을 위한 문수물놀이장과 김 부자 동상 건설, 김일성의 사위이자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 등입니다.

프랑스 포도주 10병을 스위스 치즈를 안주로 밤새껏 마시고, 만취해서 나이 든 북한군부의 실세들에게 반성문을 온밤 내내 쓰게 하고, 김일성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자동포탄과 방사포탄, 미사일들을 하늘로 날려 보내며 어린이처럼 김정은이 좋아하는 사이 북한 어로공들은 울릉도 먼 바다까지 밀려와 굶어죽고 바다에 빠져죽고 함경북도 북부의 주민들은 수해로 모든 것을 잃고 맹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이런 상반되는 모습들이 김정은 집권 5년의 자화상입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북한사람들이 용감하게 일어나 보천보 같은 엄중한 감시가 있는 곳에서도 반체제 삐라를 뿌리는 등 체제에 저항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성우: 북측 당국은 김정일 사망 5주기를 맞이해 관영 매체를 총동원해 추모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볼 때 지난 5년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