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신묘년 새해 축하합니다.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 순서입니다. 최근의 북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다가오는 김정은 생일을 준비하느라 주민들의 설 명절공급마저도 중단했습니다. 새해 첫 전투로 거름생산에 주민들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 북한 당국이 몇 푼어치의 선물을 구실로 주요 건설장에 징집된 돌격대원들을 장기간 붙잡아 두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 상태입니다.
1. 김정일, 김정은 생일에 설 명절마저 빼앗겨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지난해였죠? 화폐개혁으로 북한 주민들이 엄청난 고생을 겪지 않았습니까?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우는 작업도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는데 새해에 기대되는 특별한 변화가 있습니까?
문성휘 : 북한을 주시하고 있는 외부세계에서 참 다양한 추측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의 경우를 보면 김정은 후계구도를 놓고 그동안 북한의 변화에 대해 말을 아껴오던 진보적인 인사들도 대부분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서지 않았습니까? 또 남한의 진보 진영에서 사실상 금기로 여겨오던 북한의 체제변화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CNN의 전 아시아담당 수석기자 마이크 치노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되고 셋째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을 승계하는 계획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정권이 아직 건재하다는 판단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외부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외부에서 어떻게 평가하든 식량문제를 비롯한 생활난이 지속되면서 후계자 김정은을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피로감은 높아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성우 : 지금까지는 설날이 되면은 ‘명절공급’이라고 하는 특별공급이죠? 주민들에게 며칠 분 배급을 풀어준다든지, 또 술이나 식용유 같은 것도 조금씩 공급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올해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문성휘 : 네, 새해를 맞으며 다양한 북한 주민들과 전화연계를 가져 보았는데요. 올해 설에는 해마다 유지되던 ‘명절공급’이라는 것마저 없어졌고요. ‘명절공급’도 없으니 주민들의 사기도 당연히 예년 같지 않다고 해요. 아직까지도 화폐개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민들이 참 우울한 설 명절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 아무리 어려워도 평양시만은 지금까지 명절공급이라든지 배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북한을 두고 ‘평양공화국’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평양시민들 마저도 명절공급을 받지 못했단 말인가요?
문성휘 : 제가 금년 들어 연계를 가진 주민들이 대체로 국경지역 주민들이기 때문에 올해 평양시에서 설 명절 공급이 이루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평양시의 경우엔 술이나 기름 한 병 정도는 공급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명절공급에서 제외된 지방 주민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성우 : 북한도 최근 들어서는 양력설보다 음력설을 기본 설명절로 지정했다 이런 말을 들었거든요. 그러면 이번에 명절 공급을 중단한 것도 음력설을 위해서 그랬다 라고 해석해도 되지 않겠는지요?
문성휘 : 제가 연락을 가진 함경북도 소식통들은 이번 설 명절 공급이 중단된 이유에 대해 김정은의 생일준비 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습니다.
박성우 : 아, 김정은의 생일이 1월 8일이니 당장 코앞이다. 그래서 생일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소리네요?
문성휘 : 네, 3남 김정은의 후계자 지위를 굳히느라 골몰하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있어서 김정은의 생일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겁니다. 김정은의 생일을 맞으며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주민들에게 식량배급이라든지, 술이나 기름 한 병씩이라도 안겨주면 당연히 좋아 할 것이고요. 그런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주민들의 환심을 사야 할 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런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면 음력설에도 ‘명절공급’을 못해주는 게 아닐까? 왜냐면 음력설 밑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이 아닙니까?
문성휘 : 네, 그런 사례들이 많았어요, 지금까지… 음력설에 (명절)공급을 안하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에 몰아주고 이런 일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북한 주민들의 반발이 큰 겁니다.
이번 설 명절을 맞으면서 북한은 시내 가는 곳마다에 ‘수령복, 장군복, 대장복 넘친 내나라’라는 간판들을 붙여 놓았다고 하는데요. 주민들은 ‘수령복, 장군복, 대장복이 넘쳐 설 명절마저 다 빼앗겼다’는 불만으로 가득하다고 합니다.
솔직히 김정은의 생일이든 김정일의 생일이든 그건 다 그들만의 생일인 것이고 한 해 동안에 가장 기대되는 날을 꼽으라면 누구나 설명절과 자기 생일 아니겠습니까?
박성우 : 당연히 그렇죠.
문성휘 : 1월 3일에 연계를 가진 양강도 혜산시 주민도요. “다른 해에는 설날이면 기분전환이 좀 되었는데 올해는 전기도 제대로 주지 않아 텔레비전도 볼 수 없었다” 이렇게 말하면서 “길거리에도 나다니는 사람들조차 없어 너무 한산했다” 이렇게 현지의 쓸쓸한 풍경을 전했습니다.
