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북 공장, 기업소 거름 확보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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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최근의 북한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의 공장, 기업소들에서 농장에 바칠 거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집단적으로 도망친 돌격대원들을 모두 잡아들이라는 지시가 내려져 보안원(경찰)들까지 총동원되고 있습니다.

1. 거름 도둑 성행에 전쟁 치르는 기분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은 양력설을 보낸 다음날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죠. 2월 15일까지 ‘새해 첫 전투’기간으로 정하고 공장과 기업소는 물론 고등중학교 학생들까지 거름생산에 총동원시키고 있다 이런 이야기 있습니다. 올해 사정은 어떻습니까?

문성휘 : 네, 그러지 않아도 살기 힘든 북한 주민들이 요즘 거름생산 때문에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새해 첫 전투’기간에 주민들이 협동농장들에 거름을 바치고 매일 ‘확인증’을 받아오는 방식으로 총화를 지었거든요.

이렇게 되다나니 농장에서 거름영수증을 떼어주는 사람들은 거름을 일일이 저울에 떠서 받을 수가 없지 않아요? 우선 거름의 질을 보는 거예요. 일반적인 부식토냐? 아니면 짐승의 배설물이냐? 그런 거름의 질에 따라 상등급과 하등급으로 규정해서 량을 한정했는데요. 올해의 경우도 매일 어른들은 인분 50kg, 13살 이상 중학교 학생들은 거름 30kg씩 주변농장들에 바치라는 지시가 내렸습니다.

박성우 : 주변 농장이라고 하셨는데 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 겁니까?

문성휘 : 가까운 농장들은 주로 중학교 학생들이 거름을 바치도록 하는데요.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보통 10리 이상은 되겠죠?

박성우 : 아, 10리? 중학교 학생들이 매일 10리씩 되는 곳에 거름 30kg을 가져다 바치고 ‘확인증’을 떼야 한다 이 말이군요.

문성휘 : 그런데 그 30kg이 최소한도라는 겁니다.

박성우 : 거름을 바치는데도 최소한도, 최대한도가 있는 모양이죠?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어른들의 경우를 놓고 볼 때 보통 30리, 지어 50리나 떨어진 농장들에 거름을 바쳐야 하는데, 무역기관들이라든지 사법기관들, 이런 힘 있는 단위들에서는 자체로 휘발유를 구해 자동차로 실어 나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소들은 차량도 없고 또 휘발유가 없기 때문에 썰매를 이용해 농장까지 끌고 가야하는데요. 어른들은 매일 최소 50kg씩의 거름을 해당농장에 바쳐야 하는데 그것도 기준이 인분이라는 겁니다.

박성우 : 50kg이라면 할당량을 말씀하시는 건데 인분이면 사람의 배설물이 아닙니까? 왜 그걸 기준으로 하는 거죠?

문성휘 : 한마디로 인분이 비료성분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거죠. 매일 인분 50kg씩 바쳐야 하는데 인분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면 ‘삼분’이라고 하는데 ‘삼분’은 돼지나 소를 비롯해 집짐승의 배설물입니다. 이런 ‘삼분’은 ‘인분’에 비해 절반 량으로 밖에 쳐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삼분’을 바칠 때에는 하루에 100kg을 바쳐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북한은 축산업이 발전 못했으니 ‘삼분’조차도 얻기 힘듭니다. 그러면 하는 수 없이 산기슭에서 부식토를 파서 바쳐야 하는데 ‘부식토’는 인분에 비해 3분의 1로 쳐주기 때문에 매일 계획량을 하자면 150kg을 바쳐야 하는 거죠.

박성우 : 산술적으로 계산을 하면 하루에 150kg을 바쳐야 한다는 거군요. 그럼 이걸 어떻게 운반할 수 가 있습니까?

문성휘 : 운반할 수가 없죠. 무슨 기운이 뻗쳤다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150kg이나 바치겠어요? 공짜로 손에 쥐어주어도 바칠 기운이 없을 거예요. 그러니깐 어떻게 하겠어요? 부정행위가 판을 치는 거예요. 거름을 일일이 저울에 뜰 수는 없으니깐 ‘확인증’을 해주는 사람들에게 술이나 담배를 가져다주는 거예요. 그러면 30kg을 300kg으로 만들어 주는 거예요. 북한이 해마다 거름생산을 늘 100%, 200% 넘쳐 수행했다고 하죠? 그러면서도 비료 난에 쩔쩔 매는 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박성우 : 그러면 북한 당국도 나름대로 대안을 내놓았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문성휘 : 그래서 요새 새롭게 시작한 방법이 공장, 기업소들에 무조건 적으로 밭을 떼어주는 거래요.

박성우 : 그러니까 공장, 기업소들이 배정받은 밭에 거름을 내는 방식이 되겠군요. 그러면 ‘확인증’도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문성휘 : 필요 없죠. 대신 거름 전쟁이 일어난 겁니다.

박성우 : 무슨 말입니까?

문성휘 : 제가 함경북도 쪽에 연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요. 그 사람이 요새 농장에 거름 지키러 갔다가 되게 얻어맞고 다리까지 부러져 집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문성휘 : 그게 공장, 기업소들마다 거름을 생산할 밭들을 떼어주니 거름을 생산해서 밭에 내갈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남의 밭에 있는 거름을 훔쳐낼 생각만 한다는 거예요.

