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새경제관리체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조명해 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북, ‘새경제관리체계’ 중국식 개혁경제 모방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네,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6.28 새경제관리조치’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죠. 얼마 전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새경제관리체계’와 관련한 보도를 내보냈는데요. 한국에서는 북한의 ‘새경제관리체계’에 대해서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주민들 사이에선 반응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취재된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일단은 북한의 ‘새경제관리체계’가 한국에는 매우 민감한 문제인지 몰라도 북한주민들에게 있어서는 몇 차례의 가슴 아픈 과거를 추억케 하는 불쾌한 일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체제하에서 실패한 경제개혁을 이제 시작에 불과한 김정은 정권이 과연 해낼 수 있는가? 이런 의문을 많이 가지고 있고 애초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과거 북한이 2002년에 시도했던 ‘7월1일 경제관리체계’, 그리고 2010년 말에 강행한 ‘화폐개혁’ 이런 거에 대한 나쁜 기억들, 나쁜 경험이 남아 있어서 그런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이 이번 ‘새경제관리체계’가 그때처럼 실패하고 사회에 큰 불안을 줄 수 있다는 공포감을 떨쳐 낼 수가 없다는 거죠.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자, 하나하나 좀 되짚어 보죠? 며칠 전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보도한 것처럼요. 배급제와 국가생산계획도 포기한다라는 건데 이거 정확한 거죠?
문성휘 : 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북한은 ‘새경제관리체계’를 시행하면서 배급제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간부강연회나 근로단체동맹원들의 해설모임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이제부터는 일체의 식량배급이 없다. 사무원(국가공무원)들도 ‘식량판매소’에서 노동자들과 꼭 같이 사먹어야 한다” 이렇게 알려줬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사무원이라면 한국에서 말하는 국가공무원이지 않아요? 그럼 국가공무원들에게도 배급을 주지 않는다. 이거죠?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최근 북한의 대학생 소식통들로부터 새롭게 들은 바로는 국가기관 사무원들에 한해서도 배급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예하면 교원이나 보건일꾼들, 당, 행정기관 간부들도 이제부터는 국가예산으로 받는 월급을 가지고 식량판매소들에서 쌀을 사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신 북한은 국가식량기관들과 주변 협동농장들, 개인들이 마음대로 식량을 판매할 수 있는 ‘식량판매소’, 한마디로 말해 쌀 시장을 각 지방마다 개방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러니까 지난번에 우리가 보도했을 때는 교원이나 보건일꾼, 또 당이나 행정 간부들은 배급을 그대로 받는다.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고 이 사람들도 월급을 받아서 ‘식량판매소’에서 쌀을 사먹어야 된다. 이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다만 북한 당국은 영예군인(상의군인), 사회보장자, 연로보장자들에 한해서만 그들이 받는 보장연금에 따라 식량을 낮은 가격으로 팔아준다는 겁니다.
박성우 :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한국에서 시행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제도와 비슷한 것을 내온다. 이거군요?
문성휘 : 네, 기초생활수급자 제도와 비슷합니다. 또 이미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이 보도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생산기업소들도 국가계획을 따로 받지 않고 자신들의 능력과 수단에 맞게 상품을 만들어 팔아서 노동자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 생산을 못하는 능력 없는 기업소 간부들은 가차 없이 해임한다는 거고요. 개인들이 마음대로 기업을 차리거나 투자를 하는 행위들은 국가가 엄금한다는 겁니다.
특히 기관산업, 예하면 철도나 광산, 발전소와 같은 시설들도 주민들의 불편이 없게 철도운영과 전력생산을 보장해야 한다는 건데요. 대신 전기라든지, 석탄을 국제적인 유통가격에 맞춰 필요한 공장기업소들에 직접 팔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겁니다.
이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북한의 ‘새경제관리체계’가 중국의 개혁개방과 아주 닮았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어떤 측면에서 그렇습니까?
문성휘 : 네, 중국도 개혁개방을 시작할 때 ‘개혁개방’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생산책임제’라고 말을 썼거든요. 북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새경제관리체계’라고 말을 하지만 ‘경제개혁’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내부 혼란과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개혁개방의 초기단계로 무난히 진입하자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보건부문하고요. 교육부문도 일정하게 개혁을 한다는 말이 들리더라고요. 이건 어떤 내용입니까?
