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자금 부족으로 김정은 생일 전면 취소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발간한 2011년 달력. 김정은의 생일(1월 8일)이 평일로 표기돼 있다.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발간한 2011년 달력. 김정은의 생일(1월 8일)이 평일로 표기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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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최근의 북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후계자 김정은의 생일을 국가적인 명절로 선포하지 않은 것은 선물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 백주에 강도질을 당한 한 농촌부부를 양강도 혜산시 장사꾼들이 도와준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주민들 속에 잔잔한 감동이 일고 있습니다.

1. 자금 부족으로 김정은 생일 전면 취소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지난해 9월 23일이었죠. 노동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이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에는 북한 당국이 축포놀이까지 벌리면서 후계자 선전에 열을 올렸는데요. 그런데 후계자 김정은의 생일인 올해 1월 8일에는 주민들에게 휴식조차 주지 않았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어찌 된 일입니까?

문성휘 : 네, 북한 당국이 당초 예상했던 바와는 달리 후계자 김정은의 생일을 아주 조촐하게 치렀습니다. 얼굴조차 공개되지 않았던 지난해 1월 8일에는 주민들에게 휴식도 주고 충성의 노래모임과 각종 기념행사들도 진행했는데요. 올해 1월 8일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화되고 나서 처음 맞는 생일이기 때문에 여론의 관심이 적지 않았습니다.

박성우 : 그랬었죠.

문성휘 : 하지만 북한에서 새로 나온 2011년 달력에는 김정은의 생일을 명절로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를 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문제에 있어서 속도조절을 하지 않나, 후계자 문제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냐? 이런 논란이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까지 북한의 모든 언론매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현지시찰을 하고 있는 김정은의 사진을 연속적으로 편집해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새해 들어 김정은의 동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다 이번 생일까지 조촐하게 처리되면서요. 김정은의 후계구도에 빨간불이 켜지지 않았나 하는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북한 내부에서도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논란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박성우 : 네, 여태껏 선물정치로 측근들을 휘어잡고 민심을 끌어 모으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치행태에 비추어 보면 정말 이번 김정은 생일 많은은 의문을 던져주고 있는 게 사실인데요. 북한 주민들은 이날을 어떻게 보냈다고 합니까?

문성휘 : 우선 지난해 말부터 김정은의 생일을 맞기 위한 준비가 요란했는데요. 각 도 예술단들과 기동예술 선전대, 그리고 공장 기업소마다 ‘충성의 노래모임’과 경축공연 준비로 북적거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새해 들어와서 그러한 행사준비가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고요.

지난 7일에는 김정은의 생일을 평범하게 보내라는 지시까지 내리면서 대부분의 공장, 기업소들은 휴식을 못하고 평일처럼 일을 했다고 합니다. 김정은의 생일을 맞아 간부들에게 선물을 준다든지 주민들을 상대로 한 명절공급도 전혀 없었다고 하고요. 상부에서 특별한 지시가 없었음에도 일부 간부들은 자신들의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해 자체로 노래모임과 체육경기를 진행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이 토요일이었습니다. 북한에서 토요일은 생활총화와 학습, 강연회를 진행하는 날이 아닙니까? 겉으로는 평범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날 진행된 간부강연회들에서는 김정은의 위대성 선전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강연회 출연자들이 “나라가 어려움을 겪는 때에 어떻게 내가 한가하게 생일이나 쇠고 있겠냐” 이렇게 김정은이 직접 자신의 생일 놀이를 취소시켰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나라가 어려움을 겪는 때에 어떻게 한가하게 생일을 쇠겠냐’, 맞는 말이긴 하죠. 그런데 최근에 김정은이 자신을 위해 별장을 짓는다는 보도가 있지 않았습니까? 지금 요란하게 건설 중인 김정은의 별장들을 보면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르지 않는가 이런 느낌입니다.

문성휘 : 네, 인민생활을 그렇게 진심으로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수억 만금을 들여 건설하고 있는 자신의 별장부터 중단을 시켜야겠죠. 그래서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이 ‘김정은의 생일을 명절로 지정하지 못한 배경이 뭐냐?’ 이런 걸 놓고 논란이 뜨겁다는 겁니다.

박성우 : 논란의 가닥은 어떻게 잡혀가고 있습니까?

문성휘 :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의 판단과는 조금 다릅니다.

박성우 : 어떻게 다릅니까?

