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2017년 한 해를 전망해 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전세계가 주목하는 문제부터 다뤄보죠. 2017년도 한 해 동안 북한의 핵 문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2017년 초반에 6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핵무기의 실전 배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선 북한은 한편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와 협상을 기대하고 평화 공세에 주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도발을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트럼프 신 행정부의 진용이 정비되기 전인 내년 상반기를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기술을 완성할 수 있는 호기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특히 핵탄두 모형을 탑재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탄도미사일 제조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노림수는 명백합니다. 가급적 조기에 핵무기 실전 배치를 완성하고 핵실험 중단을 선언하면서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대화와 핵군축 회담을 진행하여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손에 쥐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의 대내외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로는 김정은 생일인 내년 1월 8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일인 1월 20일, 김정일 생일 75주년, 김일성 생일 105주년 등입니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핵 도발로 제3차 핵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핵 도발로 긴장이 극도로 고조하여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을 ‘북핵 위기’로 규정한다면 2017년은 1993년, 2002년에 이은 3차 위기가 찾아오는 해로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북한의 노골적 핵 위협이 북한의 바람과는 다르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 대응을 유발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북한을 굴복시키도록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자체적으로는 대북 선제타격론을 제기하는 등 대북 강압 외교를 전개할 것으로 보는 분석가들이 다수를 이룹니다. 내년도에 북한은 핵문제를 가지고 올해보다 미국에 더 큰 도발을 할 것이고, 이 경우 미국이 강경한 대응을 할 것이며, 이것이 연쇄적으로 북한 체제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정치 분야도 짚어 보겠습니다. 뭘 주목하면 될까요?
고영환: 2017년은 김씨 일가의 생일 기념일들이 정주년으로 이어지는 해로 북한은 이를 체제 결속의 계기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내년도에는 김정은 생일, 김일성 생일, 김정일 생일, 김정숙 생일 등의 정주년들이 연이어 있습니다. 김정은은 원래 1984년생이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정주기를 맞추기 위해 1982년생으로 조작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북한은 연초부터 ‘백두산 위인 칭송 국제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이른바 ‘백두 혈통’의 위대성을 집중 선전함으로써 김정은을 ‘수령’의 반열에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백두산 위인 칭송 대회’를 통해 김정은의 탄생 의미와 ‘애민 정치’를 최대한 부각하려 들 것입니다. 북한은 광명성절에는 백두밀영 축포행사 등을 열고 태양절에는 열병식과 군중시위 등을 대규모로 개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은은 겉으로는 이른바 ‘애민정치’를 내세우고 내부적으로는 고위급 인물들에 대한 처형 통치를 확대하면서 충성경쟁을 유도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2인자로 급부상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최고위 간부들도 ‘제2의 채문덕’, ‘제2의 장성택’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내년도에 주목해 볼 사안입니다.
박성우: 이번엔 경제 분야를 살펴보죠.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고영환: 북한은 2017년도에 7차 당대회와 5개년 경제전략에서 중점 과제로 언급한 에너지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경제 선행 부문과 기초 공업 부문을 정상궤도에 올려세우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민생활을 위한다며 농업 생산 증진과 경공업 생산 정상화에 집중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북한은 내년에도 대북제재 무용론을 과시하기 위한 ‘민생용’ 광물 및 석탄 수출과 피복을 비롯한 각종 임가공 수출에 힘을 집중하면서 관광 상품 개발과 인력 송출 증가를 통한 외화 벌이에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대북 제재와 남북 경제협력의 단절로 장마당의 활성화 및 확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장마당 활성화는 북한 주민의 생활 안정에 기여하며 민심을 다독이는데 일정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 당국의 묵인은 계속될 것입니다. 북한은 경제 활성화와 주민 생활 안정화를 위해 시장 확대를 체제유지 차원에서 활용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엔의 석탄 수출 상한제 도입과 동‧아연 수출 금지로 인해 대량살상무기 관련 자금 조달과 군대의 유지에서 어려움은 더욱 증가하고 중북 국경에서의 석탄 밀수 행위 증가는 시장의 활성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성우: 북한의 사회 분야는 2017년 한 해 동안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고영환: 북한은 내년 김정일 생일 75돌을 비롯한 각종 정주년 기념일들을 맞아 ‘우상화’ 사상교육과 선전활동을 강화함으로써 김정은 중심의 단결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은은 사회 전반에서의 의식주 생활 개선보다는 평양과 같은 일부 지역 및 당, 정, 군 간부들에 대한 선물 통치를 지속할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외부사조 유입에 강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장마당과 한류를 비롯한 외부 사조에 노출된 청년층에 대한 교양과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8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27일 한국 기자들과 가진 회견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은 북한 주민들이 없다고 할 정도라고 밝힌 것처럼 외부 세계와 한국 정세에 목말라하는 북한 주민들을 통제로만 막을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2017년도 미북관계, 그리고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평화협정 논의 과정 자체가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인식하고 평화협정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핵 보유를 전제로 한 체제 보장과 대북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대미 평화협정 공세를 강화하려 들 것입니다. 북한의 도발에 맞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내년도 남북 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즉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상반기에는 북한이 6차 핵실험,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국지적 군사도발 등 ‘위기의 상승’을 초래하여 한반도의 불안정이 점차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반기에 들어서 김정은 정권은 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조정이 마무리 된 이후 ‘미북 대화’ 추진을 위해 남북대화 제기를 비롯한 ‘위장 평화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대미 접근을 위한 환경 조성 차원에서 대남 평화공세를 추진하면서 충격요법식 대남 도발을 병행하는 ‘화전양면’ 전술을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2017년 역시 남북관계가 어려운 한 해로 될 것으로 전망되나 청취자 여러분 희망과 꿈을 가지십시오. 올해 한 해 고마웠습니다.
박성우: 올해와 마찬가지로 2017년 한 해도 상당히 숨가쁘게 시간이 지나갈 것 같은데요. 내년 이맘때 ‘시사진단한반도’ 방송을 할 땐 한반도 상황이, 특히 북핵 국면이 좀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새해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이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