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미북관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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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 영화 제작사에 대한 북한의 인터넷 공격으로 인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오늘은 2014년 ‘시사진단 한반도’ 마지막 방송인데요. 원래는 10대뉴스를 정리해볼까 했는데, 이 사안을 다루지 않을 수가 없게 됐죠. 영화 한 편에 대한 북한의 엉뚱한 반응 때문에 2015년 미북관계 전망이 불투명해졌습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요?

고영환: 미국 영화를 보신 일부 청취자들께서는 아시겠지만, 미국에는 ‘소니 픽처스’라는 영화 제작사가 있습니다. 이 영화사가 김정은과 북한을 다룬 일종의 희극영화 ‘더 인터뷰’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은 여러 번 방송을 통해 청취자분들께 전해 드린 적이 있죠. 그런데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북한이 격렬하게 비난하더니 급기야는 소니 영화사가 해킹당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 해킹 사건이 있은 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고, 이에 북한이 미국을 ‘본토공격’한다고 하면서 미북관계가 더욱 안갯속으로 들어가는 형국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1987년에 대한항공기를 폭파하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였다가 2008년 북한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해제해 주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소니 영화사 해킹사건이 생긴 직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한다고 하면서 미북관계는 더 악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영화사 한 개가 영화를 만들고 말고 하는 문제가 무엇이 그리 대단한 일이기에, 북한이 ‘최고존엄’을 해치는 영화를 개봉할 경우 영화사고 뭐고 다 날려버리겠다고 위협을 가하고 종당에는 영화사를 해킹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미국이 격분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북한이 그토록 수 십년 동안 애를 쓰며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풀려나려고 하였는데 희극영화 한 편 때문에 그토록 공들인 일이 수포로 돌아가게 생긴 것이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은 오바마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경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북한을 버리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2015년 미북관계 개선은 일단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왜 이렇게 됐나요?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그 과정을 짧게 소개를 해 주시죠.

고영환: 소니 픽처스라는 미국 영화사가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더 인터뷰’를 만들면서 지난 6월 25일 영화 예고편을 공개하였습니다. 북한은 당일 외무성을 통해 이 영화의 상영은 “노골적인 전쟁행위”라고 비난했죠. 그러던 중 지난 11월 영화사 컴퓨터 시스템이 해킹을 당하였고 영화사 임직원 신상정보 등이 공개되었습니다.

지난 12월 19일 미연방수사국(FBI)은 소니 픽처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북한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발표하였고,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비례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죠. 그리고 지난 23일 북한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미국은 북한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공격을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대응 옵션이 무엇인지 세세하게 밝히지 않을 것이며, 언론 보도들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청취자들을 위해 영화 내용에 대한 설명을 조금만 더 해 보죠. 이 영화는 미국 기자들이 김정은을 취재하려고 북한에 들어갔다가 좌충우돌하는 희극 장면들을 담았고 종당에는 김정은이 암살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세계에서는 하루에 수백편의 영화가 제작되고 있습니다. 영화들에는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다는 내용도 있고, 쿠데타가 일어난다는 설정을 한 영화도 많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영화를 재미로, 취미와 문화 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오직 북한만이 영화에 정치색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에 대한 영상이나 언급이 나오면 ‘최고존엄’ 훼손이라면서 극렬하게 반응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더 인터뷰’도 북한이 반발하지 않고 영화사를 해킹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상영된 후 며칠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그렇고 그런 영화의 하나였을텐데, 북한이 미국 본토공격이니 뭐니 하면서 반응을 하니 많은 세계 사람들이 ‘도대체 이 영화가 무엇이기에 그러냐’, ‘북한이 미국이 만드는 영화도 검열하느냐’면서 반발하고 영화에 대한 호기심도 커졌습니다. 그러니 영화는 영화대로 흥행하게 되었고, 미국에서는 영화사에 대한 북한의 해킹 사건이 일어나니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박성우: 2015년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여전히 안갯속이고, 그렇다면 북한은 탈출구를 찾아야 할 텐데, 그 노력의 일환으로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전망이 있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고영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대독전승기념일 행사에 김정은을 초청하였다고 지난 19일 크렘린 궁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만일 김정은이 내년에 러시아에 가게 된다면, 3대 후계자가 된 이후 첫 외국 방문이 성사되는 셈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대독전승기념일 행사에 참여하라고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 대통령들에게 초청장을 보냈고,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초청했습니다.

문제는 러시아의 대독전승기념일 행사에 북한의 국가 지도자가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을 먼저 방문하지 않고 러시아에 먼저 가는 것도 이상한 일이죠. 이런 이유들을 들어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최근 최룡해가 러시아를 특사 자격으로 방문을 하였고, 중국과 미국 등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김정은이 러시아를 돌파구로 삼아 국제무대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김정은이 내년 5월 9일 대독전승일에 맞추어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은 개별 방문을 통하여 자신의 러시아 방문 성과를 극대화하려 할텐데, 대독전승일 행사에는 수백명의 국가 및 정부 수반들이 오고 그래서 혼란스러운데 신변안전에 그토록 신경을 쓰는 김정은이 그 복새판에 가겠는가 하는 문제가 하나 있고, 행사장에 가면 푸틴과 만나봐야 그 시간이 수십 분이겠는데 그런 방문을 하겠는가 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승기념일을 전후하여 단독으로 갈 생각은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행사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2015년 들어서 또 하나 지켜볼 대목은 북한의 쿠바에 대한 대응입니다. 쿠바가 북한을 배신했다고 생각할법한 일이 생겼기 때문인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7일 ‘미국은 대쿠바 관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역사적인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하면서 케리 국무장관에게 즉각 쿠바와의 외교관계 정상화 협상을 진행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쿠바 정부도 이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따라서 지난 1961년 이후 단절되었던 미국과 쿠바가 외교관계를 빠른 시일내에 정상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미국에 적대시 정책을 취해 왔던 베트남, 미얀마 같은 나라들이 개혁적인 조치들을 취하자 해당 나라들에 가해왔던 제재조치들을 풀고 그 나라들과 이미 외교관계를 정상화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란과도 핵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들은 시리아, 수단, 이란, 쿠바 등입니다. 미국이 이란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쿠바와는 외교관계가 곧 맺어질 판이니 미국을 적대시하는 나라는 현재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수단, 그리고 북한 정도입니다.

사실 쿠바와 북한은 이전부터 ‘쿠바는 사회주의의 서방초소 국가’, ‘북한은 사회주의 동방초소 국가’라고 부르며 형제 이상의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런 쿠바가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으면 북한만 외톨이로 남는 셈입니다. 북한 간부들은 ‘너희 쿠바까지 우리를 배신하느냐’, ‘우리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이런 질문들을 속으로 할 것입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제의 적이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는 것이 세계 정치이고 외교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개혁, 개방을 하고 미국과도 외교관계를 맺거나 맺으려고 하는데, 북한만이 희극영화 한 개가 존엄을 해친다면 미국을 공격하고 반격을 받고 있으니 참으로 안쓰럽습니다.

박성우: 올 한 해 북한과 관련한 수많은 일이 있었는데, 시사진단한반도의 대미를 희극영화 ‘더 인터뷰’와 관련한 소식이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긍정적인 뉴스를 많이 전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위원님, 지난 한 해 동안 수고하셨고요. 새해 첫 째 주말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