문성휘 : 한국의 경우는 북한 전문가들이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가 양호해지면서 후계자 구축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은 현재 북한당국이 처한 경제 사정을 먼저 꼽고 있습니다.

박성우 : 경제 사정 때문에 김정은의 생일을 명절로 지정하지 못했다 이 말씀인가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선물정치를 할 자금 문제죠, 북한은 지난해 노동당 대표자회 이후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돼지고기 1kg, 술 한 병, 식용유 1병, 러닝과 팬티, 치약, 칫솔, 뭐 이렇게 15가지 품목의 특별공급을 했는데요. 그 모든 것을 김정은의 배려로 선전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모든 무역기관들을 동원해서 무려 5달 정도나 준비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 김정은의 생일은 주민들에게 줄 명절공급 선물을 준비할 이런 시간적 여유와 자금 확보가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10월 10일 명절공급을 준비할 때에는 주민들을 동원해 약초를 캐고 산나물을 뜯어 바치도록 해서 자금을 마련했는데 지금은 겨울철이어서 그러한 돈줄이 말라 버린 상태이고요.

지난해 김정은의 생일과 관련해 주민들에게 특별공급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지방당국들이 이러한 사정 때문에 자금 확보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으로 북한당국은 주민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김정은의 생일을 특별한 명절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 여기로부터 불거질 후폭풍 때문에 김정은이 자신의 생일을 평범하게 보내라고 했다는 묘한 구실로 여론을 무마시키려 한다는 것이 대부분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의 판단입니다.

박성우 : 네, 올해는 설 명절 공급도 없었다고 하던데요. 북한 당국이 지난해 많은 공장기업소들이 생산계획을 넘쳐 수행했다고 선전을 했지만 경제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2. 혜산시 장사꾼들, 돈을 빼앗긴 농민부부 도와줘

박성우 : 다음 소식입니다. 한 농촌부부가 설 명절을 보내려던 돈을 강도들에게 털리는 사건이 양강도 혜산시 장마당에서 발생했다고 하던데요. 장사꾼들이 ‘십시일반’으로 명절음식들을 지원해서 이들 부부가 설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계속되는 생활난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들의 인정미는 여전히 시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문성휘 기자. 사건의 전말을 구체적으로 들어보았으면 합니다.

문성휘 : 네, 양강도 혜산시에는 장마당 앞에 가면 여름철엔 산나물과 약초를 팔고 겨울철에는 석탄이나 땔나무를 파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는데요. 이들은 모두 북한에서도 제일 가난한 극빈층들이라고 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혜산장마당에서 5~60리나 떨어진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라는데요. 매일 이렇게 산나물이나 땔나무를 팔아서 하루 먹을거리를 장만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속에는 양강도 삼수군 범포리라는 곳에서 나무를 해가지고 와 파는 젊은 부부도 있었다는데요.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썰매에 나무를 끌고 떠나면 어두운 저녁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 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 부부가 12월 31일 오후 4시경에 가지고 온 나무를 다 팔고 장마당 매대들을 돌고 있었대요. 다음날이 설 명절이라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려고 몇 푼 안 되는 돈을 들고 사탕 매대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는데요.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강도들이 아주머니가 손에 쥐고 있던 돈을 낚아채 가지고 뛰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어휴, 참 딱하네요.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문성휘 : 일단 남편이 먼저 통곡을 하며 그 자리에서 아내를 마구 구타했다고 하는데요, 주변에서 지켜보던 장사꾼들이 매 맞는 아내를 피신시켜 주었다 네요.

박성우 : 그나마 다행이네요.

문성휘 : 그런데다 마음씨 착한 사탕장사 아줌마가 아이들에게 주라고 사탕 한 봉지를 공짜로 주었다는데요. 그 광경을 본 두부장사꾼 아줌마가 두부 한모를 주었고 쌀 장사꾼들도 서로가 조금씩 모아 명절날에 먹을 수 있는 쌀을 마련해 주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 자신들도 살기 어려울 텐데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겠죠.

문성휘 : 네,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 해도 우리민족의 동정심, 서로를 아껴주는 그 착한 마음은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박성우 : 그런 착한 마음들이 하나가 되어 통일된 세상을 이루어내고 서로를 도우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자,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미담 이야기도 앞으로 많이 전해 주었으면 합니다. 문성휘 기자, 오늘 이야기를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