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습니다. 37년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평범치 않은 한 주가 지나갔네요.
박성우: 김정일 시대의 막이 내렸습니다. 먼저, 지난 37년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김정일은 1973년에 정권을 잡았습니다. 지난 37년을 평가해 보면 이렇습니다. 1973년 당시 북한 경제는 먹고 사는 문제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후계자가 되면서 김일성 우상화에 막대한 국가적 재부를 쏟아부었죠. 군사 제일주의와 김정일 위대성 외교, 그리고 선전 외교에 막대한 외화를 탕진합니다. 경제를 재건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이후 ‘선군사상’이라는 걸 내놓고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온 국가적 힘을 쏟아부었죠.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고난의 행군’ 때 굶어 죽었습니다.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권력을 넘겨줬을 때 북한은 거의 정상적인 나라였다고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현재 북한은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보다 더 가난한 나라가 됐습니다. 이게 김정일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시대가 시작됐는데요. 정권 내부의 권력 투쟁 가능성은 없는지요?
고영환: 김정일은 사회주의 역사상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을 강행했는데요. 3대 세습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왕국 말고는 없어요. 저는 김정은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아요. 배급은 다 끊어졌지요. 일반 경제는 거의 파탄 상황입니다. 사람들은 장마당에 의존해서 살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경험이 없고, 아직 주관이 없고, 어떤 정책을 결정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권력 기반이 굉장히 취약하다는 점을 말씀드릴 수 있고요. 게다가 고모부 장성택이 옛날 김영주(김정일의 삼촌)가 그랬던 것처럼 (김정은에게) 권력을 다 만들어서 준 다음 자강도 같은 곳으로 정배살이(귀양살이)를 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추도 기간은 그냥 지나가겠지만, 당과 정부, 당과 군대 간부들 사이에 밀고 당기기가 벌어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장성택과 김정은의 갈등을 점치는 사람도 많은데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장성택 당 행정부장은 오랫동안 2인자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예전에 김정일이 후계자가 됐을 때 김영주가 어떻게 숙청되는지를 잘 지켜봤죠. 그래서 소위 ‘김영주 효과’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권력을 만들어서 넘겨주면 자신이 숙청 1호가 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말이죠. 이 때문에 우선 북한이라는 국가체제가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김정은을 수반으로 하고 옆에서 지지를 모아 끌어나가겠지만, 일정한 상태에 이르게 되면 장성택은 김정일과 권력 투쟁을 꼭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또 한가지 사람들 굉장히 궁금해하는 게 있습니다. 북한이 군사 도발을 벌일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현재 북한은 아주 안정된 분위기에서 장례를 치르고 싶어 합니다. 장례를 조용하게 치르려면 내부적 안정이 절대적이거든요. 지금까지 신처럼 북한 인민들 위에 군림하면서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던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권력의 공백이 생겼습니다.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만약 무슨 사건이 생기면 체제 자체가 위험에 빠지거든요. 그래서 북한이 외국의 조문 사절도 받지 않겠다고 한 거죠. 만약 이런 위험한 시기에 북한이 지난해처럼 연평도 포격 도발이나 천안함 사건 같은 것을 일으킨다면, 한국이 가만 있지 않고 반드시 대응 타격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 체제가 한 방에 날아갈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앞으로 적어도 몇 달 동안은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지금 북한은 초상이 난 상태입니다. 그리고 온 나라 사람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정신이 없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무척 춥기도 하고, 배가 고프기도 합니다. 아주 힘든 때를 보내고 있는 거지요. 이럴 땐 차분하게 지켜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고요. 또 국제사회가 차분하게 북한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추도기간이 끝나면 우리는 북한이 선군사상을 고집하지 말고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나올 수 있도록, 그리고 중국처럼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해서 인민이 춥지 않게 겨울을 보내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경제 정책을 우선시하도록, 북한의 새 지도부가 그러한 정책을 취하도록 도와주는 게 국제사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실장님께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접하셨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무엇이었습니까?
고영환: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었는데요. 북한 인민이 정말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그러니까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세상이 한걸음 성큼 다가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평양에 가볼 날이 그다지 멀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우리 2천만 북녘 동포가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세상, 그리고 끼니 걱정하지 않고 땔감 걱정하지 않고 정말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상당히 다가왔겠구나, 이런 느낌이 가장 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에 있는 일반 주민들과 간부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고영환: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평양 모습은 거의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죠. 정말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지금 북한 텔레비전에 비치는 북한 사람들을 보면 진정으로 슬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습니다. 물론 방송 카메라를 갖다 대면 울고 그러는데요. 이건 겉으로 슬픔을 표시해야지 신변이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고요. 현재 2만3천명의 탈북자가 남한에 와있는데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북한 주민의 거의 절대다수가 김정일의 사망을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일반 주민에게는 어떤 희망이 생기는 계기인 듯하고요. 북한의 권력을 쥐고 김정일 밑에서 잘 먹고 잘 살던 고위급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겠지요. ‘이 체제가 무너지지 않겠나, 오래갈 수 있겠나’ 이런 불안감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혹시 김정은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고영환: 저는 정말 선군사상은 유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소련이 핵무기가 없고 장거리 미사일이 없어서 무너진 게 아니거든요. 사람들이 배불리 먹지 못했기 때문에 소련이 무너진 겁니다.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쳤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박성우: 지금 저와 대담을 하고 계신 분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일하셨던 고영환 선생입니다. 오늘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으신 것 같은데요. 아마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모두가 같은 심정일 듯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