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양강도에서 자행된 납치행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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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 걸쳐 중국변경도시에서 한국 국민들을 납치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북한 지식인들과 작가들 속에서 한국영화 '방자전'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양강도에서 자행된 납치행위의 진실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 당국이 지난 정권이었죠. 정확히 말하자면 김대중 정권시기에 한국 국방부의 장교 4명을 납치했다. 이런 언론보도가 나왔습니다. 여론이 비등했는데요. 아직까지 한국정부가 이 보도에 대해서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북한에 있을 때 실제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신지요?

문성휘 : 네, 저도 처음 그 보도를 듣고 깜짝 놀랐는데요. 저는 많이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다른 탈북자들을 통해 알아봤더니 의외로 그런 소문이 많았다, 그런 증언이 여러 건 나왔습니다. 대부분은 그들도 다른 사람들을 통해 들은 소문이니 확인하기는 좀 어렵지만요.

그 중에서도 양강도 출신 탈북자들은 지난 1999년과 2002년경에 한국의 간첩, 또는 국정원 요원을 양강도 보위부가 중국에서 유인 납치했다는 소문을 알고 있다는 증언을 일치하게 내 놓았습니다.

제가 양강도 출신 탈북자 도명학씨와 나눈 대화 내용을 녹음해 왔는데 한번 함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도명학 녹음

: 안기부 무슨 과장이고 뭐 대북 첩보를 하는 그런 사람을 잡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때 거기 동원됐던 밀수꾼들이 포상도 단단히 받고, (노동)당에도 들고, 그래 혜장동 7호동 아파트, 거기 집이랑 받았다.

문성휘 : 비단 이러한 증언이 도명학씨 뿐이 아닙니다. 일부 양강도 출신 탈북자들은 한국에 입국한 후에 조사를 받을 과정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진술했다고 하는데요.

최근 언론 보도들을 보면 당시 납치된 인물이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 국방부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무슨 이유로 납치됐는지에 대해서는 최근 우리 자유아시아 방송과 연계를 가지고 있는 양강도 내부 소식통이 비교적 자세히 전해왔습니다.

그러니깐 1999년, 좀 비교적 오래된 사건인데요. 양강도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시 사건은 양강도 보천군 화전리와 혜산시 위연동 사이 경계점인 비교적 한적한 곳에서, 인적이 없는 곳에서 일어났다고 하는데요.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소식통은요. 납치된 직원이 방사성 물질, 그러니까 우라늄 시료와 코발트, 코발트라면 특수 합금속 재료라고 하는데요. 그걸 가지고 있다는 보위부 첩자들의 유혹에 넘어가 압록강 변 까지 나왔다는 거예요. 그랬다가 납치되었다고 합니다.

납치된 직원이 양강도 혜산시와 마주하고 있는 중국 장백현에 며칠간 머물고 있었대요. 압록강 변에도 자주 나가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을 시도했고 돈을 주면서 북한 내부 문건들을 요구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다가 북한 보위부의 표적이 되었다는 겁니다.

문제는 북한 보위부가 한국인에 대한 불법유인 납치를 대낮에, 그것도 중국 땅에서 감행했다는 거죠.

그리고 양강도 출신 탈북자들은 지난 2002년에도 양강도 혜산시 성후동에서 밀수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보위부 요원들에 의해서 한국의 간첩이 체포되었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요.

당시 혜산시에서는 보위부 요원들과 밀수꾼들이 장백현에서 한국의 간첩을 납치했다는 소문들이 파다하게 돌았다고 하는데요. 그들이 요즘 뉴스에서 거론되는 인물이 맞는지는 몰라도 그동안 북한 당국에 의한 납치 피해자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성우 : 네, 그렇군요. 북한이 중국 연변지방을 비롯해 국경연선 도시들에서 항시적으로 ‘보위부 납치조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소문도 있죠?