박성우 : 오, 그렇군요. 30리, 50리씩 거름을 끌고 가기 싫으니까 옆에 있는 밭의 거름을 훔쳐낸다는 거군요.

문성휘 : 그래요. 하도 거름도둑들이 기승을 부려 낮이고 밤이고 자기가 맡은 밭들에 경비인원들을 배치해야 한다는데요. 제가 아는 사람도 모닥불을 피워놓고 경비를 서다가 졸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거름도둑들이 나타나 무지막지하게 때렸다는 거예요. 그런데 도둑들이 쫓아올까봐 겁이 나서 그랬는지 몽둥이로 다리를 세게 때려서 걷지를 못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문성휘 : 그런데 안타까울 게 하나도 없어요.

박성우 : 왜 그런 겁니까?

문성휘 : 대신 그는 지금 집에서 편히 놀고 있거든요. 치료를 구실로 3월 달까지 출근을 안 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니 고달픈 거름생산에서 아예 빠질 수 있는 거죠.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박성우 : 뭐, 본인이야 편안하겠지만 땔감도 없고 먹을 것도 변변치 못할 텐데요. 거기다가 환자까지 생기면 얼마나 고달플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날씨도 엄청 추운데 빨리 거름생산에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 돌격대 도망병들 잡으려 보안원들까지 총력

박성우 : 자, 이번엔 다른 얘기 좀 해보겠습니다. 요새 돌격대에 나간 주민들이 집단으로 탈출하고 있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이들을 잡아들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면서요? 어떤 상황입니까?

문성휘 : 네, 요새 서울도 100년만에 찾아 온 한파를 겪는다고 하지 않아요. 이 정도면 북한은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집니다.

박성우 : 위도가 높으니 그렇겠죠?

문성휘 : 네, 지난 19일, 양강도 혜산시 날씨를 보면 영하 29도였다고 합니다. 백두산자락에 있는 삼지연군의 경우 기온이 영하 36도까지 떨어졌다고 하는데요.

박성우 : 참 춥습니다. 아무리 따뜻한 지역이라 해도 북한에서는 영하 20도까지는 다 내려갔을 것 같아요.

문성휘 : 네, 그렇죠, 요새 날씨 때문에 건설들도 다 중단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함경북도 어랑군 칠봉리에 건설되고 있는 ‘어랑천 발전소’가 있습니다. 겨울철 전기문제로 고무산 시멘트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발전소 건설도 중단되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설사 시멘트가 있다고 해도 영하 1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면 축조작업을 못하기 때문에 할 일이 없어지는 거예요. 겨울철이면 이렇게 돌격대원들이 할 일이 없어 놀고 있는데 집에도 보내주지 않습니다.

박성우 :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 일단 집에만 가면 다시 데려오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박성우 : 아, 그렇군요. 인민군 탈영병들도 잡아들이기 어렵다는데 그 수많은 돌격대원들을 집으로 보내면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겠네요.

문성휘 : 강제적인 방법으로 붙잡아 온다면 불가능한 것 은 아니지만 그만큼 힘이 드는 거죠. 요새는 돌격대원들이 할 일도 없는데다 먹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합니다. 하루 삼시 강냉이 가루 밥이 아니면 강냉이 국수를 조금씩 주는데 일감이 없다고 밥 량도 형편없이 줄었다는 겁니다.

박성우 : 배고프니까 도망치는 사람들도 많겠군요?

문성휘 : 네, 군인들도 통강냉이 죽을 먹는다고 하니 돌격대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니 집단도주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어랑천 발전소’만의 일이 아니고 요새는 평양시건설에 동원된 인민군 군인들과 대동강 과수농장 건설에 동원된 내무군 병사들의 탈영도 이젠 덮어두고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네, 그래서 모두 잡아들이라는 지시가 내려졌군요?

문성휘 : 네, 해당지역 당 기관들을 통해 도망자 명단이 내려온대요. 그러면 보안원(경찰)들이 주소를 가지고 도망병들을 잡아내고 있다는데요.

박성우 : 혹시 도망간 사람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계시는가요?

문성휘 : 아무리 지키고 있지만 지금 건설장들의 형편에서 3분의 1 이상이 도주했다.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그 나머지 사람들도 하도 지키고 있으니까 기회가 없어 못 나온다는 거예요.

박성우 : 참 답답한 일이군요.

문성휘 : 네, 저의 친구도 어랑천 돌격대에서 도망쳤다가 보안원들에게 잡혀 군 보안서 감옥에 3일 동안 갇혀있었대요. 감옥에 들어가 보니 자기와 같은 도망병들이 이미 11명이 있더래요. 그곳에서 3일 동안 갇혀 있는데 엄청난 사람들이 잡혀서 들어오더라는 거예요. 그 사람들을 다 모아가지고 도에 호송됐는데 도에 가니 각 시, 군들에서 잡혀 온 사람들이 수백명이나 되더래요. 거기서 또 며칠을 있다가 호송병들이 인솔해 가지고 해당 돌격대에 돌려보낸다는 거죠.

박성우 : 북한이 2012년, 내년이죠?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완성 하겠다 이런 말을 했었는데 아직 전기나 식량문제도 풀지 못하고 있으니 참 요원한 얘기로 들립니다. 혹한으로 일도 못하는 돌격대원들을 마냥 붙잡아 두고 제대로 먹을 것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까 이들이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 앞섭니다. 자, 문성휘 기자.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