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생계형 인민군 지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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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최근의 북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식량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가족 단위로 인민군과 돌격대에 자원하고 있지만 당국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한국정부와 국제사회가 지원한 대북지원물자들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국가대표 체육선수들에게 우선 공급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1. 생계형 돌격대, 인민군 지원 봇물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한동안 가파른 상승을 이어가던 북한의 식량 가격, 최근에 큰 폭으로 내렸죠. 주민들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런 소식이 있던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량난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면서요?

문성휘

: 네, 내일에 대해 장담할 수 없으니깐요. 그게 항상 불안으로 이어지는 거죠. 쌀값도 오늘 값이 많이 내렸다고 절대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형편입니다. 내일에 또 얼마나 오를지 그건 내일에 가봐야 아는 거니까요. 부데기(뙈기밭)밭 농사로 겨울나기 식량을 장만해 놓은 시골주민들은 좀 다행이겠지만 도시에서 때대끼(하루벌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근심을 떨칠 수가 없는 겁니다.

돈 없는 사람들의 경우 식량문제는 온 가족의 생사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아사자가 나오는 집들을 보면요. 대부분 집안에 먹을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누가 살아남고 누가 죽는다는 것이 없어요. 가족이 몰살당하는 거죠.

요새도 식량이 떨어져 가족의 생계가 통째로 위협을 당하는 집들이 적지 않은가 봅니다. 지난해 12월 초에 함경북도 부령군에서 있은 일이라는데요. 부령군엔 북한에서도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진 부령(고무산) 시멘트 공장이 있습니다. 그만큼 돌이 많고 석회암지대여서 농사를 지을 만한 땅이 없는 지역인데요.

이런 부령군에서도 사람 못살 곳으로 소문이 난 무수노동자구가 있는데 이곳 석회암 광산에 다니는 최 씨라는 성을 가진 27살의 총각이 평양시 건설 돌격대에 뽑혔다는 겁니다. 최 씨는 형제라고는 누이밖에 없는데 누이는 이미 출가한 상태였고요. 60세가 가까운 아버지와 어머니를 돌보며 살아야 했던 그는 돌격대에 뽑히게 되자 눈앞이 캄캄했다는 거예요.

박성우

: 부모님들의 생계가 걱정돼서 그랬겠죠?

문성휘

: 네 그렇죠. 엄동설한에 죽물도 겨우 먹는 형편인데 그나마 자신마저 돌격대에 나가면 늙으신 부모님들을 돌볼 가족들이 없는 거죠. 생각 끝에 최 씨는 돌격대 지휘부에 편지를 썼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아버님은 목수 일을 할 수 있고 어머니도 돌격대원들의 식사를 보장할 수 있으니 가족이 통째로 돌격대에 지원하겠다는 내용 이였다는데요.

그런데 이 편지가 중앙에 올라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이 직접 보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 시대에 아주 훌륭한 동무입니다”라고 칭찬까지 했대요.

박성우

: 아, 그래요? 실제로는 굶어죽을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건데 엉뚱하게 칭찬을 받은 거군요.

문성휘

: 네, 결국 최씨 일가는 모두 돌격대원 자격으로 평양시 건설에 올라갔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치하를 받은 돌격대원이라고 광산에서 송별행사까지 요란하게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무슨 영문인지 뻔히 알지 않습니까? “쟤네들은 굶어죽게 되니까 머리를 쓴 거다” 이런 소문이 크게 돌았는데 그 이후 부령군에서 아주 난리가 났답니다.

박성우

: 또 무슨 난리가 난 겁니까?

문성휘

: 그거요. 돌격대에서는 그나마 강냉이 밥이라도 먹여주고 잠자리를 제공해 주니까 너도 나도 없이 가족단위로 돌격대에 지원하고 나선 거예요.

박성우

: 오. 그런 방법으로라도 어려운 고비를 넘어보겠다 이런 고육지책을 많은 사람들이 쓰기 시작했다 이런 거군요?

문성휘

: 거기에다 요샌 인민군 초모사업이 한창이니까요. 지어는 군대에 가는 자식들을 따라가 뒷바라지를 하겠다고 나서는 가족들까지도 엄청 늘었다는 겁예요.

박성우

: 진짜 목적은 뒷바라지가 아니고 어디든 붙어서 먹는 문제를 해결하겠다 이런 거겠죠?

문성휘

: 그렇죠. 그러니 어떻게 됐겠습니까? 돌격대나 군대도 제대로 못 먹는 판에 그 많은 사람들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는 거고. 공연히 찾아가 청원을 해봤댔자 문전박대 당하고 만다는 거죠.