문성휘 : 네, 그래요. 실제로 지난 2004년에 함경북도 회령시 곡산공장 보위지도원과 중국 조선족들이 야합해서 15명의 탈북자들을 납치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그 사건에 개입한 조선족들이 중국 법원에서 6년~8년 형을 선고받았고요. 그중의 한명은 한국에 입국하였다가 국가정보원에 체포돼 현재 한국의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잠시 여길 좀 봐주세요… 이 인터넷 지도를 보면 여기가 양강도 혜산시 혜탄동이라고 하는데요. 여기 표시된 부분이 있죠? 여기가 양강도 출신 탈북자들이 보위부 납치조가 상주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그 건물입니다.

박성우 : 네, 그렇군요, 이 지붕에 빨간 기와를 얹었군요. 단독주택으로 보이는데요?

문성휘 : 네, 단독주택이 맞습니다. 1960년대 혜산청년광산을 찾았던 김일성 주석이 직접 들렸다는 집이라고 하는데요. 북한 당국이 사적 건물로 보존하고 있는 집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사적 건물로 보존하는 집에 보위부 납치조가 상주하고 있다, 이런 얘기가 되겠군요.

문성휘 : 네, 양강도 출신 탈북자들은 이들 납치조가 국경경비대의 제한을 받지 않고 수시로 압록강을 드나들면서 탈북자들이라든지, 혹은 남한 국적 자들을 납치하고 있다, 이렇게 주장하는데요. 여러 명의 주장이 비교적 일치되어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박성우 : 예, 알겠습니다. 이게 요즘엔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는데 좀 꾸준히 지켜봐야 될 문제인 것 같습니다.

2. 작가들 속에서 남한영화 ‘방자전’, 뜨거운 감자로 부상

자,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문 기자가 북한의 작가, 예술인들 속에서 한국영화 ‘방자전’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말씀했는데요. 왜 이 영화가 왜 화제가 되는 겁니까?

문성휘 : 북한의 작가들뿐만 아니고 지식인들이나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도 한국영화 ‘방자전’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하는데요.

박성우 : 네, 네 아주 재미있었어요. 저도 봤습니다.

문성휘 : 그런데 문제는 북한 주민들이 ‘방자전’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남한을 엄청 비난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 무슨 말인가요?

문성휘 : 네, 무엇보다 영화에 일부 적나라한 부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를 북한 주민들은 역사물의 왜곡이다,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는데요. 더욱이 우리 민족의 역사에 유명한 ‘춘향전’을 완전히 뒤집었다는 점을 놓고 ‘남조선은 이렇게 역사도 제멋대로 뜯어 고친다’ 이런 식으로 혹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남한 주민들은 ‘방자전’의 내용에 큰 불만이 없는데 북한 주민들이 크게 반발한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문화인식의 차이 때문입니까? 어떻습니까?

문성휘 : 문화의 차이라기보다는 문화를 이해하는 수준의 차이라고 봐야죠. 과거역사를 현대인의 시각에서 ‘재평가’한다는 말을 북한 주민들은 잘 이해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작가들은 역시 다르다는 겁니다.

박성우 : 어떻게 다르단 거죠?

문성휘 : 작가들은 주민들과 달리 ‘방자전’의 내용을 두고 역사에 대한 ‘재해석’이 과연 필요한 것이냐? 역사에 대한 ‘재해석’이 역사에 대한 왜곡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 이런 문제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젊은 작가들의 경우는 ‘방자전’을 훌륭한 작품이라고 아주 높이 평가하는 반면에 좀 나이가 든 작가들은 기발한 창작내용에 감탄하면서도 역사를 너무 과도하게 뒤집었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거예요.

박성우 : 무슨 말인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그런데 한국영화 ‘방자전’이 어떻게 북한에 유입 된 겁니까?

문성휘 : 다른 한국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밀수꾼들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함경북도 청진시 주민들 속에서는 ‘방자전’에서 춘향의 역을 하는 배우가 한국에서 1등가는 미인이라는 소문까지 무성하게 돌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네, 맞습니다. 배우 이름이 조여정인데 참 이쁩니다. 시간이 갈수록 참 남북 간의 문화적인 차이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장차 통일을 위해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요. 북한 주민들도 남한주민들과 같이 자유롭게 문화를 접하고 서로 이해를 도모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자, 문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다시 뵙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