특히 설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말부터 환율이 급등하면서 때대끼(하루벌이)로 먹고 사는 주민들은 설 명절이 진짜 고달프다고 하는데요. 땔감이 없는 집들에선 하루 종일 이불속에서 바깥구경도 못한 채 한해를 맞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도 1월 3일 아침부터 새해 첫 전투라며 모든 주민들을 거름 생산에 동원시켰는데요. 1월 3일부터 2월 15일까지는 거름생산 기간이기 때문에 모든 주민들이 매일 거름 30kg씩 주변 농장들에 바치고 확인서를 떼어 와야 한다고 합니다.
박성우 : 30kg 참 만만치 않은 량인 것 같습니다. 김정은의 생일에 아무리 명절공급을 많이 해준다 하더라도 그것을 받는 주민들의 심정이 설날만이야 하겠습니까? 기대에 부풀어야 할 주민들이 먹을 것조차 변변히 없어서 엄동설한 추위에 떨면서 설날을 맞고 있다니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2. 김정일 선물을 구실로 돌격대원들 구속시켜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소식입니다. 북한 당국이 돌격대원들에게 선물을 주고 그들이 장기간 집에 돌아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고 있다 이런 소식이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선물이기에 집에도 못 돌아간다는 겁니까?
문성휘 : 참, 기가 막힌 얘깁니다만 지난 11월 중순경입니다. 함경북도 온성군 농촌건설대에서 일하던 최씨성의 한 주민이 6.18 건설 돌격대에 갔다가 도망쳐 왔다는 구실로 온성군 보안서(경찰) 감옥에 끌려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박성우 : 군대도 아니고 돌격대에 갔다가 도망쳤다고 감옥에 갔단 말이죠?
문성휘 : 네, 요샌 다 그래요. 너무도 도망병들이 많으니깐 뭐 감옥에 넣을 수밖에 없죠. 그렇게라도 통제를 해야 하는 겁니다. 도망친 최씨 성을 가진 분도 지금 44살이라고 하는데요. 그가 감옥에서 주장하는 것이 자신은 교대하려 왔지 돌격대에서 도망친 것이 아니라고 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교대하려 왔는데 왜 도망병 취급을 당한다는 겁니까?
문성휘 : 그게 바로 선물이야기인데요. 북한 당국이 지난해 4월 김일성 주석의 생일과 6월 18일, 그러니까 6.18돌격대 창립일이죠. 그리고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을 맞으며 돌격대원들의 사기를 높여준다는 구실로 노력혁신자들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물이라는 것을 주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무슨 선물입니까?
문성휘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배려로 된 선물이라고 하는데 중국산 식기류라고 합니다.
박성우 : 중국에서 만든 밥그릇 말씀하시는 거죠?
문성휘 : 네, 밥그릇 한조(2개)와 국그릇 한조, 접시 6개, 술잔 4개를 한조(세트)로 묶은 선물이라고 하네요.
박성우 : 밥그릇과 국그릇을 선물로 준거군요?
문성휘 : 네, 기가 막힌 것은 북한 장마당들에 나가면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중국산 밥그릇과 접시들이 넘쳐나는데 값도 크게 비싼 편이 아니라고 합니다.
박성우 : 그렇겠죠. 밥그릇과 국그릇이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습니까?
문성휘 : 감옥에 끌려간 최 씨는 애초에 직장에서부터 1년간만 일하고 오면 교대를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돌격대에 나갔다고 하는데요.
박성우 : 조건부로 간 거군요?
문성휘 : 네, 하지만 정작 교대를 하겠다고 돌격대 측에 말하니 ‘장군님의 선물까지 받은 사람이 어떻게 교대할 수 있느냐?’ 이렇게 단방에 거절당했다는 거죠.
박성우 : 참, 그 밥그릇이 큰 빚이 된거군요?
문성휘 : 그러기나 말입니다. 돌격대 측에서 거절당한 최 씨는 스스로 집에 돌아왔고 ‘약속한 시간을 지켰으니 교대시켜 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직장에서도 약속한 바가 있으니 교대시켜 주려고 했고요. 그런데 돌격대 쪽에서 도망병으로 온성군 보안서에 통지해 버렸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김 위원장의 선물까지 받고 도망친 것으로 돼서 문제가 복잡해 진거죠.
박성우 : 그래서, 어떻게 처리됐습니까?
문성휘 : 1년간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기로 하였는데 다행히 아내가 살던 집을 팔아 보안서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었고요. 최 씨는 다시 돌격대에 가고 집을 잃은 최 씨의 아내와 자식들은 새별군 농촌에 있는 친정집으로 갔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참, 세상에 정말 별 일이 다 있습니다.
문성휘 : 그저 한마디로 노예 살이죠. 문제는 6.18돌격대나 평양시 돌격대에 그런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원치도 않는 눅거리(싸구려) 선물 몇 가지 때문에 장기간 집에도 못가고 돌격대에 잡혀 노예 살이를 강요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돌격대에 끌려간 본인도 고달프겠지만 집을 팔아야만 했던 아내와 자식들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새해 첫날부터 아주 우울한 소식이군요. 문성휘 기자,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