박성우

: 참, 안타가운 일입니다. 이번 설 명절에는 그나마 조금씩 주던 명절미 마저도 공급을 못했다고 하던데요.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거겠죠?

2. 대북 지원물자 국가대표 체육선수들에게 집중

박성우

: 네, 이번엔 또 다른 이야기인데요. 최근 북한내부 소식통들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에서 제공하는 대북지원물자들을 국가대표 체육선수들에게 우선 공급하고 있다 이런 소식이 있던데요. 어떻게 된 겁니까?

문성휘

: 네, 북한 당국이 대북지원물자들을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에 와서 별로 새로운 얘기도 아니죠. 남한의 적십자사가 지원한 식량이 북한 군인들에게 군량미로 제공되고 있다는 증거는 이미 사진자료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증명이 되었고요.

체육선수들의 경우 지난 1999년 에스빠니아(스페인)에서 열린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북한의 마라톤 선수 정성옥이 단연 1등을 해서 세계를 깜짝 놀래웠죠? 그때 정성옥 선수가 기자들의 질문에 ‘장군님을 그리며 달렸다’ 이런 말을 했었는데요. 덕분에 그는 돌아가자마자 공화국 영웅이 되었어요. 또 평양시에 고급아파트를 받았고 벤츠 승용차까지 선물로 받았습니다.


박성우

: 참 그때 그말 듣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게 있습니다. 남한 같으면 그런 말을 하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몰릴 텐데 참 북한은 이해하기가 힘든 나라다 이런 말이었는데요. 이런 일도 있었죠? 지난 2003년에 대구에서 열렸죠. ‘국제 대학생 체육대회, 유니버시아드라고 부르는 대회인데요. 그때도 북한 응원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비에 젖는다고 난리를 치면서 저들이 입고 있던 옷을 덮어씌워서 세계인들의 웃음을 사지 않았습니까?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렇게 세상의 웃음거리를 만든 사람들이 칭찬을 받고 우리 민족의 망신을 다 시킨 사람이 오히려 영웅대접을 받는 사회, 그게 바로 북한입니다. ‘장군님을 그리며 달렸다’ 정성옥 선수의 이 한마디에 체육선수들에 대한 공급이 금방 완전히 달라졌죠.

함흥체육단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탈북해서 남한에 입국한 최성국(가명)씨라고 있거든요. 잠깐 그의 말을 좀 들어보겠습니다.

최성국

: 유엔과자라고 해가지고 거기 과자를 많이 주었어요. 과자도 지원을 많이 하고 고기도 많이 나왔고 치즈가 많이 나와요.

문성휘

: 이 분의 말을 들어 알 수 있듯이 지방 체육선수들에게까지 유엔아동기금에서 보낸 어린이 지원물자를 공급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새 알아보니 지난 2009년부터 지방 체육선수들에 대한 공급이 일체 끊겼다 네요.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어든게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하는데 그러나 국가대표선수들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늘었다고 합니다. 북한이 큰 야심을 품고 출전했던 월드컵 경기라든지, 최근에도 동계아시안게임에 30여명의 북한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았습니까? 그들에 대한 지원은 아주 충분하다는 거죠.

박성우

: 잘 먹어야 잘 뛸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한 거겠군요?

문성휘

: 네, 그러니까 그 지원물자를 줄 수 밖에 없죠. 동계체육선수들의 경우 양강도 삼지연군에 훈련장이 있거든요. 현지 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그곳에서 선수들이 훈련을 할 때 매일 분유와 두유, 식용유, 라면을 비롯해 엄청나게 많은 지원물자들이 공급됐다고 합니다.

특히 분유는 어린 아이들이 먹으라고 유엔에서 지원한게 아닙니까? 그런데 선수들이 밖에는 함부로 내갈 수 없지만 집안에서는 마음대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공급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하거든요.

박성우

: 아, 그랬었군요. 분유는 지난해까지 한국의 적십자나 민간단체들에서도 많이 지원을 해왔고 국제사회의 지원도 일정하게 유지됐지 않았습니까?

문성휘

: 네, 그랬습니다. 북한에선 워낙 분유를 생산하지 못합니다. 그럴만한 여력도 없고 축산업도 없거든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어린이들에게 지원되는 식료품마저도 모조리 빼돌리고 또 국제사회의 사찰마저도 거부하는 북한 당국의 행태를 보면서 누가 지원하겠다고 선뜻 나설 수 있겠습니까?

박성우

: 북한당국이 분배의 투명성만 제대로 보장해 주어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참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자, 문성휘 기자 오늘도 이야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