문성휘 : 네, 일단은 이건 ‘새경제관리체계’와 관련한 강연회에서는 나오지 않은 내용이라고 합니다. 현재 북한의 대학생들과 교육기관 간부들 속에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는데요.
내년 4월 1일. 새 학년도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소학교, 한국으로 말하면 초등학교죠. 지금까지는 소학교가 4년제였는데 내년도부터는 소학교를 5년제로 바꾼다는 겁니다. 대신 6년제였던 고등중학교는 3년제 중학교와 2년제 고등학교로 분리시킨다는 겁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북한 대학생들은 앞으로 무상교육을 없애기 위한 사전조치가 아니냐는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무상교육이 없어지는데 대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박성우 : 오,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 지금까지는 무상교육을 빙자해 학교운영의 일체 자금, 지어 땔감마저도 학생들이 다 부담해야 했는데 무상교육을 없애고 월사금을 내고 공부를 하게 되면 그런 일체 사회적인 부담을 학생들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성우 : 그럴 수도 있겠군요.
문성휘 : 네, 그리고 보건부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는 병원 내부에 약국이 있어 의사가 처방한 대로 무료로 약을 타왔는데 앞으로는 병원에서 약국을 없앤다는 겁니다.
박성우 : 병원에서 약국을 없앤다.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것이고 병원밖에다 약국을 만들겠다. 이런 거 갰군요?
문성휘 :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의사가 진료와 진찰만 무료로 하고 의사의 진단에 따라 앞으로 환자는 약국에 가서 약을 사먹어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감기약이나 설사약과 같은 일반 약품들은 개인이 제 돈으로 사먹어야 하지만 부득이한 입원환자나 또 암이나 다른 불치병에 대해서는 국가가 돈을 받지 않고 무상으로 치료를 해 준다는 겁니다.
박성우 : 아, 그러니깐 싼 약은 직접 돈을 내고 사먹어라. 대신 비싼 약은 국가가 무상으로 주겠다. 이런 말이겠군요?
문성휘 : 네.
박성우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자, 그리고 농업부문 이거 또 한 번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서 농업부분에 대한 개혁조치에 대해 일정부분 보도가 됐었는데요. 그 외에 더 다른 소식 들어 온 게 더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일단은 지난번에도 나왔지만 생산물은 당국이 7, 농민들이 3으로 나눈다는 것이 맞고요. 10월 1일부터 분조관리제를 실시하는데 최소인원은 2명부터 6명까지로 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가족제로 운영한다는 거죠. 만약 두 가족이 합치는 경우에는 자신들이 받은 땅을 개별적으로 나누어서 관리하는 것도 허용이 된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정리해서 말하자면 분조라고 하지만 그 속에서 또 땅을 나눌 수 있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농업생산물에 한해서는 기존처럼 가장 농사가 잘 된 밭을 기준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해당 농장, 또 해당 밭에서 5년 동안 생산된 수확량의 평균값을 계산해서 받아낸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오, 이건 아주 큰 차이인데요.
문성휘 : 그렇습니다. 또 자신들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재해를 입어 생산량을 미달했다고 해도 반드시 생산물에서 30%는 농민들의 몫으로 남겨둔다는 겁니다.
박성우 : 이건 농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자기들한테 득이 되는 내용 아닙니까? 그러면 주민들도 좀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문성휘 : 네, 물론 그래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북한주민들의 경우 과거에 워낙 많이 당했기 때문에 ‘새경제관리체계’에 대해서도 부정적입니다. 대부분 올해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농업개혁을 지켜보자. 이런 태도라는 건데요.
공장기업소들도 지금부터 ‘새경제관리체계’를 시행해도 된다고 했음에도 과거의 실패사례들이 있어 걱정들이 크다고 합니다. 일단은 농업개혁이 진행되면 그 성패를 지켜보면서 공장기업소들도 적극 발 벗고 나설 것 같다는 판단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박성우 : 네, 말씀하십시오.
문성휘 : 이 북한대학생들 속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을 가리켜 등정은.
박성우 : 등정은?
문성휘 : 네, 한마디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성공시킨 등소평의 성을 따서 ‘등정은’이라고 부른다는 겁니다. 또 일부에선 조선(북한)의 등소평이라고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주장했습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개혁다운 개혁을 해서 북한 주민들의 먹는 문제, 식의주 문제만큼은 좀 해결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정말 중국의 등소평 같이 역사에 남는 인물이 될지 이걸 지켜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